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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언 Mar 28. 2021

라이프 스타일의 완성은 '깔맞춤'

디드로 효과와 심미적 부조화

 스웨덴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 먼 나라를 가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에 큰돈을 쓸 계획이 없었다. 그렇게 별 생각없이 쇼룸을 지나치다가 우연히 인비우덴(INBJUDEN) 꽃병이 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쇼룸을 지나가는 와중에도 그 꽃병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그런데 우연히 인비우덴 꽃병과 어울리는 조화(造花)를 발견했다. 멋진 인비우덴 꽃병에 조화는 조금 아쉽지만 그런대로 거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집에 꽃병을 둘 보조 테이블이 있던가? 집에 있는 오래된 보조 테이블은 이 멋진 꽃병과 안 어울린다. 그래서 보조 테이블을 하나 더 장만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계획했던 것보다 돈을 더 쓸 것 같다. 보조 테이블에 어울리는 솔빈덴(SOLVINDEN) LED 체인 조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케아 매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쇼룸이 기다리고 있다. 지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거실, 주방, 서재, 그리고 침실로 구성된 쇼룸을 지나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쇼룸을 지나면서 방문객들은 의식하지 않겠지만 이케아식 인테리어에 점화(priming)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 집에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했던 하지만 여전히 튼튼한 가구들이 낡아 보이기 시작한다.

이케아(좌,ikea.com)와 무인양품(우, mujikorea.net)

 필자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마케터들은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디드로 효과는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인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가 세련된 서재용 가운을 선물로 받았으나 서재 가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서재용 가운과 어울리는 책상, 책장, 의자, 그리고 시계 등을 새롭게 구매했다는 일화에서 시작되었다.    

  

 문화인류학자 그랜트 맥크래켄(Grant McCracken)이 처음 소개한 디드로 효과는 심미적 부조화를 해결하려는 동기(resolving aesthetic incongruity)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제품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유발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요즘 말로 ‘깔맞춤’이 안 되면 심리적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불필요한 디자인은 제거하고 기능성이 강조된 라이프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이 소개되면서 매번 언급되는 브랜드가 이케아와 무인양품(MUJI)이다. 그런데 두 브랜드가 설계한 쇼룸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은 잘 알 것이다. 둘 다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심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케아는 스웨덴에서 시작되었고 무인양품은 일본에서 시작되어서 그런가? 물론 소비자들은 이를 ‘기분 탓’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심미적 부조화로 인해 발생한 불편함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샘은 삼성전자와 협업해 한샘리하우스 스마트패키지를 출시했다. 한샘은 리모델링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비스포크(BESPOKE)를 소개한 이후 홈인테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두 업체의 협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심미적 조화(깔맞춤)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


 이러한 심미적 조화를 정책 캠페인에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동 킥보드가 대중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보행자와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탑승자들을 단속한다고 한다. 안전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는 전동 킥보드 탑승자들은 그래도 여전히 헬멧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다. 

슈프림(좌, supreme.com)과 반스(우, vans.com)

사회적 가시성이 높은 전동 킥보드를 즐겨 타는 젊은 사람들은 디자인 감각(design acumen)이 민감하다는 것을 경험 많은 마케터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들에게 기능성이 강조된 헬멧을 착용하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전동 킥보드와 멋지게 어울리는 헬멧을 착용한 새로운 어반 라이프(Urban Life)를 캠페인 형태로 제안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심미적 부조화로 인한 불편함을 자극하는 것이다. 어쩌면 스케이트보드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슈프림(Supreme)과 반스(Vans)에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Jeon, J. E. & Lee, J. (2016), Brand schematicity moderates the effect of aesthetic brands on brand accessories purchase intentions. Social Behavior and Personality, 44(10), 1733-1746.

McCracken, G. (1988), Culture and Consumption. Bloomingꠓton: Indiana University Press.

Patrick, V. M. & Hagtvedt, H. (2011), Aesthetic incongruity resolu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48(2), 39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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