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유령을 사랑한 거라 치자 싶었다.
넌 연애에는 능숙했지만
사랑에는 서툴렀다.
나는 사람을, 그리고 사랑을 믿지 않았다.
사랑하면서 외로웠고
지극한 보살핌을 느끼면서 불안해했다.
실체 없는 사랑,
그건 혼자 하는 사랑이었다.
우리 사랑은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어긋날 사랑을 시작한 것도
널 기다리기로 한 것도
내 선택이었다.
누가 뭐래도 상관없었다.
그러기로 결정했으니까
그대로 밀고 나가야 했다.
무모한 내 선택에 충실하고 싶었다.
사랑은
둔한 내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고
싹을 틔우며
무럭무럭 자랐다.
그거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너에 대한 마음이 커질수록 널 더 욕심내게 됐다.
더 많이 가지고 싶어 지고
더 많이 기대했다.
그럴수록 넌 더 매몰차 졌다.
유령 같은 널 보며 나와 이야기한다.
벽 같은 내가 내게 말한다.
식어버린 사랑 앞에 기다림은 무력하다.
돌아선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 바꿀 수 없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그게 해지된 사랑에 대한 내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