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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백하 Oct 21. 2024

포인트 블랭크, 파벨만스 - 일상의 권태 묘사하기

映畵 이미지 2.

 1. 포인트 블랭크

 동료의 배신으로 감옥에 갇혔던 주인공이 탈옥 후 아내를 찾으러 가는 장면이다. 아내는 주인공을 배반한 동료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본 장면은 주인공의 이동과 아내의 일상을 교차해 보여준다.

 아내를 찾으러 가는 주인공의 구두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그리고 그 구두 소리는 걸음에서 비롯되기에 규칙적인 음향이다.


 무기력하게 일어난 아내. 아내가 뒤이어 묘사될 일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가 제시된다.


또각또각.


 이제 주인공은 차를 타고 있지만 구두 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장면 내내 유지된다.


 관리를 받는 아내의 모습. 수많은 거울 속의 잔상을 배치해 아내의 이런 생활이 수도 없이 반복됐음을 함축해 보여준다. 장면의 시작부터 나오던 규칙적인 구두 소리는 거울 속의 잔상과 엮여 아내의 반복되는 일상의 묘사를 더욱 강화한다.

 또한 주인공의 이동 쇼트와 규칙적으로 교차편집 되며(두 번) 이 무기력한 일상이 언제든지 파괴되고 남편의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주인공이 아내를 만나자 구두 소리는 사람을 놀래키는 듯 강렬한 음악으로 바뀌며 무기력하고 긴장되는 일상은 끝나게 된다.

 물론 이 장면은 굉장히 규칙적인 교차편집이나 거울쇼트 하나로 상술한 긴장감이라든지 일상의 권태를 충분히 묘사해내는 시각적 형상을 가진다. 하지만 구두 소리와 강렬한 음악이 없다면 일상의 붕괴의 순간이 다소 약해지지 않았을까. 또 장면을 지배하고 있던 구두 소리가 없다면 두 상황 간의 긴밀함이 상당 부분 느슨해졌을 것이다.

  

2. 파벨만스

 부부싸움을 하고 집 밖으로 나온 상황. 토네이도가 분다.


 일상의 고단함으로부터 지친 아내는 아기를 남편에게 맡긴 뒤 (일상에서 벗어나)


 애들을 데리고 토네이도의 비일상으로 향하려 한다.


 남편이 뭐라고 하든 무시한 채 간다. 이때 남편과 집은 카메라가 설치된 자동차가 이동함에 따라 화면에서 점점 작아진다. 일상으로부터의 도피가 결국 남편과의 이혼으로 이어질거란 가정의 붕괴가 암시된다.


 대피하는 차들과 달리 토네이도(비일상)로 향하는 아내.


 비일상의 영역으로 도망친 아내.

 그러나 비일상의 영역으로 도망쳐 온 그를 맞이하는 것은 수많은 카트의 행렬이다. 그는 마트 나가서 장 보고 집안일 하는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결국 자신이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깨닫고 아내는 절망한다.

 종합하면 관객은 저 판을 붕괴시키지 않는 이상 이 상황이 답보될 뿐이라는 강렬한 인상과 이에 따른 가정 붕괴에 대한 암시를 가지게 된다. 더불어 아내(혹은 모친)인 미치 파벨만의 캐릭터를 그리 길지 않은 장면으로 묘사해냈다.


번외)

 어딜가나 '집'이라는 단어의 보편적인 형태는 지붕 있는 그런 그림이다. 집은 외부와 내부를 가르는 가장 기본적인 경계이기도 하다


 집이라는 건 곧 가정이다. 이 형태를 직접적으로 보이는 순간이 파벨만스에 두 번 존재한다.


#1

 이 장면은 새미가 보여준 불륜 영상집을 새미의 모친이 보고 나오는 순간이다. 이때 모친은 삼각형을 형성하고 새미는 그 안에서 초조한 모습을 보인다.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내 도형은 무너지고 미치는 새미의 눈높이보다도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 가정에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그것을 곧바로 붕괴시킴을 통해 그녀가 느꼈을 자괴감과 죄책감을 강력하게 묘사한다.


#2

 우울에 빠진 아내를 달래는 남편.

"베니는 내 친구였지만 여기서는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아."

 방금 전의 장면과 비슷하나 여기서 미치는 남편의 삼각형 안에 위치한다. 남편을 앞에 두고 아내를 그 안에 배치해 가장의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버트의 심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카메라가 옆으로 향하고 아내가 움직이며 삼각형은 붕괴된다.


"버니는 내 친구지 네 친구가 아녔어."


 여기서 삼각형의 붕괴는 버트가 가정을 끝내 지키지 못할 것을 시사한다.


(2024년 3월 24일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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