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대학교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이동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한번 옮겨본 경험이 있어서 두번째는 오히려 부담이 덜했다. 옮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때부터 새로운 시작이라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옮기는 절차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결혼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결혼도 결혼 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공무원이 부처를 옮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일대일 교류이다. 내가 통일부에서 방송통신대로 옮긴 방법이 바로 일대일 교류이다. 나는 이 시스템을 중고나라라고 표현한다. 모든 시스템이 중고나라와 유사하다. 중고나라에 팔고싶은 물건 정보를 작성하고, 사진도 찍어서 게시물을 올린다. 그리고 그 게시물을 사람들에게 노출하고, 게시물을 보고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이 판매자에게 연락한다.
부처를 옮기기 위해 나라일터라는 사이트에 옮기고 싶은 사람이 게시물을 작성한다. 본인의 근무지, 경력 등등을 게시물에 포함한다. 그 게시물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된다. 게시물을 본 사람이 글을 올린 사람에게 쪽지를 보내 추가적인 정보를 공유한다. 그리고 서로간의 합의가 이루어지만 시스템상으로 동의 의사를 표현한다.
두번째는 일방전입 이다. 부처에서 공석과 정원 상황을 보고 외부에서 추가적으로 직급별 모집 인원을 정한다. 그리고 나라일터 사이트는 물론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전입 공고를 띄운다. 전입 공고를 보고 조건에 맞는 사람은 각 부처에 지원을 하게 된다. 이것은 경력직 사원을 모집하는 것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다만 일대일 교류는 사람이 교체되는 것인데 반해, 일방전입은 말 그대로 한쪽 부처는 순증, 다른 부처는 순감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부처에서 동의를 안해주는 경우도 빈번하다.
방통대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으로 옮긴 방법이 일방전입이다. 하지만 떠나는 곳에는 이유가 있는법, 일방전입이 자주 나오는 부처라면 한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왜 사람들이 떠나는지.. 그당시에는 그것을 몰랐기 때문에 방사청에 지원했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므로 그때까지는 아주 좋았다.
서로 다른 두가지 부처를 옮기는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면접'이다. 이미 현직에 있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류를 하는 것이므로 별도의 필기시험을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 부처나 교류 대상자를 상대로 '면접'은 치른다. 우리 부처로 오는 사람을 얼굴 한번 안보고 뽑는 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면접은 공무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중요하게 생각된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점수로 드러나는 개인적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인성과 인상, 성품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뽑을 때는 면접이라는 관문이 반드시 포함된다.
과거 신입 공무원을 뽑을 때 면접은 형식적인 절차였다. 정원에 약간 상회하는 지원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간략한 면접을 본 이후 시험성적 순으로 합격자를 대부분 뽑았다. 하지만 지금은 면접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면접 대상자를 늘린 것도 하나의 이유이며, 면접을 통해 공직 사회에 필요한 사람을 뽑겠다는 의지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두번의 부처이동을 통해 각각 면접을 치렀고, 좋은 인상을 줬기 때문에 부처 이동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면접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조금 나누고 싶다.
면접을 볼 때는 결국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조직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파악해야한다. 동일한 질문이더라도 조직의 특성과 성격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내 생각과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조직의 목표가 일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조직의 방향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면접 답변을 해야한다.
또한 면접은 사람이 보는 것이다. 시험 성적처럼 무조건 옳고, 무조건 틀리는 것은 없다. 예의바르게, 기분나쁘지 않게 면접관에 맞춰서 면접을 치르는 지혜가 중요하다. 본인의 소신이 있고, 그 생각이 아주 명확하게 맞다고 생각할 지라도, 너무나 올곶게 그 생각만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면접은 주로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진다. 얼마 전부터 합숙면접 같이 오랜 시간을 두고 보는 면접이 새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전통적인 면접은 보통 30분내외에서 이루어진다. 그 짧은 시간안에 내가 조직에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를 어필해야한다. 면접관들도 알고 있다. 그 시간에 지원자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불필요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정제되고 연습된 모습을 면접관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또한 면접은 첫인상이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자리이다. 평소 표정연습을 통해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면 면접을 치를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면접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씩 떨어진다. 예전에는 면접을 치르게 되면 꼭 붙을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접어 들면서 이제는 면접 자리를 피하고 싶다. 점점 안정적인 것을 찾아가는 것은 아닌지,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들기도 하다.
그래도 그동안의 수많은 면접 경험을 바탕으로 혹시 있을 면접에 대비하고 준비해야겠다. 이제 방위사업청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