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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Dec 15. 2023

돌아보니 모두 사랑이었다

2023년을 돌아보며..

12월이 되었다. 한 해를 보낼 시점. 그야말로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4월에 둘째를 낳고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두 살배기 첫째를 같이 돌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진짜 힘들었다.


배를 갈라 갓 태어난 아기를 만나고 다시 회복하는 배를 웅켜잡으며 일어서던 것. 작은 아이의 울음에 뛰어다니던 것. 잠을 못 자 퀭해도 첫째와 놀아주고 웃겨주고 밥을 지어주던 것. 하나가 응가를 하면 하나는 토를 해서 진퇴양난에 빠졌던 것. 모유수유를 하느라 외출이 쉽지 않았던 것. 몸과 마음이 닳아서 몸살에 걸렸던 것.


나열하니 깊은 곳에서 숨이 가쁘게 몰아친다. 촘촘하게 즐겁고 신나던 순간들도 있었다.


첫째가 동생을 너무나 예쁘게 여기던 것.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여름 내내 동네 천을 돌며 곤충채집하던 것. 첫째가 말이 늘고 대화가 수월해진 것 둘째가 일찍이 일어서고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던 것.  남편과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 의지하던 것. 가끔 본래 하던 일도 할 수 있었던 것. 그래서 내가 할 수 있구나 자신감을 조금 되찾을 수 있었던 것.


뭉클하다. 기쁜 기억은 마음을 벅차게 한다.


지쳐서 나 더 이상 못하겠어했던 날이 떠오른다. 도망칠 수 없지만 도망치고 싶어라고 했었다. 엄마를 외치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삼키고 힘내자! 외쳤다. 에너지가 20프로 남아도 2프로 남아도  첫째가 좋아하는 로봇 만화에서처럼 '파워부스터'를 외쳤다.


하루하루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랑이 아니면 도무지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이던 내가 달라졌다. 내 삶의 어느 시절보다 능동적이고 활기차다.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최선을 다해 책임지고 싶은 나의 가족. 그들이 있어 나는 성장하는 계단을 오른다.


천천히 성장하는 기분은 내 마음의 넓이와 깊이로 느껴진다. 이전보다 분명하게 판단하고, 여유 있다.

방안에 널려있던 사물들이 제자리를 찾아 정리된 것처럼 가고 싶은 길이 너무 많았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았다. 엄마와 아내라는 자리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므로 2023년은 '사랑으로 성장했다'는 말로 정리해 본다. 한순간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사랑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소모될 수 없는지 또 얼마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알게 되었으니까.


올라퍼 엘리아슨 slow inner growth for long time lovers living in life harmony(2023)


요즘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제목이 좋아서. slow inner growth for long time lovers living in life har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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