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과 '역사'를 검색어로 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면, 만우절이라는 개념이 생긴 이래 가벼운 거짓말이 대형 사건으로 종결 된 역사적 사례가 많다. 보통은 어떤 의도를 갖지 않은 거짓말이 대부분이지만, 발단의 사소함에 비해 역사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 경우도 또한 대부분이다.
그런데 가령, 2차대전 당시 이태리의 한 시청에서 근무하던 18세의 견습직원이 무솔리니군 3개 대대를 궤멸시킨 거짓말을 한 적도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거짓말은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에 파괴적인 것이 아니라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어야만 삶의 당위성을 얻는 인간의 맹점으로 인해 파괴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거짓말과 관련해 인간의 선택과 이행의 패턴은 문명의 발전 속도와는 전혀 다른 시계추를 가진 궤도를 따라 온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수백년 혹은 수천년 동안 문명의 향배를 좌우했던 거짓말들은 치밀하게 계산 되어진 것이라기 보단 그렇게 조작되어져 간 것이 맞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거짓말은 예측가능한 가치의 적용을 통한 환경의 전복이 아니라, 하나의 결과를 임의로 설정하여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과정을 뜻하는 것이다.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치닫는 정황, 그것이 임의설정에 따른 불안정한 집중에 의해 계산과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거짓말의 대표적 속성이다.
곡률 제로(0). 그것이 거짓말의 존재 이유고,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연속성도 거기서 나온다. 의도한 바와 다른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세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바로 만우절이 역사에 미친 사건 사고의 사례들이다.
-다섯가지 역사적 만우절 사건-
1. 유서 봉인의 인장을 바꾼 사건
네덜란드 안트워프에 살던 코렐렌스라는 장의사는 매우 고급스러운 관을 만들기로 유명했고,귀족들에게 비싸게 판 자신의 예술적인 관들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 관심이 많을 정도로 올곧은 사람이었지만, 당시의 다른 부자들처럼 그도 다소 괴짜스러운 면이 많았다.
1656년 만우절 아침, 그는 자신이 일년 안에 죽으면 전 재산을 자신이 가장 아끼던 관에게 물려 주겠노라 공언하였다. 너도밤나무로 만든 그 관은, 많은 귀족들이 사고 싶어 했음에도 파는 물건이 아니라며 모조리 사양한 ‘작품’이었다. 그 관은 코렐렌스가 자신의 사후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시키고 홀로 남겨질 아내 몫으로 남길 유산이었다. 아내를 사랑했던 그였기에 절대로 그 관을 팔지 않았다.
그런데 30대 중반의 건장했던 이 남자는 한 달 뒤 갑자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정말로 얼마 안 가 사망했다. 독살이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고, 결국 재판이 열리게 되었다.
재판 과정에서 너도밤나무 관에 전 재산이 물려질 거라고 생각한 나이 어린 아내와 그녀의 오빠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년 안에 남편이 죽어 미리 관을 물려 받는다면 그 관에 물려진 전 재산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남편이 죽은 후 전 재산이 사회기관에 기부되어 자신에겐 (아름답고 비싸기는하나 원래의 자산 총액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재산인) 관 하나만 덜렁 남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범죄였다.
이 사건 이후부터 유럽에서 유서의 봉인은 너도밤나무 문양을 찍는 것이 유행했다.
2. 천재에게 영감을 준 거짓말.
1783년 프랑스 니스. 두딸을 둔 젊은 미망인 마릴레즈 쉐밀레는 극심한 가난에 방치 되어있었다. 그녀는 만우절에 동네 아낙들과 빨래를 하다 자신의 첫째딸이 당시 유명한 음악가였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딸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 물론 그것은 명백한 거짓말이었으나 작은 소문으로 발전하였고, 모차르트의숙모가 돌림병을 피해 니스 근처를 여행하다 이 소문을 듣게 된다.
숙모는 방종한 성생활을 하던 모차르트에게 10대 딸이 프랑스에서 고생한다는 편지를보냈다. 날이 갈수록 정신병적 증세가 심해지던 모차르트는 그 소녀를 진짜 자신의 딸로 믿게 되고, 이 새로 얻은 딸에게 속죄하기 위해 쓴 곡이 '돈 조반니(Don Giovanni)'에 나오는 '저 배은망덕한 자는 나를 배반하고(Mi Tradi Quell`Alma Ingrata)'이다.
3. 2차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장난.
유럽을 초토화 시킨 2차대전의 종말이 다가 온 것은 아프리카 전선에서의 독일군 패퇴가 그 시발점이었다. 당시 연합군은 무적의 롬멜군단을 속이기 위해 비밀리에 군대를 이동시켰는데, 독일의 감시망을 속이기 위해 기존의 연합군 자리를 소수의 유럽주둔군이 메꿔야 했다.
1942년 이태리 포토피노 연합군 주둔지에서 출발해야 하는 영,미 연합군은 해안에 진을 치고 있는 무솔리니 잔당들과 대치중이었다.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간헐적인 전투가 치열하게 펼쳐지던 중 만우절이 왔고, 연합군측에서 도움을 주던 18세의 코로베니오라는 시청 견습직원이 이날을 기념해 반 장난 삼아 선전지를 만들어 적진에 뿌렸다. 파시즘 정권의 동맹국인 독일이 북부 아프리카전선과 러시아 전선에서 거둔 잇단 승리로 이탈리아 전역에서 연합군이 물러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단지를 사실로 착각한 200여명의 무솔리니 잔당세력들은 전선을 해제시키고 연합군 진영까지 무방비 상태로 들어왔다.
6시간만에 궤멸, 연합군은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었고, 사막의 작전은 성공했으며, 독일의 패망은 가속화 되었다.
4. 희극인이 나가사키에 투하시킨 원폭
1944년 만우절, 영국 BBC 라디오에서는 유명한 희극인 잭 맥더우드의 쇼가 진행되었다. 맥더우드는 일본의 히로히토 천황의 목소리를 코믹하게 흉내 내 일본의 아시아 점령지 무조건 반환을 선언하고 아시아 전역에서 영국군 포로의 생환을 약속한다는 내용을발표했다. 이 내용을사실로 알아들은 포르투칼 언론이 대서특필을 했고, 남중미의 많은 나라들이 일주일 정도 정보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기 반년 전에, 칠레에서 활약하던 도오이치 구야모토라는 일본인 스파이가 미국에 일본의 전시 정책 정보 일급서류들을 무더기로 팔아넘긴다. 그는 일본의 항복선언이후 1947년 브룩클린 뒷골목에서 암살당할 때까지 포루투갈 언론의 발표가 일본 정부의 내부혁명을 도모하던 신진 참모단이 보낸 일종의 신호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신진참모단과의 사전 약속대로 고국의 군부세력을 궤멸하기 위해 미국에 정보를 넘긴 것이다.
5. 12세 소년이 일으킨 걸프전쟁.
미국 조지아주의 12세 소년 앨런 b. 코버린은 1987년 만우절에 미국 공산당의 창당을 알리는 무선 발기대회를 열었다. 장난으로 시작한 이 햄(HAM) 행사에 무려 2500여명 가량의 지원자가 몰려들었고, 구 소련권의 긴박한 정치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CIA에서는 조지아주 전역에 특별 가상 방공망을 설치하기에 이른다.
레이건 대통령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치상황의 촉발을 원치 않았기에 덮어 두고 지나갔으나, 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 상황을 구 소련의 몰락세력이 중동에서 펼치려는 새로운 패권다툼의 양동작전으로 인식했다. 아직도 아프가니스탄 영토에 대한 향수에 시달리던 구 소련의 세력들이 워싱턴의 눈을 미국내부의 공산세력 집결에 돌리게끔 기도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하여 중동지역에서의 패권을 굳건히 하기 위해 경제제재 조치를 포함한 다양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많은 중동 국가들은 오히려 미국의 정책을 정권유지를 위한 정치적 내부 결집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인해 촉발된 ‘걸프전쟁’은 사실 미국에 의한 중동 내 반미정권 압박정책이 그 시발점이다.
6. 그리고 가장 최근의 만우절 거짓말
2006년 4월 1일,
만우절을 기념해 '다섯가지 역사적 만우절 사건'이라는 거짓말을 한다.
만우절 시리즈 - 2006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