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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래파파 Aug 27. 2019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최고의 설득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발표를 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때마다 어떻게 발표를 해야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 내용을 어떻게 구성해야할지,  피피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언제 핵심내용을 전달해야할지,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청중들의 반응은 어떨지. 열심히 발표를 준비하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은 별로 없었다. 열심히 준비한 수업 내용에 대해서는 큰 반응이 없던 청중들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내 사투리, 그리고 중간에 내용과 관련된 예화에는 반응하고 집중했다.


 이번에는 가장 반응이 좋았던 발표를 생각해봤다. 바로 졸업후에 학교에서 했었던 선배특강이었다. 각 학부의 졸업생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를 대상으로 학부생활, 지금의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는 특강이었다.


 "저는 경영경제학부 졸업생입니다. 6년전 여러분과 같이 꿈을 품고 우리 학교에 왔고, 그렇게 눈을 반짝이면서 앉아있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는 졸업생이 되었고 직장인이 되었네요. 제가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다양한 활동을 못한 것입니다. 학교에서 나름 열심히 한다고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공부에 매몰되어서 다른 활동을 잘 못했지요. 아. 그래도 CC는 했었습니다. 공부가 연애활동은 막지 못하더라고요. 지금의 시절이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발표는 100% 내 이야기로만 구성되었다. 성공한 이야기, 때론 실패한 이야기, 아쉬운 이야기를 후배들과 나눴다. 청중과 호흡도 잘 이뤄졌고, 발표 이후에 호응도 좋았다. 두가지 케이스를 통해 이야기의 놀라운 힘을 경험했다.




우주는 원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뮤리엘 루카이저, 335p


 최고의 설득은 읽어내려가기 아주 수월했다. 중간중간 공감되는 내용도 많았다. 다른 책들도 물론 크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유독 왜 이 책은 더 수월하게 읽었는지를 돌이켜 생각해봤다. 정답은 역시 이야기였다. 스티브잡스, 마크버넷, 오프라윈프리 등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인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짧게' 덧붙인다. 



65%를 이야기로 채워라! (96p)


 인권변호사 스티븐슨은 전달하는 내용의 65%는 이야기로 채워야한다고 말한다. 즉 이야기가 주가 되고 그 이야기의 신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25%정도, 전하고 싶은 정보는 10%로 구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나는 글을 쓸 때 구성은 우선, 정보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 정보의 신뢰성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사례나 근거를 제시한다. 혹은 순서를 약간 바꿔서 예시를 가볍게 던지고 내가 전하고 싶은 정보를 쓴다. 전하고 싶은 정보가 70%를 차지했고, 이야기는 없거나 '필요시' 보조 도구로 사용했었다. 얼마나 내가 쓴 글이 읽히지 않는 글 이었는지, 재미없는 글 이었는지 사뭇 반성하게 되었다. 



고무적인 리더는 과거를 받아들이고 거기서 배운 교훈을 나눈다. 261p


 설득하는 글, 재미있는 글을 쓰기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이 풍부하면 도움이 된다. 나는 세 군데의 정부부처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이력을 후배들도 알기에 지금의 직장에서 힘듦을 느끼고 있는 후배들이 종종 상담을 요청해온다. '선배님 다른 곳은 좀 어때요? 저 여기가 너무 힘들어요.'의 이야기를 하면 사실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너 임마, 여기가 그래도 엄청 좋은 곳이야, 불만 가지지 말고 일해. 다른데는 더 힘들어. 꼭 똥을 먹어봐야 똥인줄 알아?'라는 말이 불쑥 나오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면 꼰대 선배로 바로 소문이나기 때문에 꾹 참는다. 대신 내가 겪은 이야기, 내가 거쳐온 부처들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들려주면 (내 생각에는) 후배들도 나름 좋아하고 자기들 스스로 알아서 이해했다. 


 부처를 옮기는 결정은 당시에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결정이며 순간이었다. 왜 나한테만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나 원망도 했다. 그러나 지나고 나니 각 부처에서 생활한 한순간 한순간이 소중한 경험이 되고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러한 경험이 없었다면 후배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만의 이야기가 쌓이고 그것을 글로 풀어놓을 때 재미있는 글이 된다. 독자에게 많이 읽히는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지금 좀 더 힘들어야 되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쓴 못난 글도 나중에 함께 나눌 나만의 좋은 이야기거리가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위로가 되었다. 만일 내가 명문만 줄줄 썼다면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별로 할 이야기가 없을테니깐..



 독자는 내 지식보다 내 이야기에 관심이 더 많다. 지식을 원하는 독자라면 내 이야기를 읽을리가 없다. 나보다 똑똑한 작가는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지식을 전달하기에 나는 아주 부족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나만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글에는 지식을 빼고, 내 경험과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그럴 때 독자와 내가 서로 만족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글이 된다. 


  재미있고, 많이 읽히는 글은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는 자신이 겪었던 고난과 극복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조금 부족하다면 지인의 이야기도 좋다. 이야기를 쓸 때 독자는 집중하고, 그 글은 읽히게 된다. 이야기 속에 푹 빠져서 한참의 시간을 보내면 감동과 정보가 함께 몰려오는 글을 원한다. 머리를 설득하는 글 보다는 심장을 설득하는 글, 감동시키는 글, 심금을 울리는 글을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글을 써야한다.




#씽큐베이션 #잘팔리는글쓰기 #체인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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