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갯속에서도
넌 스스로 빛을 냈고
난 그 빛에 이끌렸지
영리하지만
바보같이 꿈을 좇고
강하지만
상처투성이인 채로
낭떠러지를 비켜가며
한발 한발 하늘을 향해
아슬아슬 줄타기도 하며
그렇게 뚜벅뚜벅
마침내 눈부신 태양아래
두 발로 꼿꼿이 서서
온전히 그 빛을 받던 날
눈물겹게 평온하던 그 얼굴
다시 몰려온 먹구름이
작정한 듯 너를 삼키더니
빛은 사그라들고
눈물이 비가 되어
주룩주룩 흐른다
그냥
네가 잘 살길 바랐는데
그냥
그게 다인데
먹먹한 가슴 부여잡고
차디찬 비를 맞으며
네 조각을 찾아 헤맨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하면
너무 잔인한 걸까
다시
빛나는 얼굴을 보여달라 하면
너무 이기적인 걸까
잔인하다고
이기적이라고
욕해도 좋다
이 먹구름 지나갈 때까지
제발 버텨주길
조각난 파편을 붙여가며
더 단단해지길
다이아몬드보다 빛나고 단단해져
보란 듯이 복수에 성공하길
그냥 그렇게
네가 잘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