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같은 공간, 그리고 다른 시각. 그 첫번째 이야기(2/2)
서울의 중심 종로 일대.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장소이고, 좋아하는 장소이며, 애환이 담긴 장소라고 한다. 하지만 경기도 일산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종로 일대는 생소한 장소였다. 경기도와 가까운 서울 중에서도 거리가 꽤나 먼 곳에 해당하기 때문에 종로를 찾아가야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초등학생 때는 부모님과 여름날의 경복궁과 청계천을 방문하기 위해서, 중학생 때는 부모님과 동대문을 방문하였다가 집에 가는 버스를 환승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때는 같은 반 친구들과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을 구매하기 위해서 교보문고의 ‘핫트랙스’를 방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종로 일대는 번쩍거리고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길고 넓은 도로가 깔려있는 어색하고 낯선 장소였다. 대학생이 되고 어느새 종로는 나에게 궁금한 장소가 되어있었다. 요즘 ‘핫 플레이스‘라고 말하는 서촌과 익선동이 모여 있고, 광화문과 덕수궁 등 조선의 많은 문화재가 모여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생각이 꽤나 많이 전환된 시점에서 종로 일대 탐방 에세이 과제를 받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종로 일대를 제대로 방문하게 되었다.
경복궁을 방문하다
종로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장소는 경복궁이었다. 초등학생 때 경복궁을 방문하여 느꼈던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아직도 남아있다. 때문에 10년이 넘게 지나 대학생이 된 지금의 관점에서 경복궁을 바라보고 싶었다.
우리는 광화문빌딩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경복궁을 향해 걸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무척이나 한산했다. 거리 곳곳에는 경복궁 근처임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고, 간간이 한복 대여점 몇 군데와 음식점만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사람이 적고 한산하여 경복궁의 장엄한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했다.
광화문을 지나쳐 오지 않아서 경복궁의 중문인 흥례문을 먼저 만났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흥례문 안으로 들어가니 영제교의 돌짐승 석수(石獸)들이 반겨준다. 얼핏 봐서는 해치 또는 용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난간의 양쪽 끝, 모두 네 군데 기둥 위에는 아무나 궁궐의 중심부에 들어서지 말라는 뜻에서 짐승상을 배치했다고 한다. 석수들이 지키고 있는 영제교의 아래에는 지금은 바닥을 드러낸 마른 개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금천(禁川)이 흐른 장소가 남아있다. 이곳에 잠시 서서 ‘금천이 지금도 흐른다면 아름답겠다‘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금천이 지금도 흐른다면 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오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정문을 지나 근정전 앞에 도착하니 새삼 이곳의 웅장함에 놀라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 훼손되어 90% 이상의 전각이 손실되었고, 이후 복원하였다지만 예전에 비하면 작은 규모인데도 상당히 넓게 느껴졌다. 새 왕조가 큰 복을 누려 번영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경복’이라는 이름. 그 뜻과는 다르게 일본에 의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곳이다.
또한 이곳에 오니 마치 여행을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홍대 혹은 이태원의 카페에 방문해 사진을 찍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노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경복궁 방문은 신선한 전환이 되었다. 함께 방문한 친구들 또한 ‘여행을 온 것 같다’, ‘해외 나갈 필요가 없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에세이 작성을 목적으로 방문했지만 경복궁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정전 내부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갔다. 가을의 햇빛이 강해 땀이 났지만, 근정전 앞에 서니 신기하게도 바람이 불고 서늘해졌다. 서늘함을 느끼기에도 잠시, 화려하고 아름다운 근정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 천장과 화려한 색감 때문인지 국왕의 즉위식과 대례 등이 있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경복궁 북측에 있는 향원정과 경회루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그러지 못하고 나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비록 이곳에 있는 건축물의 대부분이 조선이 건국되며 지어진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지어진 당시 경복궁의 아름다움은 지금보다 더 뛰어났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서울에 빼곡히 서있는 빌딩의 숲에서 옛 조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경복궁. 이 때문에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아 한복을 갖춰 입고 사진을 남겨 가는 것이 아닐까?
삼청동거리와 블루보틀
경복궁을 나와 동쪽에 있는 삼청동 거리로 향했다. 삼청동 거리에는 다양한 갤러리가 있고, 그 옆으로는 오설록과 블루보틀 삼청한옥점이 있다. 이런 시국에 일본 얘기를 하는 것이 꺼려지기도 하지만, 필자는 2019년 1월 경에 일본의 오사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블루보틀이 한국에 입점하지 않았었다. 블루보틀은 일본 여행을 간다면 방문해보고 싶은 장소였기에 찾아갔지만, 길이 어려워 방문하지 못했었다. 때문에 커피에 꽤나 관심이 있는 나에게 이곳은 아쉬운 의미가 있었다. 이후 미국의 블루보틀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현재는 서울에 블루보틀이 많아져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당시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블루보틀 중에서 제일 예쁜 지점이라고도 하는 블루보틀 삼청 한옥점. 아니나 다를까, 코로나 시국임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핫플레이스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대단하다 싶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삼청동의 상권이 여전히 활기가 있는 이유가 블루보틀에 있지 않나 예측해 본다. 최근 블루보틀 삼청 한옥점은 근처 한옥을 개조해 한옥카페를 따로 만들었다. 혹시 블루보틀을 프라이빗하게 즐기고 싶다면 삼청 2호점 예약을 하고 방문하면 된다.
한옥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이 숨쉬는 곳, 북촌
북촌으로 가는 길목에는 다양한 기와로 된 건물이 즐비해있다. 또한 거리 곳곳에서는 한글로 이름을 새긴 간판을 볼 수 있다. 고등학생 때 인사동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편의점의 이름이 ‘씨유’로 되어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씁쓸하기도 냉소적이기도 하다. 한글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에서 한글로 된 간판을 보고 생소해 하다니. 종로 일대의 간판의 일부를 한글로 달자고 제안한 분의 아이디어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사소한 것이지만 특별한 발상이 종로에 모여 대한민국의 중심을 나타내고 있지 않나 싶다.
뜨거운 햇볕 아래 오르막길을 올라 북촌에 다다르니 시끌벅적한 삼청동 거리와는 다르게 고요한 북촌의 한옥마을이 펼쳐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좁은 한옥거리에 몰려있었고 연인들과 관광객들은 한옥과 함께 사진을 남기기에 바빠 보였다. 실제로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기 때문에 한옥의 대문 곳곳에는 조용히 해달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또한 침묵을 부탁하는 표지를 목에 걸고 관광객의 안내를 돕는 봉사자들도 서있었다. 한옥마을의 운치를 즐기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예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한옥마을을 둘러본다.
서울의 중심을 흐르는 청계천
밤이 어둑해져 청계천에 방문했다. 청계천의 양옆으로는 하늘 높이 고층 빌딩이 자리 잡고 있으나, 유유히 흐르는 청계천을 보며 걸으니 신기하게도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중간에는 이동을 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있는데, 친구들과 이곳을 건너니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도로가 지나다니는 광교 아래를 지나 모전교 근처로 가니 청계천을 바라보며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연인들이 근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고 있었으며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은 소망석에 동전을 던지고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속에서 사람들에게 휴식의 장소를 내어주는 청계천.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쁨과 고민을 안고 이곳을 방문할 것이다. 청계천의 존재가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여기, 종로
빠르게 돌아가고 변화하는 사회, 그에 맞춰 바쁘게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현실. 학창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회의 무서움. 20대가 된 나는 정신없이 살아가고 조금씩 책임감을 길러가며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노는 것도 트렌드에 맞춰 놀아야 하는 요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너무 적응하고 있다고 느낄 즘에 종로에 방문했다.
종로는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며 무지했던 나를 깨우치게 해주었고, 보존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유행과 보여주기 식의 sns에만 몰두하는 것보다, 가끔은 걷고 이야기하며 주변을 돌아보는 것의 중요성을 돌아본다. 종로에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 시간을 열어둔다. 조용히, 그리고 따스하게.
이 글을 작성해 준 조은빈양은 패션 기획 MD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의상과 공간에 관심이 많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동물을 사랑합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공감하고 생각에 잠기는 것 그리고 그때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깊이 있는 대화를 좋아합니다. 하루 중 소소한 소중함을 좋아합니다.
은빈 양의 꿈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