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리뷰] 제목이 중요하다지만... 이 책의 제목은

by 김인철
살인자의 건강법.jfif 출처 yes24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읽었다. 작가 약력을 위키피디아로 검색하니 '벨기에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라고 소개한다. 소설 제목은 '살인자의 건강법'이다. 죽음에 관한 책들은 가능하면 피하는 편인데 제목부터 '살인자의 건강법'이라니. 일단은 내 시선을 붙잡았으니 제목이 다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이 떠오른다.


한동안 주제의식이 강한 책만 접해서 그런지 대화체로 쓰인 이 소설은 읽는 내내 편안했다. 독서도 편식이 심하면 정신 건강에 해롭다. 옮긴이는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을 문학 혹은 독자라고 했다.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소설에서 중요시되는 서사가 거의 없다. 서사가 없는, 인터뷰 형식의 전개는 낯설면서도 상당히 색다른 감흥을 주었다. 제임스 조이스식의 '의식의 흐름' 기법이나 프랑스 '누보로망'계열의 작가들처럼 이 책의 저자도 정통 소설 작법을 따르지 않는 게 확실하다


배란하다, 재생하다.


대문호와 여기자가 너절한 '동사의' 활용법으로 논쟁을 벌이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이런 것도 문장이 될 수 있구나 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이자 죽음을 앞둔 대문호와의 인터뷰 기자 네 명을 '촌철살인'의 궤변으로 쫓아버리고 다섯 번째 기자의 정체와 목적이 드러나는 순간까지는 꽤 흥미로웠다


사춘기에 머물러 버린 프레 텍스타의 광기 어린 행동은 태양빛이 너무 강렬해서 사람을 죽인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과 닮아있다. 주인공 '프레 텍스타 타슈'라는 대문호에게 '천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그의 논리는 궤변에 가깝다 '해밍웨이'나 '숄로호프'같은 대문호들도 저런 말들을 했을까. 이 부분에선 리얼리티가 살아야 하는데 스무 권이 넘는 소설 속 소설책의 작명 센스도 그렇고. 차라리 대문호 앞에서도 한치도 밀리지 않는 젊은 여기자의 치밀함이 더 논리적이었다. 서사가 없는 소설의 한계? 천재성과 광기는 한 끗 차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타슈에게만 해당할, 레오폴딘의 (관념적) 죽음은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다던 사촌누나를 연상시켰다. 나보다 두 살이 많은 그 누나는 부천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 반전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예측 가능한 결론의 아쉬움이랄까 그래도 작가의 다른 소설 '적의 화장법'이나 '오후 네시'는 꽤 오랫동안 독서 목록에 있을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실존은 본질에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