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투영과 상징적 소비
삼성전자에서 갤럭시 스마트 태그(Galaxy Smart Tag)를 출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플에서도 에어태그(Air Tag) 출시를 알렸다. 이제는 분실물의 위치를 찾아주는 태그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표적 고객은 누구일까? 평소에 자동차키를 자주 잃어버리는 건망증이 심한 자동차 소유자? 매일 저녁 반려견과 산책하는 견주? 아니면 어렸을 적 보물찾기 게임을 그리워하는 중년의 남성?
얼마 전 지인 부부와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지인 아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미 우리 딸 아이 가방에 갤럭시 스마트 태그 달아놨어. 학교 끝나고 갑자기 사라질 때가 종종 있어서.”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필자는 그녀가 딸한테 유난스러운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유아가 부모와 떨어졌을 때 보여주는 분리불안 행동을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지만 그녀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녀가 엄마로의 전환(transition to motherhood)으로 인해 행동한 것으로 보았다. 한 명의 여성이자 엄마인 그녀는 딸을 확장된 자아(extended self-concept)로 인식해 본인의 자아 정체성(self-identity)을 딸에게 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비심리학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는 순간 그 여성은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됨에 따라 정체성의 변화를 겪는다고 밝히고 있다.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됨과 동시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아이에게 투영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본인의 정체성을 투영시켰기에 아이를 위한 제품구매를 통해 자신이 어떠한 엄마인지 그리고 얼마나 ‘좋은 엄마’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소비(symbolic consumption)를 하게 된다. 백화점에서 아이들 옷을 구매하는 엄마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엄마들은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게 되면 일종의 죄책감(guilty)을 느끼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소비를 적극적으로 통제하면서 아이를 위한 소비를 통해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아이들을 향한 엄마들의 지나친 모성애를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가 퍼진 적이 있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세상의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를 또 하나의 자아로 인식하고 동일시한다는 것을 알기에 필자는 이해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008년 신경숙 작가가 쓴 ‘엄마를 부탁해’는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가 사라진 지 일주일째다.’
2021년에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기다리고 있다. 엄마는 자신의 자아가 투영된 아이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을 위해 두 기념일을 기다리고 있다.
김나민. (2018). 엄마의 쇼핑: 아이를 위한 구매시 느끼는 감정에 대한 연구. 기업경영연구, 78, 131-146.
Andersen, L P , Sorensen. E & Kjaer, M. B. (2008), Not too conspicuous, mothers’ consumption of baby clothing, European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8, 94-98.
Banister, E N & Hogg, M. K. (2006) Experiencing motherhood: the importance of possible selves to new mothers,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33. 343-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