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되기로 결정 한 후 임용 때 까지는 시간이 좀 많이 비었다. 그 시간을 활용해 인생에 다시 없을 휴식기를 가졌다. 직업이 보장되어 있는 휴식기는 정말 꿀맛이었다. 부담이 사라지니 매일매일이 기쁨이었다. 중간중간 필요한 서류를 내고, 신체검사도 받았다. 신체검사도 삼성은 서울삼성병원으로 불러서 신체검사를 하고, 교통비도 손에 쥐어주었다. 그런데 공무원신체검사는 그냥 동네 병원에 가서 하면 됐다. 돈으로 많은 것을 베푸는 대기업을 조금, 아주 조금 맛보았기에 공무원에 대한 아쉬움은 조금 있었다. 하지만 다시말하지만 선택에 후회는 없다.
임용되기 전까지 해외도 많이 다녔다. 필리핀, 베트남, 홍콩, 중국, 아니 이렇게 적어보니 다 동남아를 벗어나지 못했다. 동기들은 유럽여행을 많이 다녀왔다고 했다. 나도 유럽여행을 계획했었고,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유럽여행을 가는 것 보다 베트남에서 2달과 홍콩에서 1달정도 생활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혼자가서 산것은 아니고, 베트남에서는 해외인턴으로 거주를 했고, 홍콩에서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선교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중앙공무원교육원 입소일이 다가왔다. 지금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본원은 충북진천으로 이사를 갔다. 당시에 본원은 과천에 있어서 지방에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과천에 올라왔다. 기숙사를 신청하고 주일 밤에 올라왔는데, 안내지에는 정부과천청사역 6번출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처럼 표기되어 있어서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깜깜한 밤에 그 길을 올라가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꾸역꾸역 올라가다가 결국 다른 동기 부모님께서 차를 태워주셔서 함께 도착할 수 있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4주동안 교육을 받는다. 공직자의 기본부터 실무에서 쓰일 수 있는 보고서 작성, 법률 교육까지, 그리고 현장실습도 포함되어 있다. 이 시간 동안 동기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먼저 이 시간을 거쳐간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순간이 마지막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이라고 동기들이랑 잘 지내면서 놀아야한다고 했다. 나도 돌아보니 그 때 더 잘 놀았어야는데 라는 약간의 후회가 든다. 그만큼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개인의 시간을 가지기 어려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보고서작성법 교육시간과 현장학습 시간이다. 공무원은 보고서로 말한다. 그리고 보고서로 근거를 남긴다. 일반적으로 써왔던 레포트와는 다른 차원의 문서를 작성해야한다. 보고서를 왜 써야하는지 부터 보고서의 양식, 언어 등을 배웠다. 물론 실무에서 그러한 내용이 잘 쓰이지는 않는다. 부처마다, 또 상황마다 필요한 보고서의 양식과 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운동의 기본은 근육이 있어야 하듯 보고서의 근육을 기르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경남 남해로 현장학습을 갔다. 현장학습은 노는 시간의 의미가 더 컸다. 답답한 강의장을 벗어나 멀리 떠나고, 그곳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직접 현장에서 뛰는 공무원 선배님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작은 아이디어와 실행력 하나로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늘 그려지는 나태하고 게으른 공무원이 아닌, 살아 숨쉬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주민과 국민을 위해 열심으로 일하는 선배들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교육이 끝났다. 이제 실전이다. 각자 부처로 배치를 받고 현업에 투입되었다. 나는 통일과 관련되어 일하는 부서로 배치를 받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통일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지금은 둘다 아니다) 한사람의 몫을 다할 수 있을지 두려움과 떨림을 가지고 첫 발령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