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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언 Jun 20. 2021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미니멀리스트(1)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과 정서적 웰빙

 “교수님. 제 생각에는 본인이 미니멀리스트다라고 인스타로 보여주는 사람들은 다 가짜같아요. 그 사람들은 미니멀리스트라 하면서 미니멀리스트처럼 보이는 브랜드 제품을 새로 구매하잖아요.”  

    

 대학교 4학년이라 자기 스펙 관리하느라 시간이 부족할 텐데, ‘진짜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공부하고 싶다며 연구제안을 했던 혜린이가 필자에게 했던 이야기다.      


 그 후 그 혜린이와 여러 번의 연구미팅을 진행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교수님.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는 거의 외출을 못 했었거든요. 집에서 싸강만 듣다보니 방 밖을 나올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제 방이 너무 어지럽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방에 있는 물건들을 죄다 정리해야 겠다 생각했죠. 그러다 유튜브로 미니멀리즘을 검색해서 영상을 몇 개 봤는데, 많은 유튜버들이 쓸데없는 물건들은 죄다 버리고 대신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유명 브랜드 제품들을 싹 구매해서 다시 채우는거에요. 그게 무슨 미니멀리즘이에요? 그냥 남들한테 난 미니멀리스트에요라고 보여주려고 하는 행동아닌가요?”


방황해도 괜찮아(2021) -Photo by Eun Bin)


 혜린이가 처음 미니멀리즘을 주제로 필자에게 왔을 때에도 해당 연구주제에 대해 큰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비 절제(anti-consumption)자발적 간소화(voluntary simplicity) 와 같이 미니멀리즘과 유사한 개념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미니멀리즘은 내가 알고 있었던 지식과는 다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Kang과 동료 연구자들(2021)의 연구 결과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번잡하고 지저분한 것을 못 참으며(clutter removal), 쇼핑할 때도 충동구매를 하지 않고 매우 신중하다(cautious shopping). 그리고 제품을 살 때는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며 오래 쓸 수 있는 제품(longevity)을 구매한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구매하면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하기에 내구성이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물질주의(materialism)로 인한 과잉소비를 반대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소비를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주의적 동기로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충만함(flourishing)을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울함(depression)도 잘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보호를 위해 불필요한 제품 구매를 줄이고 과잉소비를 절제하는 친사회적 소비행동은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자발적 간소화로 불러야 보다 정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혜린이가 처음에 제안했던 연구문제의 실마리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정체성으로 갖고 있는 브랜드가 실제로 내구성이 좋고, 불필요한 디자인이 제거되어 공간 효율성이 우수하면 미니멀리스트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다.      


Kang, J., C. M. J.Martinez & C. Johnson(2021), Minimalism as a sustainable lifestyle: Its behavioral representations and contributions to emotional well-being, Sustainable Production and Consumption, 27. 802-813.      

Lee, M. S. W. & K. V. Fernandez & M. R. Hyman(2007), Anti-consumption: An overview and research agenda,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62, 14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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