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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incelle May 03. 2016

Kanye West - <Stronger>

음악의 좌/우방한계선을 찾아서



요즘 좌방한계선/ 우방한계선이란 워딩이 유행이다.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이념의 범위'의 한계선을 정하는거다. 


거칠게 말해서 좌방한계선이란 '우파 정치인이 좌클릭할수 있는 한계선'을 뜻한다. 좌방한계선의 위치는 정통 우파 유권자가 그의 좌클릭을 용인할 수 있는 정도에 달렸다. 우방한계선은 위 정의에서 좌우만 바꿔넣으면 되고. <정치인의 좌방한계선 / 우방한계선>, 천관율


이를테면, 어느 리버럴 중도좌파의 좌방한계선은 버니 샌더스고, 우방한계선은 랜드 폴이라든가. 어느 리버테리언의 좌방한계선이 빌 클린턴이라든가. 그런 식이다. 이는 특정인의 포용력을 측정하기에 꽤나 유용한 툴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음악에도 한번 적용을 시켜본다면 어떨까.






이전에도 밝힌 바가 있지만 내 지향점은 정통 형식을 갖춘 밴드음악이다. 락큰롤이든 브릿팝이든 포스트펑크든 장르는 큰 상관이 없다. 나는 일반적인 대중보다는 까다로운 리스너지만, 가사에는 기본적으로 관대하다. 굳이 단어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숨막힐정도로 좋은 가사를 지닌 곡이 아니라면 대개 가사는 적당히 넘어가 준다. 그렇기에 음악이란, 적당히 듣기좋게 내 취향껏 멜로디컬하면 그만이다. 



그런 면에서 '랩핑'이 핵심을 이루는 힙합이란 장르는 나와 잘 맞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묵직한 가사와 단순한 리듬으로 승부를 보는 이스트코스트 힙합은 정확히 내 선호의 대척점에 있다.  Wu Tang Clan이나 The Notorious B.I.G.같은 뮤지션에게서는 조금의 매력도 찾지 못했다. 





반대로, 2pac이나 Outkast같이 멜로디를 바탕에 깔아놓는 힙합에는 그럭저럭 귀를 열 수 있었다. 그와중에도 가사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적당히 듣기좋은 비트감과 플로우는 맘에 들었지만 가사집을 뒤져가며 해석할 성의까지 발휘하기는 귀찮은 일이다. 그런식으로 나의 '힙합한계선'을 정해본다면, 그 구분선의 최전선에는 아마 카니예 웨스트가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온갖 장르를 종횡으로 엮어 내는 천재적인 샘플링 센스 덕분에 듣는 귀가 지루할 틈이 없다. Stronger나 Power같은 싱글은 차라리 하나의 락큰롤 넘버에 가깝다. 애당초 각각 Daft Punk와 King Crimson의 곡을 샘플링 해서 재창조 해 낸 곡이니까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칸예는 '한계선'이라는 표현을 붙이기엔 넘나 엄청난 뮤지션이라는 것. 까다롭기로 유명한 롤링스톤이나 피치포크에서도 만점을 받아내는 아티스트가 아니던가. 때문에 힙합 팬들에겐 모욕에 가까운 낙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굳이 찾아 듣는 거의 유일한 힙합뮤지션이라는 의미에서, 얼추 들어맞는 것 같긴 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칸예는 좌표축의 원점에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면, 나머지 힙합 뮤지션들은 후방한계선 근처에 오밀조밀 몰려있는 모양새일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PsO6ZnUZI0g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언어인지철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뼛속부터 좌파다. 그렇기에 그는 남들보다 우방한계선이 좌표축에서 훠어얼씬  더 왼쪽에 와 있는 사람이다. 그런 레이코프지만, 우파에 대해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겼다. 자신은 보수를 알게 될수록, 오히려 그들의 슬기로움에 탄복하게 되었다고. 그들은 결코 멍청지도, 틀린 정답지도 아녔다고. 





물론 힙합이 멍청하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지만 레이코프와 비슷한 맥락의 얘기를 하고 싶다. 내게 있어서 '힙합한계선'인 카니예 웨스트를 들으면 들을수록 난 힙합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확장성에 감탄하게 된다. 이 장르는 과연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한때는 '음악같지도 않은 음악'이라고 무시당했던 그 장르가, 시대를 지배하는 음악장르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시나브로 한계선이 당겨지나보다. 포용력도 같이 넓어지면 좋을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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