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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래파파 Aug 22. 2019

수십억 원이 내 손안에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라

 공무원으로서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획 부서나 사업부서에 있으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기획할 수 있는 기회도 종종 주어진다. 그 돈의 규모는 내가 일상에서 만지는 돈의 규모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일상에서는 일 년에 몇천만 원도 만지기가 어려운 공무원의 일상이지만, 업무에서는 몇억 원은 사실 큰돈 취급도 못 받는다.


 내 첫 사업인 통일미래글로벌리더십캠프도 5천만 원의 예산으로 치러졌다. 이 정도 규모면 소규모 사업에 속한다. 예산이 월등히 많은 타 부처에서는 몇백억 원, 몇천억 원 규모의 사업도 많이 있다. 통일부는 그 당시 예산이 그리 많은 부처는 아니어서 사실 몇십억 규모만 되어도 꽤 대규모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캠프가 잘 끝나고 신규 예산을 배정받아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예산은 40~50억원 정도. 나는 한번도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한 돈이 예산서에 찍혀있었다. 이 돈을 가지고 행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통일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큰 틀만 있었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선 1회성 행사로 끝나기에는 예산의 규모가 너무 컸다. 여러번 치러지는 행사를 해야 했다. 학생들 대상이니 수준을 고려하여 초,중,고,대학생으로 연령을 구분했다. 그리고 지역별 접근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각 지역별 1회 캠프를 개최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대학생을 제외한 초, 중, 고등학생 대상 캠프가 지역별로 개최되면 지역별 3회씩 총 48회의 행사가 치러진다. 3박4일동안 고등학생 100명 대상 행사를 5천만원 내외에서 진행을 했었기 때문에 1박2일로 진행한다면 예산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대학생들은 여름방학을 맞이해 1번만 행사를 하기로 했다. 사실 초,중,고등학생들은 교육청 협조를 받아서 참가인원을 모집하면 큰 문제가 없는데 대학생들 모집이 문제였다. 가뜩이나 바쁜 대학생들을 어떻게 캠프로 유인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내가 대학생이라도 지원할 구미가 당기는 그런 행사를 기획해야했다.


 내가 대학생때를 돌아보니 국토대장정을 했었다. 우리나라 땅을 걸어보고 싶다는 도전정신이 생겨서 지원했고, 20여일을 걸어서 해남땅끝에서 서울까지 국토종단을 했었다. 다른 친구들을 보면 공모전 같은 것도 많이 나갔던 것으로 기억했다. 결국 스펙에 도움이 되거나 뭔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했다.


 프로그램과 장소에 매력을 부여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분단된 현실을 아무리 말로만 들어도 그냥 흘려듣기 마련이다. 북한땅을 눈으로 보여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도 철조망만 보이는 대한민국에서 바라본 시각이 아니라 사람들과 차들이 오고 가는 생생한 현장인 북,중접경지역을 통해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민족의 영산이 백두산에 오르는 것 까지 포함한다면 충분히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48회의 국내캠프를 하고도 100명정도를 데리고 중국에 갈만한 예산이 남았다.


그래서 탄생한 통일미래리더캠프 2012 ver.

 여러 고민끝에 #통일미래리더캠프 가 탄생하였다. 북중접경지역을 버스로 이동하며 두만강, 압록강 건너의 북한땅을 바라보고, 백두산 까지 오르는 캠프다.  통일부를 떠난 지금도 가장 생각나고,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던 사업이다.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어서 기분도 좋다.


 이 당시에도 파격적인 해외캠프로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꽤 좋았다. '선발'의 방식을 통했기 때문에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의 자부심도 나름 괜찮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기획을 마치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수정이 있었지만 거의 내가 원하는 컨셉으로 진행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아이디어를 내고 글로 표현함으로써 실체가 완성되었다. 행사를 진행할 업체를 선정하고 학생들을 모으고, 지역별로 국내 캠프가 하나 둘 시작되었다. 머리 속에만 있던 내용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학생들이 모여 통일을 이야기하고, 통일을 꿈꾸는 모습을 보면서 행사를 기획한 사람으로서 아주 뿌듯했다. 비록 나한테는 수십억원의 돈이 없지만, 예산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그 혜택을 학생들이 누리는 것을 보면서 한명의 공무원, 한명의 기획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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