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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수 Jul 31. 2018

봄에 할 일은 꽃을 피우는 것

김중식 시집, 『울지도 못했다』(문학과지성사, 2018)

김중식 시집 『울지도 못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황금빛 모서리』(문학과지성사) 이후 25년 만입니다. 


예전에 시인이 저한테 시와 생계는 양립할 수 없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문학에 대한 극한의 염결성이 시적 태도의 중심에 있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경향신문 기자, 국정홍보처, 대통령 비서관실 등에서 일할 때에는 시를 거의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시집 출간이 늦어진 까닭입니다. 

김중식 시집, 『울지도 못했다』(문학과지성사, 2018)


“먹고사는 게 최고 존엄 맞지만/ 멀리 가 봐야 노동이고/ 높이 날아 봐야 생계”(「도요새에 관한 명상」)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지상에 건국한 천국은 지옥”(「시인의 말」)이니까, 제아무리 잘 나가도 인간이 끝내 이를 곳은 천국이 아니라 떠남, 즉 죽음입니다. “‘살다’를 길게 발음하면 ‘떠난다’는 뜻”(「어쩌다 종점」)인 것이지요. 


“울지도 못했다”는 제목이 상징하듯, 우리의 삶은 슬픔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지옥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인의 답은 단순합니다. 


“내가 아는 건/ 가을 숲 불꽃놀이가 끝나더라도/ 우리가 할 일은 봄에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깊은 상처의 도약”이자 “가장 뜨거웠던 입의 맞춤”이 됩니다. “다가가면서 멀어질지라도/ 봄에 할 일은/ 꽃을 피우는 것”(「물결무늬 사막」)이죠. 


이것이 바로 우리의 구원입니다. “삶과 사랑은 지상에서”(「시인의 말」)밖에 못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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