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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래파파 Aug 21. 2019

통일미래글로벌리더십캠프

애증의 첫 사업

 고등학생들 100명을 모아놓고 통일에 대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캠프를 준비한다. 신입으로서 고민해야할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예산이 풍족하지 못했다. 함께 준비하는 업체도 아주 영세한 업체였다. 대표, 실장 끝. 2명이 전부인 회사이기에 대표랑 나랑 둘이 준비를 해야했다. 사실 공무원이 업무를 외주주는 것은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함인데, 이건 뭐 사공만 하나 더 태운 격이었다. 


 이런 업체를 선정하고,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을 만들어 놓은 전임자가 원망스러웠다. 지금이라면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정 상황이 안되면 사업을 중단하거나, 업체를 바꾸거나 하는 여러 방법을 고려할텐데 그 때는 그냥 해야하는 것인 줄 알고 꾸역꾸역 끌고 나갔다. 보고서하나 쓰기 버거운 초임자가 닳고 닳은 업체 대표를 만나 때론 휘둘리며, 떄로는 구슬리며 사업을 끌고 나갔다.




  프로그램이 어느정도 확정되고, 장소섭외도 강원도 인제의 한국DMZ평화생명동산으로 완료했다. 지은지 얼마 안된 곳이어서 깔끔하고 쾌적한 곳이었다. 이제 가장 큰 문제는 캠프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하는 일이었다. 포스터를 만들어 각 학교에 뿌리고, 공문도 보냈다. 바쁜 고등학생들이, 그것도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여름방학에 과연 3박4일의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열심히 홍보했다. 


 처음에는 지원율이 아주 저조했다. 그도그럴것이 통일부 자체에서 엄청난 예산을 들이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평화통일대행진 행사와 이미지나, 취지 등이 많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저기 학교를 통해 많은 홍보를 하고, 모집인원의 2배를 약간 상회하는 200여명이 지원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중에서 나름 성의껏 서류를 작성한 학생들을 선발하였다. 

 



 통일교육원에서 발대식을 하고, 드디어 양구로 출발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출발하니 마음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 3박4일동안 안전문제 없이 잘 끝나기만 하면 행사는 어찌됐건 끝나게 되었다. 여러모로 부족한 행사였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재밌게 반응해줘서 잘 진행되었다. 현장학습도 인제 인근 철원을 노동당사, 땅굴을 방문하면서 생생한 효과도 보여줬고, 통일교육원장의 강의를 통해 북한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좋은 반응과 더불어 행사가 잘 마무리 되어 첫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업체와도 그동안 힘들었지만 훈훈하게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모든게 끝나면 좋았겠지만..




 공무원은 모든 일이 끝나면 감사를 받는다. 캠프도 끝나고 몇달이 지난 후 감사를 받았다. 돈은 잘 사용했는지, 사업 추진간 규정에 어긋난 것은 없는지. 감사를 받으면서 몇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업체가 돈을 집행하면서 과도한 인건비 책정과 근거 없이 사용한 내역이 발견되었다.


 간만에 업체 대표에게 전화하고 이런저런 상황을 이야기하며 대응자료를 만들어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무책임함을 행사 준비를 하며 많이 느꼈지만, 이렇게 잠수를 탈줄이야. 내용증명이라는 것도 처음으로 보내보고, 사무실도 찾아가봤지만 마음먹고 숨어버린 사람을 찾아낼 수 없었다. 감사쪽에서도 당사자를 찾을 수 없어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역시 끝날때까진 끝난게 아니었다. 감사가 마무리 되면서 첫 사업이었던 통일미래글로벌리더십 캠프도 끝이났다. 그리고 그 캠프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캠프의 좋은 영향을 확인한 윗분들이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주심으로 다른 이름과 다른 형식의 새로운 캠프를 기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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