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연의 참된 배움
폴리매스'는 수학책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사교육의 일번지 영어유치원에서 오랜 시간 만 2세~6세, 그리고 오후에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사교육 제재로 인한 다양한 활동 금지였다. 어린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고 경험시켜 주고 싶었는데, ‘영어유치원‘이라는 단어조차도 금지된 사항이기에 다른 활동들을 자유롭게 시켜줄 엄두도 못 낸 적이 있었다.
사교육 열기가 뜨거운 지역에서 일을 해보면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교육 당국의 제재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교육 현장의 현실과 제재의 괴리가 너무 커서 어쩔 수 없이 눈 가리고 아웅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여러 제재 속에서 아이들에게 경험적인 방법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가르치고 배우는 언어의 도구가 영어인가 한국어인가만 다를 뿐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즐겁게 지식을 전달하고 경험으로 배우게 하는 것은 하나도 다르지가 않다.
그렇게 영어유치원에서 허락된 최대한의 범위에서 아이들에게 즐겁고 체험적인 교수 방법을 나 나름대로 구상하여 계획안을 만들었는데, 그 수업이 바로 ’English Project Class’였다. Project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수업을 리드하는 선생님들에게 교수법도 알려드려야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업의 커리큘럼을 짤 때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그렇게 프로젝트 수업 준비를 하던 중 폴리매스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가 약 2년 전쯤이다.
사실 그전에도 서점에서 '폴리매스'라는 책 제목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수학에 대한 책인가보다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프로젝트 교육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다시 마주하게 된 '폴리매스'라는 단어의 정의를 알게 되고 아주 큰 해머가 머리를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간단히 정의하자면 폴리매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박학다식한 사람'이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떠올려보면 될 것 같다. '다빈치라고? 다빈치는 천재잖아! 그렇다면 이 글도 아이들을 천재로 키우자는 이야기인가?'라고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폴리매스 교육‘은 천재 또는 영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우리에게 잘 알려진 폴리매스들이 남긴 업적이 너무나 위대해서 '폴리매스'를 천재 혹은 그 이상의 존재들로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폴리매스가 만들어 낸 뛰어난 결과물이 아니라 그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 끈기, 노력, 창의성에 대한 것이다.
'폴리매스 교육'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하고 특별한 재능과 기질을 발견하고, 밖으로 끌어내고, 확장시키고, 발전시키는 교육‘ 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가진 본연의 특별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이다. 인간은 선천적인 폴리매스이기 때문에 폴리매스가 되는 방법을 다시 가르쳐줄 필요는 없다. 다만, 각자의 능력을 제대로 발견하고 올바르게 쓸 수 있게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배움에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어린아이들에게 폴리매스 교육은 더 효과가 있다.
'폴리매스'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만났던 많은 폴리매스 아이들이 떠올랐고, 한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폴리매스에 대해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들의 반짝이던 재능을 밖으로 꺼내주고 알아봐 주는데 더 큰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마음이 급해진다. 여전히 부족한 지식과 경험이지만, 미래를 살아갈 현재의 아이들을 위해 내가 찾은 폴리매스 교육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