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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incelle Dec 05. 2015

디즈니의 자기극복

뒤늦은 <겨울왕국 Frozen> 감상수기




영화 한 편을 극장에서 두 번 이상 본 적이 드물다. 아무리 재밌어도 그렇게까지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정말 마음에 쏙 들어도, 달랑거리는 지갑을 생각하면 단념하기 마련이다. 그런 내게 <겨울왕국>은 실로 오랜만에 극장에 두 번 발걸음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배트포드를 타고 달리는 캣우먼 앤 해써웨이를 보고 홀딱 반해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연달아 관람한 이후 처음이다. 그정도로 매력 넘쳤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간단히 요약하자면, 초중반은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역작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감격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넘어와서는 '그냥 디즈니 영화'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디즈니 영화'는 절대 비판이 아니다 ! 오히려 찬사에 가까울지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실로 감동적이었다. 만화 캐릭터가 이렇게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기는 참 쉽지 않은데. 나의 페이보릿 애니메이션은 디즈니가 20년 전에 내놓은 <라이온 킹>이다. 20세기 애니메이션이 이룬 최후의 마스터피스라고 말하고 싶다.



'Let it Go'를 부르며 달려가는 엘사의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만 해도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어코 자신들의 최고작을 갈아치우는가? 'Let it go'는 <알라딘>의 'A Whole New World'와 <라이온킹>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를 넘어선 디즈니 제 1의 노래로 길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 측면에선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본 영화의 특성상 스토리는 조연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극 초반의 탄력있는 전개를 생각하면 디즈니가 '일부러' 스토리를 허술하게 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는 픽사의<메리다와 마법의 숲>에서부터 든 생각이었는데, 요즘 추세 자체가 타겟층을 저연령층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스토리를 단순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후반부에는 개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런걸 기대하고 보는 영화는 아니지만 다른 모든 것이 완벽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단순한 애니메이션이라도 좀더 잘 짜여져서 나쁠건 없으니까 말이다. 한스의 급작스런 커밍아웃은 당황스런 수준이다. 설마? 를 설마..로 바꾸어놓는 전개. 심지어 한스는 라이온킹의 스카 흉내도 낸다. 무파사를 죽인건 심바 너라고 속삭이는 스카....말이다. 뭐 극에선 비중이 극히 미미해서 그냥 보여주기 정도로 끝났지만.




미녀와 야수- 라이온킹-인어공주 시대의 디즈니랑 확실히 달라진 것이 느껴진달까. 라푼젤-프로즌의 전개 방식이. '슈렉'의 드림웍스가 가한 통렬한 역습에 잠시 주춤거리던 디즈니가, 그 맹공을 오히려 자신들의 컨텐츠와 융합시켜 새로운 지평을 연 느낌이다. 위에서 지적한 사항들이 이 영화 자체의 매력에 스크래치를 내진 못한다.




내 불평은 10점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었던 영화가 8점'밖에'못 얻어서 못내 아쉬움에 구시렁거리는 소리다.

디즈니 2D 애니들을 사랑했던 나로선 3D로의 완전한 방향전환이 아쉬웠지만, <Frozen> 정도로 계속 작품들이 나와준다면 볼멘소리를 굳이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감사하며 시즌마다 새로운 영화를 기다릴밖에...










*2014년 1월 초에 쓴 리뷰입니다.

**2015년 12월에 브런치로 옮겨왔습니다.

***2016년 7월에 고쳐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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