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tincelle Jun 09. 2016

Sonic Youth - <Superstar>

단 한곡뿐일지라도




심장이 자작자작 타들어간다. 음울한 음률에 압도된다. 어느새 침잠하고 있다.



그렇지만, 탈출하고 싶지는 않다.







카펜터스의 원곡을 커버한 소닉 유스(Sonic Youth)의 'Superstar'는 그런 황홀경을 선사해 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Y21VecIIdB



취하게 만드는 음악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누구라도 소닉 유스가 어떤 밴드이며, 이런 곡들을 더 내놓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소닉 유스는 소음과 불협화음을 끌어온 비범한 사운드로 시대에 획을 그은 밴드다. 1세대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평을 인용하자면, "소음까지도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시킨" 팀이다. 



그런데 'Superstar'는 소닉 유스의 전매특허-소음-가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곡은 아니다. 소닉 유스의 전형적인 싱글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애초에 커버곡이다. 그들 나름의 스타일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원본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곡을 듣고 소닉 유스를 찾아 들은 상당수의 사람들은 당황했을 것이다. 음울한 분위기임에도 비교적 말랑말랑한 진행을 보인 'Superstar'와 딴판인 곡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름표를 지우고 듣는다면, 다른 밴드의 노래라고 해도 믿을 법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SDTSUwIZdMk&list=PL277331665F7CA21A&index=4

https://www.youtube.com/watch?v=RIIEbrMXs20




곡을 이끌어 가는 메인 코드를 노이즈라 해도 될 정도로, 소음 덩어리인 노래들이다. 이게 소닉 유스의 진짜 정체성이며 색깔이다. 





사실 이런 반전은 뮤지션과 리스너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Creep'의 찌질한 감성을 기대하고 라디오헤드를 찾은 리스너들은 <OK Computer>의 광기와 <Kid A>의 실험적 사운드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하곤 했다. 길이 남을 어쿠스틱 러브송 'More than Words'를 듣고 익스트림의 <Pornograffiti>를 구입한 사람들은 또 어떻고. (사실 앨범 커버와 제목에서 이미 예상을 했어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앨범과 곡의 퀄리티가 문제가 아니다. 기대하고 온 게 달랐을 뿐이다. 그렇기에 막귀라고 조롱하거나 그들의 무지를 비웃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다고 우리가 뛰어난 리스너의 지위를 점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이건 대중음악의 가장 중요하고도 재밌는 지점이다. 



창작자는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 대중의 호응이 따라올 것이라 예단할 수 없다. 자신의 것들을 오롯이, 진득하게 내보이지 않았음에도 메가-히트가 될 수 있다. 그런 소품 격의 외도만을 기억해주는 대중들이 야속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묘미가 아닐까?



소비자 역시 자신들이 꽂힌 단 하나의 싱글이 뮤지션 본연의 모습이 아닐 수 있음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뭐 그러다가 설계해 준 길을 제대로 타고 들어오는 리스너들도 적지 않고. 






음악을 듣는 데 있어 정답은 없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런 상황들이 퍽 즐겁다. 창작자와 수용자가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기대 수준을 가진다는 거, 꽤 멋지지 않은가. 



대중들의 반응을 숨죽여 기다리는 뮤지션. 그 뮤지션이 만들었을 다른 창작물을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찾아볼 리스너. 그들의 조우에서 만들어질 합일도 좋지만, 일그러질 괴리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를 음미해가며 'Superstar'를 통해 소닉 유스에 입문해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흠 잡을 데 없이 기분 좋은 날에도 노이지한 퍼지톤 기타리프를 꺼내 듣게 될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EXID - <L.I.E 엘라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