잠든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문득 눈이 뜨인다
뜬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대체
뭘 위해 이토록 무모하게 달려왔을까,
이 고집이 인생을 망쳐버린 건 아닐까,
이대로 가다간 사람 구실도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불안과 걱정이 날 휩쓸고 가더니
이내 눈물이 떨어진다.
잠에서 깨자마자 울기나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어째 더 어려지는 건지 모르겠다.
불안에 휘둘리는 몇 달 동안
눈을 뜬 순간 느꼈던 가슴의 통증이
다시 고개를 내밀려한다.
두렵다.
나약한 나와 대면하는 일.
싫다.
자존감 상실을 대면하는 일.
어둠과 눈물 속에서
가슴을 문지르며 읊조린다.
불안아...
부디 날 그냥 지나가줘.
나조차 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약해졌을
지금같은 때말고
널 상대할 수 있을 최소한의 힘이라도 쥐고 있을 때 그때 다시 보자.
그땐 당당히 널 대면할게.
그러니 지금은
숨이라도 좀 쉬게 그냥 지나가줘...
내가 본 미래가 맞다고
잘 걸어 왔다고
매일같이
괜찮다는 주문을 읊조리며
쓰러진 날 겨우 일으켜놔는데,
크기도 형태도 가늠할 수 없는 불안은
오늘도 날 지나가지 않는다.
괜찮다 다독이며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겨우 다 기워놨는데,
고장난 심장 때문에 기력이 다해
이젠 내줄 것도 없는데,
불안과 시련은 왜 내게만 이토록 잔인한지
바람 좋은 이 가을에도 또 눈물이다.
조각난 심장을 문지르며 생각한다.
불안, 너라도 날 찾아
내가 숨쉬고 있음을 알려줘 고맙다고.
네가 날 찾아와 힘든 게 아니라
내가 힘들어 네가 버거운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