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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Feb 16. 2022

서촌 나들이

박노해와 윤동주를 만나다.

설 다음날이다. 바람은 시리고 차다. 새해가 된 후 한동안 방안퉁수로 지냈다. 당분간 그 단순한 삶은 이어질것 같다. 아니 난 언제나 방안퉁수다. 지인과 함께 서촌 나들이를 했다. 박노해 사진전과 윤동주 하숙집 터를 방문했다.



시인, 사진작가, 혁명가. 박노해 사진전이 열리는 서촌, 라 카페 갤러리. 전시공간은 아담하다.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시인의 세계 유랑길, 난 고작 두 곳 뿐인데, 시인은 참 많이도 다녔다.



사랑없이 살았던 나는, ...서른 이후 사랑 없이 살았던 나는 오십 이후의 삶이 두렵다. 서른전에도 밍밍할뿐 불꽃 같은 사랑은 없었다. 전생에 나라, 아니 우물 하나를 팔아 먹었던 것일까?



서촌을 거닐던 중 노포에서 간판으로 보이는 훈민정음을 보았다. 아름다워, 한글을 쓰게 해주신 세종대왕에게 21세기의 현대인을 대신하여 감사를 드렸다.



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인, 윤동주 하숙집 터에도 다녀 왔다. 예전에 학생들과 갔던 윤동주 시인의 용정학교가 떠오른다. 새로웠지만 편하지만은 않았던 연변의 밤하늘과 용정의 별은 시인의 서정적인 시선과 닮지 않았다. 난 연변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윤동주 하숙집 터를 찾았다. "지금 이 터의 주인은 사람들의 방문을 좋아할까"....라고 지인이 묻는다. 사내 둘이 뒤를 따른다. 내가 주인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속으로 말했다. 그런데 이곳은 왜 터만 남겼을까? 숱한 사연들이 있겠지. 나는 단지 시인이 오갔을 거리에 물음표 하나를 새겨 둘뿐.



시인, 사노맹, 사형수, 사진 작가. 박노해 시인의 이력은 다양하다. 그의 발걸음은 늘 세상의 어두운 면을 향한다. 그가 머물던 자리는 흑백으로 남겨진다. 시인은 외롭지만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혁명가이자 관찰자인 그는 소외된 이들을 위한 코스모폴리탄이다.


찬바람이 부는 날 서촌을 산책했다. 춥지만 춥지 않았다. 북촌과는 다른 분위기다. 그때는 여름이었다. 계절과 바람이 달라서 일 것이다. 아니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의 내 발걸음은 겨울의 바닥이다. 바람은 오후가 될수록 시리고 차졌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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