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잡고 버틸 뻔뻔함
플라잉 요가를 시작한 지 2주째 되던 날. 같이 수업을 받던 분이 이런 얘기를 하셨다.
“제가 전에 플라잉 요가를 하다가 떨어진 적이 있어서 좀 겁이 나네요.”
그 순간 아차 싶었다. 떨어질 수도 있구나. 그렇지. 당연히 떨어질 수도 있는데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바보같이.
인버전. 플라잉 요가의 꽃이라고 하는 자세다.
해먹을 이용해 몸을 거꾸로 뒤집는 자세이다. 쉽게 말해 물구나무서기 같은 자세. 일상에서 몸을 거꾸로 뒤집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버전 자세를 하면 몸이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놓여있게 된다. 그 효과로 척추가 마디마디 펴지고 몸속 장기들도 제자리를 찾아가게 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매우 몸에 좋다는 것.
플라잉 요가 체험수업을 간 날 처음으로 인버전을 해보았다. 그런 동작이 있는 줄도 모르고 갔는데,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해보니 어느새 내 몸은 뒤집혀있었다. 갑자기 뒤집어진 세상을 보며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재미있었다. 중력을 거스르는 느낌. 만날 애들 뒤치다꺼리만 하며 거기서 거기인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정말 오랜만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는 해먹을 두 손으로 꽉 잡고 있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속 동아줄인 양 온 힘을 다해 잡았다. 손을 놓는 순간 호랑이처럼 떨어질 것 같았다. 마침 선생님께서도 불안할 수 있으니 해먹을 잡으라고 하셨기에 여기까지 온 나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그래. 이 정도면 됐다’고 되뇌었다. 은근히 어깨가 으쓱했다.
그런데 다음 수업시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 여기서 불안하지 않으신 분은 손을 놓으시고 ‘손등’을 바닥에 ‘살짝’ 터치하실게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들 손을 놓았다. 그것도 아주 편안하게.
난 어떡하지. 아직 불안한데 잡고 있어야 하나. 그럼 저분들은 하나도 안 불안한가. 안 불안한 척하는 건가. 할까. 말까. 어쩌지. 어쩌지.
그때다. “폼폼님도 손을 내려보실게요.” 어디선가 들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내 뇌는 손을 놓기로 결정했나 보다. 내 마음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그 바람에 내 손은 해먹을 잡은 손은 폈으나 내 팔은 바닥까지는 내려오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학교 다닐 때 해보았던 ‘앞으로 나란히’ 자세를 하고 있었다. 거꾸로 매달린 채.
차라리 팔로 허공을 헤매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부질없는 욕심이 발동했는지 내 손이 바닥 쪽으로 내려갔다. 그러고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것도 있는 힘껏. ‘손등’과 ‘손바닥’의 차이. 그 차이는 엄청났다. 갑자기 균형이 깨졌고 내 몸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앞으로 어기적어기적 기어갔다.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채. 공포영화 탄생의 순간이었다. 아니면 개그 프로의 한 장면일 수도.
“어어. ‘손등’을 바닥으로 해야죠. ‘손바닥’이 아니라.”
앞으로 기어가는 내 모습에 선생님도 불안하셨나 보다. 다급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나는 손바닥을 뒤집어 제대로 된 자세를 잡았고 몸 개그는 그쯤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전에 플라잉 요가를 하다가 떨어졌다는 다른 분의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 안 그래도 손 놓기가 무서웠는데. 손을 놓지 않을 핑계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이런 불안한 내 마음이 들킨 걸까. 선생님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해먹을 잡으실게요.”
그래.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잡으면 되지. 어설픈 자존심을 내세울 자리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잡은 손을 놓을 용기’가 아니라 ‘꽉 잡고 버틸 뻔뻔함’이다. 나도 멋지게 용기 있는 척 온몸의 힘을 빼고 편안하게 손을 놓고 싶다. 하지만 아직 내 몸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지금 당장 손을 놓지 못한다고 설마 계속 그럴까. 그러니 이번은 ‘용기’를 잠시 접어 주머니에 넣어두자. 이럴 때는 실행력이 좋은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앞뒤를 재는 내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아직은 떨어지면 아플 것 같은데. 창피할 것 같은데.
플라잉 요가를 만난 지 4개월.
“불안하지 않으시면 손을 놓아 보실게요.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해먹을 잡으세요.”
여전히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고민이 시작된다. 이번엔 놓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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