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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Feb 23. 2022

2030년 한국은 아시아의 '와칸다'가 될 수 있을까?

어느 날 눈 떠보니 선진국, 대한민국 정말 그런가요?

지난 2019년 개봉한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인 '어벤저스 엔드게임(감독, 앤서니 루소)'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세계를 극적으로 구하고 어벤저스는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빌런이 등장하고 지구는 다시 위기가 올 것이다. 그때 히어로들은 세계를 구하기 위해 다시 뭉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구를 구하는 역할은 <샹치>와 <이터널스>, 혹은 <승리호> 같은 새로운 영웅들이 맡을 것이다.

                                   

▲ 블랙 팬서 블랙 팬서의 주요 무대인 와칸다 스틸컷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어벤저스에서는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했다. 어벤저스 주요 멤버인 '블랙 팬서(2018년, 트찰라, 채드윅 보스만 분)'는 아프리카의 은둔 국가인 '와칸다'의 국왕이다. '와칸다'는 먼 옛날 외계에서 날아온 거대 운석 <비브라늄>이 매장되어 있다. 와칸다의 5개 부족들은 이 신비한 금속을 바탕으로 풍요를 누리며 과학 기술도 매우 발달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비치는 한국의 이미지.


그동안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땠을까? 미국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진원지 <1995년, 아웃브레이크>, 워커홀릭 <1997년, 폴링다운>, 분단국가 <2002년, 007 어나더데이>등 외국 영화에서 한국 이미지는 왜곡되거나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불행의 근원이었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이미지는 몇 가지로 규정된다. 분단국가, 8282, 냄비근성. 이런 이미지는 단점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메타버스로 전환되면서 단점은 장점이 되었다. 게다가 O.T.T <넷플릭스, WAVE, 와챠> 같은 서비스와, 유튜브, TICTOK 같은 미디어의 확대로 문화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한국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 시작은 대장금 <2003년, MBC >이었다. 그러나 대장금 인기는 한국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아시아에 머물렀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세계의 문을 두드린 것은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말춤을 추게 했던 강남스타일도 'B급 감성'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 뒤로 한국의 영화와 K팝은 끊임없이 세계의 문을 두드렸고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을 넘어 가요<BTS,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드라마>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와 현실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된 한국.


지난 2년간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은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마더/안드로이드 <2021년, 감독 멧슨톰린>는 근미래 안드로이드가 지배한 세상에서 유일한 인간의 안식처가 한국이다. 주인공 클로이 모레츠는 안드로이드가 지배하는 세상을 피해 자신의 아기를 보호해줄 안식처인 한국으로 보낸다. 넷플릭스에서 핫한 SF영화 '돈 룩업 <2021, 감독 아담 맥케이>에선 소행성 충돌에 무관심하던 정치인들이 한국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말에 관심을 기울인다. 


마블 세계에서 와칸다는 은둔 국가다. 비브라늄을 바탕으로 평화를 누리며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 한국도 오랫동안 은둔의 나라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외국 영화에서 한국의 수도 서울은 종종 S.F영화에서 과학 기술이 발달된 도시<2013년,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4년,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로 묘사된다.


현실에서도 한국은 과학 기술 강국이다. 비브라늄 같은 신비한 금속은 없다. 석유나 셰일가스, 희토류 같은 천연자원도 거의 없다. 하지만 교육과 우수한 노동력은 충분하다. 전통적인 조선, 반도체부터, IT, 자동차를 넘어서 최근엔 핵융합과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기술을 선도한다.  


홍익인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우리나라는 '국난극복이 취미'라는 말이 있을 만큼 과거 숱한 침략을 당했다. 고조선이나 고구려처럼 강력한 고대 국가를 세운 적도 있었지만 이웃 나라를 침략하거나 식민지로 삼은 적은 없다. 국력이 강성하지 못했거나 외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근간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이다. 그 이념은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법의 교육이념에도 명시될 만큼 우리 민족의 정신이다. 


홍익인간과 비슷한 이념이 있는 나라는 있을까? 18세기 프랑스는 '자유'를 외치며 혁명의 깃발을 날렸고 영국은 '명예혁명'을 통해 근대국가 성립과 민주주의 전파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 이념의 열매는 자국민에게 향했고 제국주의와 식민지배는 수많은 국가들에게 가난과 고통을 주었다. 


어느 날 눈 떠보니 선진국이 되었다.  


우리도 모르게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어 있었다. 2017년 우리나라의 PPP 기준(구매력 평가지수) 1인당 GDP는 4만 1001달러로 처음으로 일본(4만 827달러)을 앞섰다. 유엔무역개발위원회 웅크타드(UNCTAD)는 1964년 설립된 지 57년 만에 최초로 대한민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뀌었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tbs뉴스공장(2021년 11월 9일)에서 OECD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한국은 2030년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갖게 된다'라고 전한다. 이렇듯 한국은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 그것은 총이나 칼이 아닌 1960년대 영국의(British Invastion)처럼 강력한 문화의 힘(Korean Invastion)이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렇다면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IT전문가 박태웅 소장이 말하듯 "세상에 없던 질문을 하고, 정의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패스트 팔로우였다. 그동안 산업, 문화, 예술은 선진국을 열심히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선진국이 된 우리 앞에는 아무도 없다. 어떤 정의를 할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방역이었다.


햇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이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높은 문화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대갈등, 젠더갈등, 저출산, 부동산 양극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공정과 정의의 문제도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의 중산층 기준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외국과 우리나라는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은 소득이나 물질이 중심이다.


▲ 중산층의 기준 tvn어쩌다 어른에서 심리학자 허태균 교수가 한국과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 김인철


이런 의식은 언제부터였을까? 선조들의 생활과 문헌을 보면 삶이 풍요하지 않았더라도 해학적이며 기개와 정신은 높았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드높았던 기개와 정신은 사라졌다. 또한 경제는 발전했지만 주요 선진국이 거쳤던 '근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정신보다 물질에 집착하는 것은 굶주림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압축 성장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2030년 아시아의 '와칸다'가 될 수 있을까?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끝으로 세계를 구하던 영웅들은 사라지거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 거대한 우주적 구원의 격전장이었던 와칸다는 신비로움을 간직한 채 은둔 국가로 남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현실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 


한국은 2030년 아시아의 와칸다가 될 수 있을까? 감히 말하자면 희망을 본다. 긍정적인 지표를 통해 가능성을 본다.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에 두고, 세상에 없던 질문을 하고, 정의를 새롭게 하고, 백범 김구 선생이 염원했듯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을 세계인들에게 보여 준다면 가능할 것이다. 외계에서 날아온 비브라늄이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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