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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incelle Feb 06. 2016

여자친구 - <시간을 달려서>

2016년에 듣는 2007년, 그리고 충실한 재생산

https://www.youtube.com/watch?v=0VKcLPdY9

여자친구, 예린






여자친구의 신곡이 나왔다. 뮤비에서 계절감이 물씬 풍겨온다. 영상을 가리고 멜로디만 들어본다. 그랬음에도귀에 잘 달라붙는 친숙한 곡이다. 훅(hook)이 다소 약하다 싶긴 하지만, 계속 듣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문득 떠오른 질문. 그 익숙함은 곡의 만듦새가 오롯이 유도해 낸 것일까?






답을 알고 던진 질문이다.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 아닐 것이다. 00년대에 태어난 십대들이 아닌 이상, '시간을 달려서'를 들으며 떠올릴 만한 곡이 하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k2Zzkw_-0I


그들도 한때는 이런 걸그룹일 때가 있었다



다시 만난 세계


여자친구의 이번 곡은, 2007년에 소녀시대의 데뷔곡으로 나온 '다시 만난 세계'와 닮은 구석이 몇군데 있다.



일단 컨셉이 비슷하다. 요즘에야 10명 내외의 인원으로 활동하는 걸그룹이 워낙 많아 딱히 뉴스거리가 되지도 않지만, 2007년에 구성원이 9명인 걸그룹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 했다. 두해 먼저 데뷔한 슈퍼주니어 멤버 13명의 이름을 미처 다 외우지도 못했는데 또다른 과제가 등장한 것이다. SES와 핑클의 단출한 구성에 익숙해져 있던 삼촌팬에게는 벅찬 미션이었다. 9명이 똑같은 옷을 차려입고 SM 특유의 칼근무를 추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이미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가 되어버린 그들이 9년전 질렀던 발차기는 지금 봐도 시원하다.  


당시 소녀시대의 패션을 돌이켜보자. 흰색 스니커즈에, 반스타킹, 그리고 트레이닝복. 그룹명에 잘 들어맞는 풋풋한 깔맞춤이었다. 의외일 수도 있지만, 멤버 전체에게 유니폼을 입히는 전략은 그리 흔하지 않다. 당장 근래의 걸그룹들을 돌이켜보자. 레드벨벳과 트와이스가 완전히 동일한 의상을 입고 음악방송에 나온 적이 있던가? 정해진 컨셉은 있을지 몰라도 저렇게 온통 똑같이 입고 나오는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SM에서 데뷔시키는 아이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인 것이다. 이런 깔맞춤 컨셉은 후속곡 '소녀시데' '키싱유'까지 이어지다가 미니앨범 'GEE'를 기점으로 일시정지한다. (물론, 'Lion Heart' 등 최근 곡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전국민이 멤버 개개인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굳이 서로 다른 옷을 입혀놓을 이유가 없다.)


여자친구의 패션도 소녀시대의 그것과 비슷한 성격을 보인다. 패션의 종류는 다르지만, 추구하는 효과가 비슷하다 해야 할까. 교복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그룹에 이미지를 부여하고, 통일성을 부각시킨다. 약간의 차이점이라면 여자친구가 좀더 '롤리타'적 요소를 차용했다는 정도일까. 학생주임에게 정학처분을 받기 딱 좋겠다 싶을 정도로 짧은 교복 치마. 여고생의 클리셰로 인식되는 검은 구두와 흰색 반양말. 소녀소녀한 컨셉을 완성시키면서도 아저씨들의 팬심까지 은밀히 자극할만한 도구들이다. 늘 그렇듯이, 이런 식의 분석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 라는 부연이 필요한 불완전한 단정이지만.




노래는 또 어떻고. '시간을 달리면'에서 SM의 작곡가 kenzie의 냄새를 맡아 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어쨌든 정말 비슷하니까. '다만세'와 '시간을 달리면'은 아스라히 퍼지는 멜로디의 느낌이 참 닮았다. 두 노래 모두 여느 후크송처럼  중독성 있는 확실한 구절은 없다. 그렇지만 안정적이고 기승전결을 확실히 갖춘 곡의 구성은 대중들을 잡아끈다. 러블리즈는 'AH-CHOO'라는 킬링포인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을 달리면'은 그런 한방이 없이도 멜론 1위를 달리고 있다.


따로, 또 같이
나는 혼자서




3분 10초경에 삽입된 작열하는 일렉기타 리프는 또 어떠한가. 곡의 클라이맥스로 향하기 전에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이 뻔한 기법은, 부인할 수 없는 '다만세'의 재현이다. 강렬한 사운드에 맞춰 댄스 솔로 타임을 가지던 효연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중소기획사에서 내놓은 여자친구에는 효연같은 댄싱퀸은 없겠지만, 기타리프에 시계태엽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그들의 군무도 제법 멋있다.






90년대 말에 핑클과 SES의 팬들은 00년대의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카라를 보며 추억에 잠기곤 했다. 이제는 그런 회상의 계보가 소녀시대로까지 내려왔다. 시간이 흐른 것이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여자친구를 소녀시대에 갖다 붙이기에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시간을 달려서' '오늘부터 우리는'같은 그들의 노래는 묘한 향수를 자극한다.




2016년에 새삼 되돌려 보는 2007년. 그때를 다시 포장해 내놓는 여자친구의 행보가 딱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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