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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래파파 Aug 19. 2019

첫업무, 통일교육

 모든 교육을 마치고 통일부에 배치를 받았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통일부로 향했다. 통일부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해 있었다. 높은 빌딩들 사이로 걸어가고 있노라니 내가 서울의 일원이 된 것 같아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었다. 역시 지방출신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곳에서 커피한잔 들고 다니며 멋지게 생활할 내 모습을 그렸다. 


 그런데 청천벽력같은 소리.. 내가 일할 곳이 서울청사가 아니란다. '김주무관은 통일교육원으로 발령 날겁니다' 통일부가 서울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근무하는 곳이 한곳이 아니었다. 여러 지역에 소속기관이 흩어져 있었다.  파주, 고성, 안성, 등등등 통일부에는 많은 소속기관이 있었고, 내가 발령받은 통일 교육원은 강북구 수유동에 있었다. 북한산 입구자락에 아주 공기 좋은 곳에.. 나는 공기 좋은 곳에서 와서 매연 좀 맡아도 되는데 굳이굳이 공기좋은 곳으로 다시 보낸다고 한다. 


 모든게 흔들렸다. 집도 광화문 근처로 계획했었는데, 수유 근처로 다시 알아봐야 했다. 높은 빌딩 사이를 거니는 것이 아니라 높은 나무 사이를 거닐어야 했다. 서울청사에 인사만 하고 바로 통일교육원으로 출발했다. 그당시 서울 지리에 밝지 않을 때라 이래저래 헤매고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가며 겨우겨우 찾아갔다. 




 힘들게 도착했던 통일교육원의 첫 이미지는 나쁘지 않았다. 산속에 위치 해 있었지만 건물도 예쁘고 분위기도 좋았다. 발령받은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행사가 있어서 사람들이 없다고 했다. 어정쩡하게 자리에 앉아 불편한 시간을 보내고 팀장님과 팀원분들께 인사를 드렸다. 


 내 이름은 중성적인 이름이지만, 여자로 생각하기 조금더 쉬운 이름인 것 같다. 팀원분들이 인사명령서를 보고 당연히 여직원인줄 알았는데 남직원이 와서 놀랐다고 한다. 다른 사무관님은 "어? 남자였네?"라며 직접적으로 표현도 하셨다. 지금도 아주 익숙하게 받는 오해다.


 



 통일교육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통일을 왜 해야하는지, 통일이 왜 필요한지, 통일을 하면 뭐가 좋은지, 북한은 어떠한 상황인지 등을 교육한다. 나는 일반인 중에서도 학생을 담당하는 팀에 배치를 받았다. 일반인, 공무원, 학생 대상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 그리고 교육자료를 만드는 부서 등으로 업무가 나뉜다.




 내가 해야할 일은 이미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던, 그리고 여름에 개최할 고등학생 대상 통일캠프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전임자가 행사진행업체 섭외와 기본적인 준비는 어느정도 마무리를 한 상태에서 내가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뭐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첫 업무이자 공무원의 문화까지 배워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엄청난 멘붕이 찾아왔다.


 보고서 하나 쓰는 것도 왜이렇게 어렵고, 업무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똑같은 일을 해도 시간이 배로 걸리니 야근은 당연했다. 웰빙을 기대했지만, 초반에는 거의 내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래도 팀원들의 도움으로 잘 적응을 해 나갈 수 있었다. 역시 일의 어려움 보다는 사람과의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캠프를 준비하고, 컨텐츠를 준비하면서 나 스스로도 통일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통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자료를 접하고, 탈북강사들을 만나게 되면서 통일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이 생각은 나중에 북한이탈주민을 직접 만나는 부서로 옮기면서 조금 바뀌게 된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학생들에게 잘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정성을 다해 캠프를 준비했다. 첫 업무이고, 첫 발령지이다 보니 열정이 넘쳤다. 캠프의 이름은 '통일미래글로벌리더십캠프', 음...뭔가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인 느낌이지만,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준비했다. 


#공무원 #어쩌다공무원 #통일 #통일교육원 #첫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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