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의 말 002]
사내, 달구지, 나귀가 도착했고,
여자는 거의 다 왔지만
진흙탕 속에서 이리저리 미끄러지고,
아이를 깨울까 봐 뛰지도 못한다.
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문제를 알아채지 못한다.
관련된 사람들이
아내와 아들처럼 가까운 사이일 때도.
_주제 사라마구, 『바닥에서 일어서서』, 정영목 옮김(해냄, 2019)
문학에서 친인의 고통을 아는 것은
항상 뒤늦은 일로 나타난다.
문학이 극적 과장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고통에는 민감하지만
타인의 고통에는 무감한 존재다.
그러고 보면 인간 관계는 기적이다.
수없이 무너질 뻔한 다리들을
애써 이어가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