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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래파파 Aug 16. 2019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스틱!

 어느날 시골에 계신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지원아, 티비에서 그러더라. 콜라먹고 이 닦으면 안된대. 콜라가 이를 부식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이가 약해진 상태에서 칫솔질을 하면 이가 조금씩 벗겨진대. 그러니까 절대 콜라먹고 이 닦으면 안돼. 알겠지?' 


 아버지는 걱정이 많으시다. 그래서 아직도 전화 드리면 30대 중반에 접어든 아들을 걱정하시고  늘 당부의 말씀을 하신다. 죄송하지만 사실 그런 말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저 말씀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콜라를 볼 때마다, 콜라를 마시고 양치를 하려 할 때마다 저 말씀이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양치하기가 왠지 꺼림칙 하다. 



 

 한번 듣고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정보는 주로 잊는다. 머리 속에 남아있지 않는다. 업무와 관련된 정보, 꼭 알아야할 지식은 잊혀진다. (스틱에서 나오는 신장절도사건도 이미 내 머리속에 찰싹 붙어있던 이야기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독자가 글을 읽었을 때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글을 쓴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더군다나 그 글이 기억되고 일파만파 퍼져나간다면 성공적인 글이라 말할 수 있다. 다만, 아무글이나 기억되지는 않는다. 또한 그러한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인류가 문자를 사용한지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글은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것을 증명한다. 스틱은 잊혀지지 않는, 기억되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갖춰야할 요소를 소개한다.

                                                                                                                                                                  

 스틱! 저자댄 히스, 칩 히스 출판 엘도라도발매2009.08.03.




1. 단순성(Simplicity)


  메시지는 단순해야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글 중에서 긴 분량을 가진 것은 없다. 아무리 길어도 이솝우화의 동화정도 길이이다. 짧고 단순해야 하지만 그 안에 핵심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짧기만 한 글은 아무런 기억을 남기지 못한다. 주로 속담, 괴담, 일화 등 짧지만 핵심내용이 포함된 글을 사람들은 기억한다. 




 '방산 ㅇ ㅇ' 이 단어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2014년 4월, 남해에서 배 한척이 가라앉는다. 온 국민이 마음아파 했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세월호이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이후 온 국민은 한 단어에 집중하게 되고 분개한다. 이 사태에 대해 책임질 누군가가 필요했던 정권은 제때 구조역할을 하지 못한 통영함을 필두로 방위산업에 대한 청렴 전쟁을 시작한다. 



 단순하지만 파괴력 있는 메시지다. 국가 안보를 담보로 하는 방위산업에 비리가 있고, 그 비리로 인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내용을 딱 네글자 '방산비리'에 담았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아직까지 국민들의 머리속에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고 있다. 관련 부처에 근무하면서 이 메시지를 지우려고, 국민들의 머리속에서 지우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많은 노력으로 방산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아졌다. 


 하지만 '방산ㅇㅇ'을 보여준다면 비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한번 머리에 붙은 메시지는 좀처럼 떼내기가 힘들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글을 써야한다. 핵심 내용을 포함한 단순한 글, 속담같은 글을 써야한다.


'단순'의 정확한 개념은 메시지의 '핵심'을 찾으라는 의미이다.



2. 의외성


놀라움은 주의를 상기시킨다. 106p



 의외성은 독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등장할 때 뇌리에 깊이 박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글을 읽어내려갈 때 나름의 예상을 하면서 읽어간다. 하지만 그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는 메시지가 나오면 우선 놀란다. 그리고 다시 살펴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메시지는 내 머리속에 자리를 잡는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 작가중 의외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키크니 작가가 있다. 이 분은 독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웹툰을 그리는데 그 결과가 정말 기발하다. 예상을 늘 뛰어넘는다. 이러한 의외성을 통해 독자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더불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한다.

 특히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와도 같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 줄 때 마다 아이는 어떤 마음일지 사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웹툰을 보면서 아이의 마음이 떠올라 눈물이 핑돌기도 했다. 




3. 구체성



추상적인 개념은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하기 힘들게 만들며, 또한 다른이들과 조화롭게 행동하기
 어렵게 만든다.(중략) 한편 구체성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153p



ㅇ경북지역 외국인 소유 땅이 3583만 7000㎡로 나타났다.


ㅇ경북지역 외국인 소유 땅이 여의도 면적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은 면적에 대한 직관적인 판단이 힘들다. 첫번째 문장을 봤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쉽게 잊어버린다. 하지만 두번째 문장을 접했을 때는 개략적으로라도 꽤 넓은 면적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며 기억할 수 있다. 글을 구체적으로 쓸 때 메시지가 바르게 전달되며 기억에 남도록 할 수 있다. 


 사실상 내가 주로 쓰는 보고서에서 이 구체적인 부분이 많이 누락된다.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가운데 필연적(?)으로 추상적인 언어를 많이 쓴다.(구체적으로 글을 쓰면 향후에 업무를 할 때 운신의 폭이 좁아져서 일부러 추상적인 표현을 선호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분명히 많은 글을 읽고,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정작 알맹이는 없다. '방산육성을 위한 획기적이고 적시성있는 추진 전략 마련'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무슨말을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는 되지만, 뭘 하자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는 글이다.  왜 보고서를 읽으면서 머리에 남는게 없을까 하는 평소의 의문이 해결되는 지점이었다. 


 거꾸로 생각하면 추상적인 언어로 글을 쓰면 독자의 머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글을 써야한다는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4. 신뢰성 


 ㅇ동네 형 : 야, 내가 보니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연애를 못하는거 같아.

 ㅇ기 사 : 영국 ㅇㅇ대학교 데이비드 소로우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연애를 못할 가능성이 높아

               (내용은 사실과 무관함)


 어떤 내용이 더 신뢰감을 주는가?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전문가의 입을 빌어쓴 글이 훨씬 더 신뢰감을 준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인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나 혼자만의 의견이라면 뭔가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내가 쓴 글에 신뢰감을 더하기 해당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한다. 이 전문가가 유명하면 유명할 수록, 권위가 있으면 있을 수록 글의 신뢰도는 상승한다. 


 이러한 시도는 주로 자기계발서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나 또한 그렇게 글을 썼다. 시간을 잘써야한다는 내 이야기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그럴 때는 시간을 잘 써서 유명해지고 성공한 사람, 예를 들면 벤저민 프랭클린, 스티브 잡스 등 유명인들의 언어를 빌어서 신뢰감을 더해주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전문가의 도움과 더불어 글의 신뢰를 더하기 위해서는 내 경험을 써야한다. '내가 겪었던 바로는 이러이러하다'라는 전달 방식은 읽는 이로 하여금 보다 높은 신뢰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인상적인 금연광고를 접했다. 흡연으로 인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인물이 화면에 등장하고 담배를 피우면 나처럼 된다는 자기고백적 광고였다. 나는 비록 담배를 피지 않지만 담배는 손도 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기 이야기를 할 때 소위 꼰대라 불리는 부장님이 그러시는 것처럼 '내가 너때는 말이야~'라는 식의 전달은 글의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는 점을 주의 해야한다.




5. 감성


사람들은 마음을 쏟고 각별히 여길 때에만 행동을 취하기 때문이다. 250p


 사람들은 이성에 호소하는 것 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성적으로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도 감성이 움직이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겨냥해 실시한 수출규제와 관련되어 나타나는 현재의 움직임도 이성보다 감성이 움직여 나타나는 것이다. 감성을 움직이는 짧지만 강한 문구 "No Japan"은 이성이 아닌 감성을 움직이게 만드는 문구다. 과거 일제 강점기를 떠오르게 하면서 가슴을 움직인다. 이와 같이 머리가 아닌 가슴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것이 독자의 기억에 남도록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6. 스토리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전해지는 내용이 담겨지는 그릇이 뒷받침 되어야한다. 산해진미도 개밥그릇에 담기면 개밥이다. 산해진미는 귀한 식기에 담겨야 산해진미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고민하고 쓴 글이 읽혀지지 않는 것은 너무 마음아픈 일이다. 귀한 글은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아야한다. 그리고 귀한 대접을 위해서는 좋은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야한다.


 스토리의 중요성을 가장 잘 인식한 글은 성경이다. 성경은 그 안에 많은 교리의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단순히 나열식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히 전달한다.


 두 아들이 있었다. 큰 아들은 성실하게 아버지 밑에서 일을 했지만, 둘째 아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몫의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한다. 유산을 미리 받은 둘째 아들은 먼 타국에 가서 흥청망청 그 돈을 다 써버린다. 빈털털이가 된 둘째 아들은 급기야 돼지가 먹는 음식을 주워먹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 그제서야 아버지 집에 돌아갈 것을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단단히 혼나는 것은 물론, 종으로 일하는 것까지 염두하지만, 아버지는 둘째 아들은 너무나 반갑게 맞아준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인 탕자의 비유이다. 가벼운 이 이야기 안에는  '순종해야한다.' '아버지는 둘째아들은 많이 사랑하신다.' 등  수많은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이야기의 그릇에 담았기 때문에 잘 기억되고, 회자 된다. 기억에 남는 글은 재밌는 스토리가 담긴 글이다.




 최근 강연에 대해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강의를 하면서 내가 아는 지식을 전달하는데 급급했다. 첫째는...둘째는...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핵심을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언을 해주신 분은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듯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  사람들은 이미 너무 똑똑해서 내용 자체는 다 알고 있으니 이야기를 통해서 스스로 깨닫게 해야한다고 이야기하셨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랑과 감동이 있다.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다. 


 글도 이와 마찬가지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글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독자가 원하는 것은 새로운 지식이 아닌 공감이며, 감동이다. 단순하지만 명확하고 심금을 울리는 메시지가 이야기에 담겨 전해질 때 공감이 일어난다. 그렇게 공감하고 감동받은 글은 독자의 머리속에 찰싹 달라붙어서 잊으려 하면 할 수록 더 생생히 기억나는 글이 된다. 




#씽큐베이션 #잘팔리는글쓰기 #체인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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