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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작가 Mar 06. 2021

항상 네 곁에 있을게. 진짜야.

  

   거실 소파에 앉아 우아하게 책을 읽고 있는데, 일곱 살짜리 아들 쭈니가 엄마~ 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다가왔다. 엉덩이춤을 추면서. 

무장해제된 나는 하트 뿅뿅 눈 레이저를 발사하며 쭈니의 양볼에 입술도장을 마구 마구 찍어댔다.

그리고 내 입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보통 엄마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할 법한 거짓말이 튀어나왔다.


“사랑해~ 평생 엄마랑 같이 살자?”


쭈니가 물었다.   

“평생? 엄마, 평생이 뭐야?”

“응,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라는 뜻이야. 엄마랑 죽을 때까지 같이 살자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쭈니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목구멍에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 죽는 거 싫어!! 으이잉.. 죽는 거 싫어!!”


헉. 당황한 나는 얼른 쭈니를 꼬옥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또 한 번 거짓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래그래 우린 죽지 말자! 죽지 말고 영원히 살자”


일곱 살짜리 아이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큰가 보다. 그래도 어쩌랴.

아들아. 우리는 반드시 죽게 된단다.


사람들은 죽음을 외면하려 들고 그것을 망각한 채 지내기도 한다. 뉴스에서 누군가의 사망 소식이 들리지만 지인의 얘기가 아닌 탓일까? 죽음을 그저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 얘기처럼 받아들이곤 한다.


  경찰인 나는 직업 특성상 일반인보다 뉴스가 아닌 실재 현장에서 시신을 많이 보는 탓에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시민을 구조하거나 범인의 습격으로 순직한 경찰 동료의 소식은 남 일이 아님을 느끼게 해 준다.

 고등학생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친정아빠에 대한 기억은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언제든지 가족 곁을 떠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줬다. 


ⓒ뽈작가


  그래서 나는 갑자기 닥칠지도 모를 슬픈 미래를 대비해 우리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엄마는 항상 너희들 곁에 있을 거야.”라는 말은 뭔가 찝찝하다. 죽어서도 곁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 기억 속에 죽기 직전까지 거짓말하는 엄마로 남는 건 ‘죽어도’ 싫다.


사람은 죽으면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되는 걸까?

내가 죽어서도 우리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는 걸까?

나는 종교 여부를 떠나 두루뭉술하지 않은 뭔가 실체적이고 확실한 답을 얻고 싶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한 과학자의 지극히 과학적인 답변을 듣게 되었다. 


“우리는 00의 형태로써는 영속(永續)할 수 있어요”


유튜브 채널 <요조의 책, 이게 뭐라고?!>에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서 한 말이다. 

와우! 우리가 사라지지 않는다굽쇼? 어떤 형태로요? 영혼? 귀신? 바람? 


그가 말한 형태는 바로 ‘원자’였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원자의 형태로써는 영속할 수 있어요”


우리의 몸은 수많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원자 자체는 우주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속한다고 한다.


영속성을 증명하는 사례 중에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다.

질량 보존의 법칙은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전 물질의 총 질량과 화학 반응이 일어난 후에 생성된 물질의 총 질량이 서로 같다는 법칙이다. 물질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더라도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자체는 변하지 않고 원자들의 결합 방식이나 배열이 변함으로써 새로운 물질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죽더라도 우리 몸을 이루던 원자들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뿔뿔이 흩어져 다른 물질 - 예를 들어 나무, 흙, 나비 (아 물론, 그것도 복불복이겠지만;) 등 - 의 일부가 될 수 있단다.


김상욱 교수의 말을 들으니 뭔가 안심이 된다.

“내가 죽어도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라니!

뿅 하고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고 이 세상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수 있구나!


우리 아이들에게 이 말만은 자신 있게 할 수 있겠다.

“엄마가 죽어서도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아들아. 이건 거짓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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