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각으로 남은 발자국

by 김인철

올 겨울은 눈이 참 많이 온다.

소복소복, 뽀드득...팡팡(눈싸움).

모든 것을 움츠러 들게 하는 계절이 불편하지만

겨울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좋다.

오늘 아침 출근길 소공원의 보도블록에

새겨진 사람들의 발자국이 독특하다.

제 몸무게만큼 눈 밭 위에 음각으로

새겨진 발자국이어야 하는데.

삼십 분 혹은 한 시간 전쯤 앞서서 걸어갔을

눈길에 양각으로 남은 발자국 들이다

저 의도치 않은 예술은 누구의 행위였을까?

방금 나를 스쳐 간, 빨간 조끼를 입은

미화원의 등에 짊어진 컴프레서 바람에

훠이훠이 날아간 눈송이들의 잔영이다

밤 사이 눈이 폭폭 나린,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떠올리게

하는 양각으로 새겨진 눈 발자국들

주머니에 두었던 차가운 손 들어.

찰칵, 한 컷에 담았다.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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