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의 다섯 번째 시집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8)
이영광의 다섯 번째 시집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8)이 나왔습니다.
‘끝없는 사람’이란 무슨 뜻일까요. 인간은 아무리 가 닿으려 해도 타인은 도달할 수 없는 미지를 누구나 품고 있습니다. 언어로 도무지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사랑이란,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의 다른 말이죠. 아마도 내가 누군가를 ‘끝없는 사람’으로 부른다면, 아마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과 같은 뜻일 겁니다. 그를 탐구하고 싶다, 그에게 반응하고 싶다는 욕망에 들린 상태니까요.
이 마음이 자신을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나를 더 알고 싶다는, 내 안에 있는 미지의 힘들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갈망으로 나타나겠죠.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언어를 넘어서, 내 언어가 아직 가 닿지 못한 나를 향해 가고 싶다!
자신이든, 타자든, 어떻게 하면 ‘끝없는 사람’에 이를 수 있을까요. 시인은 온 몸의 고통과 상처를 응시함으로써 ‘끝없는 사람’에 나아가려 합니다. 한 인터뷰에서 시인은 말했습니다.
“아픈 사람은 앓습니다. 그런데 신음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이지요. 하지만 신음만큼 인간의 고통을 잘 전해 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 시인은 ‘피의 혀’로, 그러니까 ‘통증의 언어’로, 세상에서 ‘고통당하는 몸의 말들’로 시를 씁니다. “몸이 고깃덩이가 된 뒤에 육즙처럼 비어져 나오는” “푸줏간 집 바닥에 미끈대던 핏자국 같은”(「마음 1」) 말들입니다.
단말마 이후의 여운 속에 있는, 몸이 기어이 말하지 못했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고 세상에 남은 흔적이라고 할까요. 시인은 이를 “침묵의 미궁에 빠진 영혼이 어쩔 수 없이 타전하는 모든 종류의 기척과 신호”라고 부릅니다.
세계의 폭력에 지지 않고 견디면서 귀 기울이는 이만이 들을 수 있는 말들입니다.
무릎은 둥글고
다른 살로 기운 듯
누덕누덕하다
서기 전에 기었던 자국
서서 걸은 뒤에도 자꾸
꿇었던 자국
저렇게 아프게 부러지고도
저렇게 태연히 일어나 걷는
_「무릎」
이것은 끈질기게 아픔에 매달린 혀만이 얻을 수 있는 아름다움입니다.
아픔에 기울어진 귀가 희망을 만듭니다.
희망은 마조히즘입니다.
고통만이 우리를 설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