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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래파파 Sep 10. 2019

내 뜻대로 되지 않아요.

정기인사이동

 공무원들은 정기적으로 인사이동을 한다. 공무원 사회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 보다는 두루두루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인사이동을 통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보통 한 부처내에서 인사이동을 하기 때문에 업무의 분야는 유사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영역의 업무를 경험한다.




 통일교육원에서 2년반정도 근무한 시점 정기 인사이동 시즌이 찾아왔다. 부처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일년에 두번정도 정기 인사이동을 통해서 근무지를 옮긴다. 아무나 다 옮겨주는 것은 아니고 해당 업무에서 오래 일한 사람(주로 2년 이상 일하면 오래 일했다라고 이야기 한다.)을 위주로 옮겨준다. 나도 2년 반정도 일을 했기 때문에 정기인사이동 대상이 되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우선 본부에 들어가고 싶었다. 당시 신규직원으로서 소속기관에 있으니 아는 사람의 범위가 한정적이었다. 시스템에 따라서 일을 하지만 그래도 일은 사람이 하기에 아는 사람이 많으면 아무래도 편리 하다. 그래서 본부에 위치한 과를 희망했다. 그리고  통일부만의 특수한 업무도 좋지만 공무원으로서 어느 부처에든 공통적으로 있는 업무를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운영지원과를 희망부서에 기재 했다.


 이것 또한 부처마다 다른데, 당시에는 인사이동 대상자에게서 1순위~3순위까지 희망부서를 받고 그 희망을 '고려'해서 인사이동을 한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희망은 어디까지나 고려하는 것이고 다양한 변수에 의해서 이동지가 정해진다.




 인사이동 신청서를 내고 나는 3박4일간의 고등학생 대상 캠프를 운영하기 위해 고성으로 떠났다. 이틀째 되는날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원샘, 하나원 간다던데?" "예? 저는 운영지원과 썼는데요?" "지금 초안 나왔는데, 하나원이래"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으로 왔을 때 사회적응훈련을 하는 기관이다. 시골에 위치해 있고 업무의 난이도가 있어서 크게 선호되지 않는 부서다. 인사팀에 바로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 하나원으로 가게 되는게 맞나요?" "네, 그렇게 되었어요. 죄송합니다" "아니 제가 신청도 안했고, 저는 서울에서 살아야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건가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인사담당자는 진심인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사과만 했다. 


  현장에 함께 계셨던 팀장님께 상황을 말씀드렸다. "그러니깐 내가 올해까지 같이 있자고 했잖아..." 매우 아쉬워 하셨다. 캠프를 끝까지 운영하지 못하고 중도에 서울로 돌아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화가 많이 났다. 인사가 아무리 뜻대로 안된다고 하지만 막상 그게 내 상황으로 닥치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공무원은 인사명령이 나면 죽으나 사나 가서 일을 해야한다. 격해진 감정이 정리되고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서울에서 1시간반가량 떨어진 곳이라 출퇴근이 힘들었다. 다행히 하나원 내부에 직원 숙소가 있어서 그곳에서 평일은 지내고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오기로 하였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다시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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