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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incelle Feb 29. 2016

비문학의 문학, 문학으로의 논픽션

<글쓰기 생각쓰기 On Writing Well>, 윌리엄 진서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글을 쓴지 10개월정도 지났다. 그사이에 이 일련의 작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였다. 과연 내가 쓰는 글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방향성은 올바른지, 지속 가능한 형태일지. 그런 고만고만한 고민들을.




경쾌한 소리를 내며 타닥거리던 키보드 자판이 침묵을 지킬때면 괴롭다. 그럴때마다 불쑥 고개를 내미는 근본적 회의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사실, 무슨 대단한 결심이 앞서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니다. 길을 정해놓고 글을 쓰지도 않았다. 그냥 쓰다보니까 이미 꽤 많이 걸어온 모양새가 되었기에, 자연스럽게 계속 걷게 되었을 뿐이다.








2주일은 책 3권을 온전히 독파해내기엔 다소 짧은 시간이다. 두툼한 정치철학서라도 한권 끼워져 있으면 한달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반납을 제때 하지 못해 연체가 되고, 때문에 책을 빌리지 못하는 기간이 꼭 생긴다. 그런 연금이 닥쳐오면 외출때 집에 꼭 들른다. 그 틈새를 메꿀 책들을 찾기 위해. 내가 미처 읽지 못한 좋은 책들이 서가에 꽤나 많이 꽂혀 있음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 On Writing Well>는 그와중에 건져낸 보물같은 책이다. 글쓰기를 도와주는 교본으로 이만한 책이 어디 있으랴 싶다. 책을 한참 읽다 보니 어느 앨범 북클릿에서 읽었던 글귀가 생각났다.  아마 The Script의 1집이었을까.



'내가 앨범을 잘 샀구나'라고 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너무 좋은 노래가 1곡 이상 있거나, 계속 듣고 싶은 노래가 3곡 이상 있거나, 괜찮은 노래가 5곡 이상 있는 앨범이면 된다.




정확히는 복기해 낼 수 없지만, 대충 위와 같은 내용이었다. 저 기준을 책에도 적용하자면, <글쓰기 생각쓰기>는 첫번째 경우다.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맘에 꼭 들어맞는 챕터가 있었다.











저는 '문학'이니 '문학적'이니 하는 말을 여기서는 더 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William Zinsser




작가 윌리엄 진서는 글을 쓰고, 글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부딪히는 시대착오적 오해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소설이나 시처럼 19세기에 '문학'으로 인정된 형식만이 그 정의상 문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적한다. 작가들이 쓰고자 하는, 그리고 독자들이 요구하는 것의 상당수는, 논픽션이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편한 길을 가야 한다.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그 길은 대개 논픽션이다. 논픽션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관찰할 수 있는 것, 발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쓸 수 있게 해준다. 젊은 사람들과 학생들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그들은 자기 삶과 관계가 있거나 자기에게 맞는 주제에 대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쓴다. 자기가 가장 잘 쓸 수 있고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분야가 논픽션이라면 그것이 열등한 장르라고 생각하지 말자. 구분해야 할 것은 좋은 글과 나쁜 글뿐이다. 형식이 어떻든, 그것을 무어라 부르든 좋은 글은 좋은 글이다.




소설을 써본 적이 없다. 당연히,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글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문학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어떤 굴레에 사로잡혀 있었다. 막연한 느낌이다. 글을 업으로 삼는 '작가'라면, '문학적인 것'을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그런 강박이 존재했다. 내 글에는 문학이 없으니까.




다독을 하면서 현실과 타협한 대목이 있다. '한 책에서 한 구절만 건져도 성공이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턱없이 작은 수확일지 몰라도, 독서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기에 스스로와 한 약속이다.






이번엔 성공인 것 같다. 덕분에 이런 잡문을 풀어냄에도 왠지모를 불안감을 느끼지 않으니까.





모쪼록 좋은 글을 낳는 작가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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