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감독을 하다

2019.8.17. 오늘의 이야기.

by 래래파파

국가공무원 시험은 급수별로 1년에 한번씩 치러진다. 5급, 7급, 9급이 각각 치러진다. 그 중에서 7급시험이 더운 여름에 치러지는데, 시험감독지원업무를 나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나는 주로 감독업무를 지원해서 나간다. 지난 4월에 치러진 9급 시험은 신청 공지를 못보고 놓쳐서 지원을 못했고, 이번 7급 시험은 마침 일정과 시간이 맞아서 감독업무를 나가게 됐다.




국가직 7급 시험은 10시부터 12시까지 총120분 동안 치러진다. 6과목을 치르게 되니 한 과목당 20분씩, 1문제당 1분의 시간이 주어지는 아주 타이트하고 촉박한 시험이다. 그 긴장감과 떨림의 한가운데에 감독자로서 서게 된다. 더군다나 45:1 정도 되는 높은 경쟁률 때문에 더욱 수험생들은 민감해져 있다. 한 고사실에서 25명이 시험을 보니 두 고사실에서 한명정도 합격하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다.


시험은 10시부터 시작이지만 감독관은 8시까지 도착해야한다. 주차에 어려움이 있을까봐 나는 7시반까지 가서 고사장 학교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은 평온했다. 이 고요한 시험장에 얼마 후면 치열한 긴장감이 감돌게 된다.




감독관에게는 명찰과 행동요령, 답안지, 시험응시자 명부, 볼펜 등이 지급된다. 거의 매년 시험감독을 나가면서 몇 가지 느끼는 것들이 있다.




첫번째로는 같은 공간이지만 입장에 따라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도 최근까지 수험생의 입장이었기에 수험생의 기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수험생으로서 자리에 앉아있으면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갈 수 없다. 시간이 날라간다. 몇 문제 풀지 않은것 같은데 시계 바늘은 훅 지나있다. 하지만 감독관의 자리에 앉으면 수험생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안간다. 멍하니 문제를 풀고 있는 수험생들을 지켜보거나 허공을 좀 보다가 시계를 봐도 시계는 제자리에 있다. 시간을 느끼지 않기 위해 이런 저런 생각들을 잡기도 하고, 잠시 딴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본업인 감독업무에 충실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번쨰는 시간이 지날 수록 공무원 시험 응시자의 연령대가 눈에 띄게 변한다는 것이다. 처음 시험감독을 나간게 2011년이다. 그 떄는 80년대 생들이 대부분이었고, 70년대 생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8년이 지난 오늘, 수험의 대부분은 90년대 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90년대 중후반 생도 있었다. 빠르게 진로를 정하고 목표에 집중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세번째는 감독관의 역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물론 감독관의 주 업무는 감독을 하는 것이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지,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는지 철저하게 감독을 한다. 그 외에도 감독관은 수험생의 편의를 돕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에서는 시험감독관에게 수험생들에게 말할 수 있는 안내 멘트를 준다.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 나는 꼭 이 이야기를 한다.

"감독관으로서 저는 시험 감독을 철저히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외에도 시험 중간에 불편한 점이 있다면 다른 수험생들에게 불이익이나 불편을 끼치지 않는, 그리고 규정 내에서 최대한 편의를 도와드릴 것입니다. 그게 제가 여기 서있는 이유 입니다. 그러니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집중하세요."

감독관이라는 딱딱한 이름, 그리고 감독을 하는 위치에 있지만, 감독관의 다른 역할은 수험생이 편안하게 시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번째는 영원한 수험생도, 영원한 감독관도 없다는 것이다. 당장 오늘의 감독관으로서 일한 나도 다음주는 텝스의 수험생으로 고사장에 가야한다. 그러면 그곳에는 또다른 감독관이 시험을 관리하고 감독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역할이 바뀌니 역지사지의 마음을 잘 알게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가 수험생으로 있으면서 감독관들의 행동에 불만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며, 감독관이 되었을 때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특히 어떠한 시험이던 수험생을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리고 시험에 많은 것이 좌우되기 때문에 민감하고 날카로운 상태에 있다. 감독관의 역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험생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오늘 시험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날 시간이 가까워지니 답안의 빈 부분을 한가지 답으로 줄을 세우는 수험생이 곳곳에서 나왔다. 기사를 찾아보니 예상이 얼추 맞았다.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2097


특히 공무원 시험은 끝나는 시간에 매우 민감하다. 종이 친 이후 답안지를 건들게 되면 부정행위로 처리되고, 그 시험은 무효가 된다. 아주 철저하게 관리를 한다. 시험이 끝나갈 무렵이 되면 수험생은 물론 감독관까지 긴장하고 날카로워 진다. 다행히 오늘도 수험생분들의 협조 덕분에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끝났다.


시험 중간에 폭우가 쏟아졌다.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강한 비가 쏟아졌다. 집에 어떻게 가지...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시험이 끝나니 맑은 하늘이 다시 드러났다. 오늘 시험 본 모든 이들의 행복을 기원하듯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 쬐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