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엄지발톱이 살아났어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이런 경우 보신 적 있으세요?”
내 엄지발톱은 절반이 검은 멍이 들어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플라잉 요가를 시작하고 난지 2주 정도가 지나니 검은 부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포기하고 살고 있었는데 나에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2년 전.
화장실에서 둘째 아이 양치질을 시켜주고 있었다. 아이는 화장실에서 쓰는 발 받침대 위에 올라가 있었다. 발 받침대 위에 서 있던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발 받침대가 움직이면서 내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덮쳤다. 그 발 받침대 위에는 여전히 아이가 서 있었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 엄지발톱은 멍이 들어버렸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지만 아이가 미안해할까 봐 ‘괜찮다’고 했다.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괜찮을 줄 알았던 엄지발톱의 멍은 좋아지지 않았다. 새로 나오는 발톱도 검고 두꺼워졌다. 발톱을 깎을 때마다 손톱깎이에 온 힘을 주어야 두꺼운 엄지발톱을 깎아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좋아지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코로나로 집 밖에 나갈 일이 많지 않아서 발톱을 깎을 때가 아니면 내 엄지발톱의 상태는 잊어버리고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점점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아이들이 학교로 놀이터로 나가면서 내 엄지발톱도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부끄러웠다.
안 그래도 관리받지 않은 티를 내던 발이 더 지저분해 보였다. 여름이 되었다. 그래. 페디큐어라도 해보자. 가리면 되지. 큰 맘을 먹고 붙이는 페디큐어를 샀다. 깊은 바다를 닮은 진한 남색으로. 여름휴가 때 쓰려고 화장대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러고는 휴가를 떠나는 차 안에서 갑자기 생각이 났다. 서랍에 놔두고 온 페디큐어.
그 무렵부터 엄지발톱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부끄러웠던 엄지발톱을 날마다 들여다보게 되었다. 변하는 모습이 마냥 기특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웠던 엄지발톱을 플라잉 요가 선생님과 같은 반 수강생들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이제는 페디큐어로 가리고 싶지 않았다. 어디까지 좋아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검은 멍이 들었던 부분이 점점 줄어들더니 제법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새로 나오는 발톱이 아직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이전에 비해 두께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젠 못난이 엄지발톱이 나의 자랑이 되었다. 그리고 페디큐어는 아직도 화장대 서랍에 있다.
플라잉 요가를 하면서 몸의 변화를 느낀다. 고작 몇 개월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얼마나 운동을 하지 않고 살았는지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실오라기 같은 근육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 팔이 묵직해지고 단단해지는 느낌. 배와 허리의 살들이 조금씩 짱짱해지는 느낌. 퍼져있던 가슴이 모아지는 느낌. 뭉쳐있던 어깨의 근육이 풀리면서 승모근이 늘어나는 느낌. 집에서 처음 나오는 가로등까지만 뛰어도 헉헉 댔는데 4번째 가로등까지 뛰어도 괜찮은 상태. 아이와 하는 달리기 시합이 두렵지 않은 마음. 아이들이 간식을 먹을 때 같이 앉아서 우적우적 같이 먹지 않아도 다음 끼니때까지 버틸 수 있는 상태.
맞았다. 운동하는 시간이 힘든 만큼 일상은 편해질 거라는 요가 선생님의 말씀.
하지만 나에겐 다른 꿈이 있다. 멋진 몸매.
너무 마른 것은 싫다. 지금처럼 편안해 보이는 뱃살도 싫다. 딸아이는 엄마 배가 푹신하다며 좋아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슬라임 같다며 내 배를 슬라임 만지듯 조몰락거린다. 그런데 있잖아. 엄마도 군살 없는 날씬한 배를 가지고 싶단다.
플라잉 요가를 하며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보면서 몇 년 동안 열심히 하면 나도 멋진 몸매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플라잉 요가 선생님의 건강하면서도 늘씬한 몸을 보면서 부러웠다. 나도 플라잉 요가를 열심히 해서 꼭 저렇게 되리라 다짐했다. 얼마나 해야 저렇게 날씬해질 수 있을지 궁금해서 체중계에 날마다 올라가 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무게는 오히려 약간 늘어났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셨다. 그분이 요가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 플라잉 요가를 얼마나 해야 살이 빠져요? 1-2년 하면 돼요?”
“아, 살은 안 빠져요. 건강해집니다.”
하하하. 이번 생은 딸에게 슬라임 같은 뱃살은 안겨 준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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