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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에서 한강까지

설 연휴 마지막 날...자전거 라이딩을 했다.

by 김인철

지난해에 자전거를 한대 구매했다.

바퀴가 작은 접이식 미니벨로다.

가끔 탄천이나 도서관을 오갈때 자전거를 탔다.


설 연휴 마지막날 두 번째 애마(미니밸로)를 타고 한강을 다녀왔다. 자전거로 한강을 왕복하는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파라는데, 겁도 없이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난 겨울에 태어난 남자. 내복은 필요 없어. 별로 안 춥네! 하고 자전거 패달을 밟았다. 헐, 삼십 분 쯤 지나니 손이 시려워서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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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시민 공원에서 라면을 먹고 싶었다. 그런데 가도 가도 보이지 않는다. 가다가 벤치에 벌러덩 누워서 헥헥 거린다. 다시 달린다. 코끝이 시렵고 손도 시렵다. 잔디에 주저 앉았다. 찬바람이 장갑과 양말, 점퍼를 뚫고 숭숭 들어오는데 그럴수록 정신이 말짱해지고 쌓였던 내면의 불안, 공포와 근심이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탈까?


왜 라이더들이 큰 바퀴를 좋아하고 로드바이크를 타며 스피드에 열광을 할까 궁금했는데 이런 짜릿함과 상쾌함 때문이었나 보다. 두껍고 커다란 로드바이크가 쌩하니 나를 앞지르는데 내 귀여운 미니밸로는 패달을 열심히 밟아도 거북이 보다 조금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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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낼수록 맨 살에 부딪히는 바람과 주변의 거친 숨결들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래도 미쳤지. 미쳤어. 라이더 초보인 내가 한파 속에서 왕복 40킬로를 달렸다. 보글보글 끓인 라면은 구경도 못하고, 배는 고프고, 무릎 연골은 나가고, 손은 시렵고 허벅지는 파열 할 것처럼 땡기고, 이건 뭐, 돌아올 때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도 역시 나오길 잘했다. 한파에 감행한 도전이었지만, 자전거를 타는 나는 걸을 때의 나와, 운전을 할 때의 나와는 또 다른 내가 된다. 운전대를 잡았을 때와 걸을 때는 느낄 수 없던 세상을 향한 당당함이 뿜뿜 솟는다. 다음엔 한강 시민 공원에서 보글보글 끓인 라면 먹자.


돌아 올 때 힘들면 전철 타고 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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