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청소년 여행학교 셋째날(2016년 9월 6일)

by 김인철

여행학교 셋째날이 밝았다. 어제 백두산 여정이 고단했는지 일찍 잠이 들었다. 오늘 컨디션은 좋다. 호텔조식후 7시에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의 주요 일정은 용정이다. 이동시간은 5시간이다. <대성중학교>,<연변박물관>, <연변대학교>와 학교안에 있는 '항일무명영웅기념비'를 탐방할 예정이다. 여행 삼일차가 되니 끼니마다 고역이다. 열에 아홉은 음식이 입에맞지 않는다. 고추장과 김치찌게가 간절하다. 그나마 다행은 물갈이를 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속은 편하다. 용정으로 향하던 길, 차창으로 해란강과 용문교가 보인다.


IMG_20160906_115024.jpg 용정, 대성중학교로 가는 길


대성중학교는 별의 시인 <윤동주>, <문익환>, <송몽규>, 그리고 아리랑의 <나운규>, 불행한 시대를 이끌었던 선구자들이 학창시절을 보내던 곳이다. 연변에서 시인 윤동주에 대한 평가는 국내와는 달랐다. 그는 항일시인이라기 보다는 '하늘과 바람과 별'을 노래한 서정시인에 가깝다. 그렇다면 항일시인으로서의 윤동주는 과대평가된 것일까?

IMG_20160906_102147.jpg 대성중학교 전경


유적지를 탐방하면서 느끼는 점은 역사는 그것을 기록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것이다. 때로는 기록된 역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머나먼 타국에서. 잊혀진 무명 용사의 <조국을 향한 헌신>을 추념한다.


IMG_20160906_104440.jpg 윤동주 시인이 공부했던 대성중학교 교실


오늘의 목적지로 가는 버스에서 가이드는 '눈물젖은 두만강'에 얽힌 일화를 들려주었다. 실화를 담은 항일투사들의 이야기가 장시간의 버스 여정으로 졸린 두 눈을 총총히 해준다. '눈물젖은 두만강', 항일운동을 하다 일제 경찰들에게 붙잡힌 남편, 돈을 벌러 간줄만 알았던 아내는 남편의 수감을 알게되고. 생일날 사형을 당한 남편을 그리워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는 듣는 내내 가슴이 미어졌다.


IMG_20160906_110826.jpg 연변식당: 연변식 냉면과 궈보루


연변대학교에 가기전 현지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조선족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식사가 입에 맞을거라 기대했다. <냉면>, <궈보루>, <개고기> 가이드는 연변에 오면 이 세가지 음식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중 점심으로 냉면과 궈보루를 먹을 예정이다. 궈보루가 먼저 나왔다. 궈보루는 우리의 탕수육처럼 생겼는데 맛은 더 달고 크기는 훨씬 컸다.


IMG_20160906_110812.jpg 연변식 냉면


남한과 북한식의 냉면이 아니 연변식 냉면. 아직 평양냉면은 먹어보지 못했다. 연변식 냉면은 유리그릇이 큼지막했다. 냉면은 면발이 굵고 상당히 질겼다. 식감은 마치 고무줄을 씹는 느낌이다. 맛은 세콤달콤했다. 양이 무척 많았다. 절반도 먹지 못했는데 배가 터질듯이 불렀다. 일행중 냉면을 다 먹은 사람은 두명 밖에 없었다.

IMG_20160906_121814.jpg 연변 박물관 전경


점심식사를 마치고 <연변박물관>을 찾았다. 싸부의 친구이자 연변학교 교수인 김**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구한말, 일제 강점기 조선[함경도 주민들]에서 간도로 이주한 조선족의 이야기들. 그들이 백년에 걸쳐서 일군 간도의 위대한 역사와 항일 무장 투쟁의 중심지. 버려진 땅 간도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자긍심을 엿볼수 있었다.


IMG_20160906_125023.jpg 연변 박물관


단순한 조국의 독립을 위한 <항일무장투쟁>을 넘어선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끊임없는 항쟁. 남한도 북한도 아니 제3지대의 역사와 그들이 피와 눈물로 써 내려간 개척과 항일투쟁의 이야기들. 한국의 허름한 식당에서 써빙을 하던 조선족의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진다. 역사는 책 몇권으로 묶을수 있지만 두발과 두손과 두 눈으로 보는 것의 백분의 일도 이해하지 못한다.


연변대학교는 규모가 굉장히 컸다. 우리가 탄 버스가 교내에 들어서자 신입생들이 교련연습을 하고 있었다. 짙은 개구리색 교련복을 입은 앳띈 표정의 신입생들이 학내 곳곳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낯익은 풍경이다. 여기는 사회주의의 나라. 중국이다.


IMG_20160906_134551.jpg 연변대학교, 군사훈련중인 신입생들


남한의 한 사업가가 5억을 기부하여 만들었다는 <항일무명기념비>앞에서 잠시 묵념을 하고 그들의 잊혀진 이름과 숭고한 희생을 기억했다. 김** 교수의 두번째 강의를 들었다. 단순한 조국의 독립이 아닌,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반쪽의 근현대사가 이곳에서 완성된다.

IMG_20160906_135732.jpg 연변대학교 안에 있는 항일무명용사기념비


일정이 다소 바뀌었다. 원래는 내일 오전에 두만강 보트체험을 할 예정이었는데 큰 홍수가 나는 바람에 보트체험은 할수 없었다. 가이드는 숙소로 가기엔 시간이 남으니 여기서 한시간 정도 거리인 두만강<조중국경지대>을 잠깐이라도 보고 오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그리고 내일 일정을 좀 여유롭게 진행하자고 했다.



IMG_20160906_155959.jpg 두만강 조중국 접경지대: 강 저편이 북한 지역


오늘 숙소인 <장백송 호텔>로 향했다.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나왔다. 일정이 바뀐 탓에 오늘 저녁식사 메뉴는 보다 훌륭한 곳에서 먹을수 있게되었다. 숙소 근처의 한국음식 전문식당에서 먹었다. 찰기넘치는 쌀밥과 김치. 생선조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삼일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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