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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작가 Jan 30. 2021

레시피에 담긴 친정 엄마의 생기

나는 오늘도 세상 편한 짓(?)을 거부했다.

나는 오늘도 세상 편한 짓(?)을 거부했다.

나는 오늘도 세상 편한 짓(?)을 거부했다.나

나는 오늘도 세상 편한 짓(?)을
거부했다..


오늘은 당신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될까? 


요리의 필수 재료(?)인 스마트폰을 켠다.

검색창에 ‘00 만드는 법’, ‘00 레시피’, ‘00 요리’를 입력하기만 하면 끝.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요리법 중 적당한 것을 골라 따라 한다. 처음 만들어 보는 음식이라도 친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 덕분에 어느 정도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맛은 보장 못하겠지만. 어쨌든 세상 참 좋아졌다.


그런데 나는 이런 편리한 디지털 방식을 놔두고 굳이 아날로그 식으로 요리법을 찾을 때가 종종 있다.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것이다.(아, 직접 만나는 게 아니니 완벽한 아날로그 식은 아니군;) 참고로 나는 제주도가 고향이다. 경찰이 되기 위해 노량진 학원가에 온 이후 17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다.


당연히 엄마는 정확한 용량 대신 "적당히 넣으면 돼", 건강엔 무심하신 듯 "마지막에 연두(MSG)는 꼭 넣고"라고 알려주신다.

거기까지면 참 다행이겠으나.. 했던 말 또 하시고, 강조한 거 또또또~ 하시니 요리법을 알려주시는 건지 마흔 넘은 딸년 아직도 인내심 훈련시켜 주시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세상 편한 스마트폰 검색을 놔두고 뭣 하러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나는 이런 짓도 하나의 '효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효도 중(?)인 나^^ (ⓒ illust by 뽈작가)


예전에 우연히 한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한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일찍 죽을 확률이 3배나 많다


문득 친정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그 누구보다 활달하셨지만 웬일인지 점점 말 수가 줄어들고 기운도 없어 보이던 그녀..

70세가 넘으셨지만 크게 아픈 곳도 없고, 자식들이 준 용돈과 국민연금 덕분에 사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다. 정기권 끊은 목욕탕도 매일 가시고 노인복지관에서 요가를 배우시거나 친구분들과 수영장도 다니셨다. 엄마의 여유 있는 삶이 부러울 정도였다.


도. 대. 체! 의기소침해지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그 뉴스 기사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한 탓에 일찍 죽을 확률이 높은 노인들처럼 엄마도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엄마는 자식들에게 늘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으신데, 시간이 흐를수록 해줄 게 없는 존재, 받기만 하는 존재가 되는 것 같아 불안하고 슬프시겠구나?


그래서 고민을 해보았다.


엄마가 '나는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방법 한 가지를 생각해냈다.

그건 바로 ‘엄마에게 물어보기’

제주도 날씨는 어떤지, 지금 뭐하고 계시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등 안부전화에 딸려 나오는 멘트 성 질문이 아니다. 당신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요라는 부탁의 질문이다. 그 예가 바로 요리법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당장 실천에 옮겼고,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 톤이 그걸 증명해줬으니까.


일상적인 안부전화에선 건성건성 조용히 대답만 하시더니 요리법을 물어보는 전화에선 아주 그냥 활기찬 목소리로 대화를 이끌어가셨다.


효도가  별거 있나?

부모님께 선물이나 용돈 등을 드릴 수도 있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도록, '나는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드시도록 하는 게 좋은 효도일 것이다.


아 물론 티 안 나게 해야 한다. "엄마! 계란 프라이는 어떻게 해?"라는 질문은 절대로 안 된다. 

이제 까지 내가 쓴 글을 읽고 "엄마! 돈 좀 줄 수 있어?"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은... 축하합니다. 최고의 불효자로 선정되셨습니다.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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