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센터에서 토요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남한산성으로 문화체험을 하는데 인솔 교사로 함께 가 달라고 요청이 왔다. 다음 주 화요일 대체휴무를 하기로 했다.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아이들과 남한산성 산행을 하는데 옛날에 푸른학교 중등부 아이들과 산성으로 나들이 갔던 생각도 나고 기분이 묘했다.
함께 온 중등부 여학생들이 문화 해설사의 말을 듣다가 재미없다며 심심해하길래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보여주었더니 신기해하며 만지작 거린다.
카메라 잡는 법과 포커스 맞추는 것 등등 사용법을 간단히 설명해주고 관심을 보이는 A에게 오늘 하루 사진작가 하라며 카메라를 건네주었더니 내내 뾰로통하던 여학생들의 입이 상글벙글하다.
"선생님, 이 카메라 신기해요. 저 사진작가 되고 싶어 졌어요."
"사진작가 좋지, 멋진 일이야."
여학생들은 하늘 보고 찰칵, 나무 보고 찰칵, 서로의 얼굴에 들이대며 찰칵, 찰칵. 셔터를 눌러댄다. 낙옆이 떨어진 산성길을 폴짝 폴짝 뛰며 까르르 거린다. 마치 재미난 장난감이 생긴 듯 연신 자신의 프레임에 포착된 세상을 담아낸다.
산행을 마치고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나의 뒷모습이 이렇게 찍혀있다. 나의 뒷모습이 이랬었나? 남들은 늘 나의 뒷모습을 보지만, 나는 제대로 보지 못하던 나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다. 남의 시선에 비친 너의 뒷모습은 이랬구나~
자식아, 왜 이렇게 너의 뒷모습이 안 쓰럽냐? 잘 먹어서 살 좀 찌고, 어깨도 좀 더 펴고, 씩씩하게 걷고....당당하게. 그렇게 하나뿐인 인생 재미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