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월간 스토리문학 2월호 수록
1.
“바름아, 칠봉이가 또 사고 쳤다.”
막내 삼촌 이름은 칠봉이었다. 전화가 걸려온 시각은 새벽 두 시였다. 막내 삼촌은 나보다 나이가 네 살이 많았다. 지금 내 나이는 열아홉, 그러니까 지금 막내 삼촌은 스물셋이다. 그런 막내 삼촌이 오랜만에 대형 사고를 쳤다. 한몇 년 동안은 잠잠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하사관으로 입대해서 정확히 4년 6개월을 근무하고 올 초에 중사로 제대했기 때문이다. 나는 막내 삼촌이 군 생활을 그것도 일반 병이 아닌 하사관으로 만기 제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는 막내 삼촌의 고등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화려함을 넘어서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입학하자마자 학교 재단 이사장의 등록금 횡령 사건이 불거지자 같은 반 학생들을 선동하여 수업거부를 벌이다가 주동자 세 명과 함께 퇴학을 당할 뻔했고 트럼펫 연습을 게을리한다면서 야단을 치던 밴드부 선배를 야구 방망이로 흠씬 두들겨 실신을 시키다시피 해놓고 선배들의 보복이 두렵다는 가출 사유서를 눈물 찍찍 흘려 놓은 자국까지 만들어 써 놓고 가출했다가 삼일 만에 서울역에서 담임선생님에게 붙들려 왔다. 툭하면 여학생들을 누나와 매형이 버젓이 잠들어 있는 집으로 데려와서 밤늦게까지 고스톱과 술판을 벌이다가 여학생들과 잠들기를 밥 먹듯이 하곤 했다. 한 번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방에서 인기척이 없자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사방엔 먹다 남은 안주와 술병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술에 떡이 된 채 시체처럼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흉물스러운 몸뚱이들 사이로 웬 남자가 치마를 입은 한 여학생 누나의 사타구니 사이에 머리를 디밀고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 삼촌을 흔들어 깨우자 여자의 치마가 벌떡 일어섰다. 같이 잠을 자던 여자는 캬아악~~ 비명을 질러 대었고 삼촌은 그날 엄마에게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맞았다.
2.
암튼 어머니를 통해서 알게 된 막내 삼촌에 관한 사건의 전말은 대강 이러했다. 제대를 하고 한 동안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던 막내 삼촌이 어느 날 군 복무 시절 상관이라는 사람이 집으로 전화를 하더니 막내 삼촌을 바꿔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막내 삼촌은 전화를 받더니 서울 어딘가에 취직이 되었다면서 무작정 짐을 싸들고 서울로 올라갔다고 했다. 그리고 한 열흘 정도 지나서 막내 삼촌이 엄마에게 전화를 하더니 방을 얻어야 한다면서 천만 원을 부쳐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돈은 삼촌이 군 생활을 하면서 모아 놓은 전 재산이었다. 어머니는 다음 날 삼촌이 알려 준 계좌로 돈을 입금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이 지났을까? 갑자기 시골집으로 칫솔이며 샴푸 등 갖가지 생활용품과 값비싸(사실은 굉장히 싸구려였지만...)보이는 정수기가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서울로 올라갔던 막내 삼촌이 새벽에 초췌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삼촌이 불려 간 곳은 피라미드 업체였고 들어가자마자 합숙을 하면서 성공에 관한 세뇌 교육을 시켰다는 것이다. 삼촌은 합숙 이주일 만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들 잠이 든 새벽에 도망쳐 나왔다는 것이다. “성공, 성공, 성공합시다.” 얼마나 세뇌를 시켰던지 집에 돌아와서도 한 동한 잠꼬대를 할 정도였다고 했다. 물론 이미 돈 천만 원은 고스란히 그 상사란 사람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우리 엄마 그날 이후로 가슴이 뛰고 울화병이 치밀어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다는 것이었다. 삼촌에게 그곳이 어디냐고 물어봐도 겨우 도망쳐 나왔다며 붙잡히면 다시 끌려갈지도 모른다면서 도통 대답을 해 주질 않았고 가서 돈을 찾아오라 해도 그 상사라는 사람이 무섭다며 그냥 잃어버린 샘 치라며 나서질 않는다고 했다. 삼촌 같은 사람이 벌벌 떨며 무서워하는 걸 보니 그 상사라는 사람 정말 대단 한 모양이었다.
“나, 내일 올라 갈란다.”
드디어 우리의 복례 씨가 행동을 개시할 모양이다.
“내 이놈의 상관인가 뭔가 하는 자식을 찾아가서 그 돈 찾아오지 못하면 그놈 다리몽둥이를 부숴 버리던가 아니면 같이 한강물에 빠져 놈은 강물에 익사시키고 나 혼자만 살아 나오던가, 결판을 내고 말 테다. 그 돈이 어떻게 해서 모은 돈인데 그걸 날름 삼킬라고... .”
복례 씨에게 막내 삼촌은 아들과 같은 존재였다. 이모들과 나이 터울이 많이 난 삼촌은 유난히 둘째 누나를 따라서 외할머니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누나가 결혼하고 시골에 내려가게 되었을 때도 한사코 누나를 쫓아왔다는 것이다. 복례 씨는 간신히 막내 삼촌에게 그 상사라는 사람의 연락처와 회사 주소를 알아낸 다음 김제 경찰서 외사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삼촌에게 전남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그 상사의 부모님 연락처까지 확인 해 두었다. 그리고는 당분간 서울에서 지낼 짐과 옷가지들을 싸서 내가 방을 얻어 살고 있는 수원으로 올라왔다. 하룻밤을 머문 엄마는 다음날 아침 서울 큰 이모네 집으로 가신다며 나섰고 혼자서 무얼 어찌하시겠냐고 내가 같이 가겠다고 하자 빨리 학교 가라며 나중에 전화로 상황을 알려 주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모들이 같이 간다고 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3.
서울은 강남을 뺀 나머지 세 곳을 용감무쌍 복례 씨의 언니 동생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두둑한 배짱과 걸쭉한 입담 그리고 불타는 정의감으로 큰 이모는 강북, 작은 이모는 강동, 막내 이모는 강서구를 일찌감치 평정해 놓은 상태였다. 우연히도 이모들이 사는 곳 바로 옆에 구청이 있었다. 정의감에 붙타는 용감무쌍 복례 씨 자매들의 혁혁한 공로로 그곳 민원 담당자는 여섯 달에 한번 꼴로 자리를 바뀌어 나갔다. 오늘 사건 아니 사단이 벌어져야 할 곳은 강남의 한 변두리 건물이었다. 이모 세분과 우리의 복례 씨는 사전에 그 상사가 근무하고 있다는 염병할 모모 피라미드 업체를 확인 해 두었다고 했다. 강남의 한 변두리에 위치한 그 건물은 번쩍번쩍한 지하 2층 지상 8층짜리 신축 건물이었다. 으리으리한 건물 뒤쪽으로 자그마한 산이 솟아 있었고 그 왼편엔 금방 무너져 내릴 듯한 판자촌이 빼곡히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엔 넓은 빈터가 있었고 그 중앙에 허름한 3층짜리 건물 하나가 홀로 서 있었다. 그 모양새가 좀 별나서 복례 씨는 큰 이모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어떤 부동산 업자가 땅값을 올릴 심산으로 그곳에 알박기를 해 놓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알박기를 해놓고 세월아 내월아 하며 배짱 튕기고 있으면 건설 회사는 공사를 할 수가 없어서 적게는 열 배에서 많게는 삼사십 배도 더 넘는 가격에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파트 입주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우리의 복례 씨는 딱 한마디 했다.
“저런 똥물에 튀겨 죽일 놈....”
그 상사가 주로 머물러 있는 곳이 3층임을 확인하고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옆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며 용감무쌍 복례 씨와 이모들은 오늘 치를 거사를 아주 세밀하게 수립하기 시작했다. 우선 체격이 좋은 막내 이모는 건물 가까운 음식점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혹시라도 그 상사가 도망쳐 나오면 확 머리채를 붙잡기로 했다. 몸이 약한 편인 둘째 이모는 근처 파출소에 있다가 여차하면 경찰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이닥치기로 했다. 큰 이모와 엄마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그 상사라는 사람과 담판을 짓기로 했다. 현관을 올라서는데 경비원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앞을 막아섰다. 큰 이모가 아는 사람을 만나러 왔다고 차분히 말하고 복례 씨가 한번 눈을 크게 부라렸더니 경비원은 자리를 비켜주었다고 했다. 1층 로비에 이르자 사방에 진열된 유리장 안에는 치약에서부터 자석 매트까지 온갖 물품들이 값비싸게 보이도록 포장된 채 전시되어 있었다. 계단을 올라 2층에 다다르자 넓은 회의실 같은 곳에 의자와 테이블이 몇 백 개씩 놓여 있고 그 의자에 수 백 명이 앉아서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앞에 앉은 사람들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다른 쪽 교육장에선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강사가 수백 명 정도 되는 청중들 앞에서 화이트보드에 열심히 뭔가를 써가며 열변을 토해 내고 있었다.
4.
3층은 사무실인지 부서별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었고 각 구역마다 두세 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보고 있었다. 그중 어리숙해 보이는 한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다.
“김유식이라는 사람 쪼까 만나러 왔는디요. 그 염뱅할 시러배는 어딨단가요?”
본래 서울 태생인 용감무쌍 복례 씨는 오랜 시골 생활에도 사투리를 잘 쓰지 않았지만 작전상 시골아낙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싶어 사투리를 썼다고 했다.
“김 팀장님은 지금 외근 나가셨는데요.”
두 여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여직원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 그 사람한테 잠 볼일이 있어서 왔응께, 그럼 여기 앉아서 쪼까 기다리겄소. 오늘 안으로 들어오겄지라?”
“마침 저기 들어오시네요.”
여직원은 황급히 계단을 올라오는 남자에게 달려갔다. 남자는 키도 훤칠하고 제법 덩치도 컸으며 영화배우라고 해도 될 만큼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여직원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남자는 이쪽을 보더니 갑자기 안색이 변하면서 잠시 그 자리에서 망설이는 듯했다. 그리곤 이내 엄마와 이모가 있는 쪽으로 왔다고 했다.
“당신들 뭔데 여기서 행패야?”
준수한 외모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남자가 내뱉는 말에는 무식함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어 본 게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여인의 기에 겁이 질렸는지 말하는 사내의 음성이 약간 떨렸다.
“거그가, 김유식이라는 사람이구먼, 안칠봉이라는 사람 알지라? 나가 그 사람 애미요.”
칠봉이라는 이름을 듣자 그때까지 기세 등등하던 남자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주위를 잠시 둘러보더니 여기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라며 사무실 한편에 있는 휴게실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남자는 마실 것을 가져오겠다며 잠시 기다리라며 밖으로 나갔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큰 이모가 휴게실 창밖을 보니 남자는 어느새 현관을 뛰쳐나가고 있었다. 바로 앞 분식집에서는 막내 이모가 두 눈을 부릅뜨고 이쪽을 보고 지켜 서 있었다.
“막내야, 그 남자 잡아부러!”
큰 이모와 복례 씨가 창을 염과 동시에 소리쳤고 잠시 후 도망치던 남자는 막내 이모의 우악스러운 손에 머리를 붙잡힌 채 시멘트 바닥으로 나뒹그라지고 있었다.
휴게실에 붙들려온 남자의 머리는 볼썽사납게 헝클어져 있었고 넥타이와 양복도 마찬가지였다.
“나가, 그 먼 곳에서 여그까지 올라옴시롱,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올라왔을 것 같소.”
“원하는 게 뭐요?”
남자는 모든 걸 체념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없이 물었다. “나가 거그 전화를 받고 내 아들을 취직시켜준다는 말을 듣고 참말로 눈물 나게 감사혔소, 근디 고것이 내 아들이 군대에서 힘들게 번 돈을 뺏어먹을라는 수작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나가 눈알이 뒤집히는 줄 알았소.”
이모들은 남자가 다시 도망가지 못하도록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사무실 직원 몇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지만 이모들이 막고 있어서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몇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창문 안쪽을 기웃거렸다.
“각설하고, 거그가 내 동생한테 팔아서 집으로 온 물건들 값을 계산 혀 본께, 얼추 삼백만 원 정도 헙디다. 좀 비싸긴 허지만, 이왕 산 물건인께 물건 값을 제한 칠백만 원은 다시 돌려주시쇼.”
남자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칠...칠백만원이요.”
“와, 많소? 이백만 원도 안 되는 물건 값을 곱절 가까이 쳐 주겠다는데도 고거이 많다 그런 말이지라?”
남자가 잠시 생각하더니 지금 자기 형편으로는 이백만 원 이상은 절대로 못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라믄 할수 없제, 당신 박복덕이라는 분 알지라?”
복덕이란 이름을 들은 남자는 기겁을 했다.
“안 된다믄, 그 사람 찾아가서 거그 아들이 내 아들 꼬드겨서 돈 천만 원 날려버렸소. 할라요.”
남자는 정색을 하며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칠백만 원을 120개월로 나누어서 갚겠다고 했다.
“아니 여보세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120개월이라는 말에 당황한 복례씨의 입에서 표준어가 튀어나왔다.
“오메, 이 썩을 것이, 시상에 그런 법이 어딨단가? 아 피 같은 넘의 아들 돈 가져갈 때는 한 입에 쏙 삼켜 버리더니 뱉어 낼 때는 변비 걸린 일본 똥강아지 마냥 찔끔찔끔 내놓겠다는 말이시... .”
복례 씨는 재빨리 사투리로 바꿔 말했다.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이모들도 기가 막힌 듯 한 마디씩 했다.
“이 양반아, 지금 시장 바닥에서 다 시들어 말라비틀어진 배추 값 흥정하는 것도 아니고 할부는 무슨 얼어 죽을 할부야. 당장 그 돈 내놔. 안 그러면 다리몽둥이를 확 분질러 버릴 테니깐.”
막내 이모가 팔을 걷어 부치며 남자한테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윽박질렀다.
“막내야, 참아, 저번처럼 흥분하다 또 실수로 갈비뼈 부러뜨려서 철창신세지지 말고... .”
큰 이모가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씩씩거리고 있는 막내 이모를 진정시켰다. 남자는 마치 자기 갈비뼈가 부러진 듯 몸을 움츠렸다.
5.
“방금 이백만 원은 있다고 혓소?”
복례 씨가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남자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물었다.
“네, 통장에... .”
“좋소, 그라믄 이렇게 합시다. 지금 이짝 쳐다보고 있는 저 비쩍 마른 여직원 시켜서 당장 이백만 원 빼오소... 그라고 나머지 돈은 한 달 말미를 줄팅게 그 안에 갚으소, 워떻소?”
복례 씨의 말을 들은 남자가 고민하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사정을 했다.
“한 달 안에 어떻게 그 많은 돈을 구합니까? 그러지 말고 한 육 개월 여유를 주세요. 그러면 어떻게 해서든지 오십만 원이든 백만 원이든 마련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복례 씨가 이모들을 쳐다봤다.
“언니, 시방 이 사람 하는 말 믿어도 되겄수?”
“믿긴 뭘 믿어요. 지금 당장 급하니까 빠져나가려고 하는 수작이지.”
막내 이모가 못 믿겠다는 듯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족쳐 봐야 당장 돈이 나올 것 같지는 않고, 우선 이백만 원이라도 받는 게 어때?” 라며 큰 이모가 말했다.
“나 생각도 그게 질인거 같소, 그라고 나머지는 각서 받아 놓으면 될팅께.”
복례 씨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고 여직원을 시켜서 돈을 찾아오게 했다. 그러는 사이 남자에게는 각서를 쓰게 하고 지장까지 확실히 받아 두었다. 여직원에게 돈을 받아 든 복례 씨가 둘째 이모에게 전화를 했다.
“어, 둘째냐? 지금 경찰서에 있자? 여그 일은 그런대로 잘 마무리되었으니까 너도 그만 이쪽으로 온나.”
복례 씨의 통화를 엿듣던 남자는 겁 없는 여자들의 치밀한 계획에 질렸다는 듯 말문이 막혀 버렸다.
“보소, 아무리 돈이 질인 세상이라지만 그런 식으로 남의 돈을 날로 먹을려고 하면 안 되지라... 거그 눈빛 본께 방금 한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소, 그라고 각서에 쓴 대로 꼭 약속 지키소. 그만 갈라요.”
현관으로 내려가자 둘째 이모가 어느새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큰 이모와 복례 씨가 앞장을 섰고 막내 이모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둘째 이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며 뒤를 따랐다.
용감무쌍 복례 씨의 서울 상경기는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복례 씨가 서울에서 며칠 지내다가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날 다시 내가 있는 수원으로 오셔서 그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밤늦도록 해 준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고향에 내려가서는 이따금씩 전화를 하셔서 그 남자가 오십만 원이나 백만 원씩 꼬박꼬박 통장에 입금을 하고 있다고 알려 주셨다.
그리고 몇 달 후... “바름아, 이번엔 니 아부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