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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작가 Feb 24. 2021

작은 경찰(Weak Police)


 2021년 1월, 내가 애정하는 싱어송라이터 요조가 4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코로나와 한파로 얼어붙었던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 상큼 발랄한 싱글 <모과나무>. 달리기를 하던 요조가 우연히 맡게 된 모과 향기를 기억하며 만든 노래라고 한다.


그런데 한 달 뒤 <작은 사람>이라는 신곡 하나를 또 발표했다. 꺄악! 제목만 봐서는 <모과나무>처럼 뭔가 향긋하고 행복한 이야기 담겨있을 것 같았다^^.


요조 언니! 모과나무 찾다가 귀여운 아이를 만나셨나요? 아니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멋진 남자를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인가요? 혹시.. 작은 사람은 남친? 


이러한 나의 예상들은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완.전.히. 빗나갔고, 보송보송했던 마음이 점점 아려왔다.


<작은 사람>은 부모님을 염두에 두고 만든 다소 묵직한 노래였다. 커다란 존재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이 어느 날 문득 작게만 보였다는 요조의 담담한 시선이 담긴.


오늘 그 횡단보도 끝에
서있는 아빠를 보았네
우 몰래 보는 아빠는
왜 저다지도 작은지 


요조의 눈에 작아 보이는 사람은 부모님뿐만이 아니었다.

그녀 자신 또한 작은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우 엄마 아빠 우리는 
왜 이다지도 작은지    


나도 그럴 때가 있다.

크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너무도 작게 느껴질 때. 

고등학교 2학년 겨울 교통사고를 당해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는 더 이상 나에게 크지 않은 존재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의 직업, 경찰관.


어렸을 때부터 경찰을 엄마 아빠보다 막강한 존재로 생각했다. 

막상 경찰이 되고 난 후 우리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 순간부터 그런 생각들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뽈작가


우리는 왜 이다지도 작은지? 


그러고 보니 제목 ‘작은 사람’은 ‘small people’이 아니라 ‘weak people’이었다. 작고 연약한 사람들.


요조는 <작은 사람>을 커다랗고 위대한 동시에 작고 연약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 예외 없이 너무 크고, 또 너무 작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작음’을 회피한다거나 못 본 척 지나치지 않고 받아들인다. 손을 흔들어 준다.


일단 손부터 들고 흔든다
나의 작은 사람에게


경찰도 예외 없이 너무 크고, 또 너무 작다. 

사람마다 경찰을 보는 시선도 가지각색이다.

경찰을 작게 보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큰 존재로 생각해서 믿고 의지하는 사람도 많다. 경찰을 너무 크게 본 나머지 도움 요청을 주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조처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될 것을 왜 그리 큰 것에만 집착했던 걸까? 


‘강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물리적인 힘이 세다’, ‘수준이나 정도가 높다’는 뜻뿐만 아니라 ‘무엇에 견디는 힘이 크거나 어떤 것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도 포함한다.


견디는 힘. 대처하는 능력.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힘든 상황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능력이다.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앞에선 언뜻 약하게 보이겠지만 휘둘리거나 쉽게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한다면 실로 강한 경찰이지 아닐까?


사람들이 나를 큰 경찰로 봐주길 바라기보다는

큰 경찰이 되기 위해,

어떠한 상황이든 슬기롭게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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