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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Mar 08. 2022

한걸음 더 들어간...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장면들

언론인 신뢰도 1위 손석희도 '기레기' 소리를 듣다니.

손석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 받는 언론인이다. 시사 주간지 시사IN이 지난 2007년부터 언론인 신뢰도 조사를 하면서 1위를 하고 있다. 그는 1984년 MBC에 입사 후 기자와 아나운서를 거치며 '100분 토론'과 '시선집중'을 진행했다. 2013년 JTBC 보도 담당 사장과 뉴스룸 진행을 맡으면서 대한민국의 주요 이슈와 현안들이 그의 날카로운 시선과 입을 통해서 보도되었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정권이 바뀌는 변혁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저널리즘 에세이 '장면들'을 펴냈다. 뉴스룸을 보면서 알고 싶었던 기사의 뒷이야기를 그의 책 '장면들'을 통해서 들여다보았다.  

       

▲ 손석희 저널리즘 에세이 '장면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이자 저널리스트 손석희가 '풀종다리의 노래' 이후 28년만에 저널리즘 에세이를 펴냈다. ⓒ 김인철


장면1. 그는 왜 JTBC를 선택했을까?


그가 지난 2013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그만두고 중앙일보 계열 방송사인 JTBC 보도 담당 사장으로 간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세간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과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예상치 못한 JTBC <종편>행은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었던 모습과 다른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JTBC행엔 나름의 사정과 명분이 있었고, 공정과 균형을 잃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장면2. 어젠다 키핑, 이슈를 끝까지 파고들다.


한 가지 이슈를 끝까지 파고든다. 어젠다 키핑은 저널리스트 손석희의 핵심 의제다. 중요 현안이나 이슈가 생기면 그는 남들보다 한걸음 더 들어간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이 그랬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그랬다. 특히 세월호 참사 보도는 그가 주장하는 어젠다 키핑의 원형을 보여준다. 그와 JTBC 기자들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날부터 521일간 팽목항과 목포 신항을 지키며 진실을 파헤쳤다. \


그렇게 해서 팽목항에서의 287일, 목포 신항에서의 234일, 모두 521일간의, 아마도 전무후무할 현장 체류가 막을 내렸다. 그 시간들은 언론이 왜 존재하는 가를 깊이 고민하게 했던 시간들이었다.

-장면들, P.70-


장면3. 최순실 국정농단과 태블릿PC.


지난 십여 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를 꼽으라면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다. 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던 그날 JTBC 뉴스룸의 보도를 기억한다. 그날은 무척 긴박하게 돌아갔다고 회상한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는 보도인데 어찌 안 그럴 수 있겠나? 태블릿PC 보도를 몇 시간 앞둔 그날, 그는 조금 우울했다고 한다. 그의 약간의 우울은 세상의 폭발을 위한 스위치였다.


장면4. 광장의 시민들 속에서 촛불을 들다.


2016년 10월 24일 JTBC 뉴스룸의 최순실 태블릿 보도는 '스모킹 건'이었다. 그동안 세간에 의혹으로만 알려지던 최순실과 그 측근들의 국정 농단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대중은 분노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나 또한 사람들속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것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자발적이었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는 날엔 휴가까지 내면서 국회 앞에 있었다. 2017년 3월 10일 헌재에서 현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는 날에도 나는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국회 앞에 섰다. 마침내 탄핵이 인용되자 함께했던 시민들과 어울리며 얼쑤 덜쑤 춤을 추면서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기뻐했다. 


장면5. 손석희의 시선으로 본 촛불집회


뉴스룸을 통해서 보도된 그의 장면들 <인터뷰, 단독기사>은 언제나 세상의 뜨거운 논쟁거리였고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00분토론(MBC), 시선집중(라디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시선과 입을 거치면 같은 사안이더라도 다른 기자나 아나운서보다 파급력이 훨씬 크다. 그는 촛불집회를 어떤 시선으로 보았을까? 뉴스 진행자로서 카메라를 벗어난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뉴스진행자로서는 집회 상황을 잠깐이라도 직접 겪어보는 체험도 필요했고, 뉴스 책임자로서는 현장을 취재하는 JTBC 기자들을 격려하는 일도 필요했다. 그때마다 나는 촛불집회 쪽도 가보았고,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도 가보았다. 믿기 어렵겠지만 양쪽 집회 모두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장면들 .

-장면들, P.117-


장면6. 팩트,공정, 균형, 그리고 품위.


그는 저널리스트로서 지켜야 할  보도 기준은 <팩트>, <공정>, <균형> 그리고 <품위>라고 한다. 뉴스를 보도하는데 품위라는 표현은 의외였다. 그 품위는 뉴스룸의 엔딩곡이 맡았다. 엔딩곡은 그날의 이슈와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가장 우선시 되는 건 팩트지요. 그 다음엔 이해관게 속에서의 공정, 이데 올로기에 있어서는 균형...그리고 품위입니다.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와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서 품위가 빠지면 안됩니다."

-장면들, P.240-


장면 7. 그의 MBC 하차와 JTBC행을 밝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다. 사람들은 그가 진행하는 100분 토론(MBC)에서  조만간 물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일년을 버틴끝에 시선집중(라디오)에서도 하차했다. 자신을 불편하게 여겼던 청와대와 측근들의 압력이 있었음을 밝힌다. 그 화살이 자신보다는 동료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미안해 했다.  

"바깥에서 말이 많을텐데 물러나는 이유를 뭐라고 할까요?"
"네, 아...글쎄요. -생각하신 게 있으면 그대로 하시지요."
"외부 인사에게 시사프로그램을 맡기지 않는다는 걸로 할까요?"
"그건 아닌것 같습니다....후략..."

-장면들. P.245-


그는 모두를 놀라게 했던 JTBC 행도 제법 상세히 언급한다. 그가 친정인 MBC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을때 홍석현 회장이 '밥이나 한번 먹자'라는 제안을 받았다. 거듭 고사를 했지만 홍석현 회장에게 보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필요시 삼성을 보도 한다는 조건을 보장 받고서 JTBC행을 결정했다. 그의 말대로 삼성 관련 이슈가 있을 때는 보도를 했다.


장면.8 조국 정국과 검찰개혁...기레기.


검찰 개혁에 앞장 서던 조국 장관과 관련된 JTBC의 보도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나 또한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주관적인 판단이었고 보도가 내 판단과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나보다 더 열정적인 사람들은 그를 비난했다.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던 그를 '기레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테블릿PC보도로 박근혜정권을 허물어 칭송받은 종편은 조장관을 충분히 감싸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레기 리스트에 올랐고

-장면들, P.277-


하지만 그는 언론인으로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보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기자 다움'보다는 '내편다움'에 가깝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광장에서 '돌아오라 손석희'를 외쳤을 때 조국과 관련한 보도 방식에 후회와 미련을 비친다. 하지만 그는 사태의 본질은 조국이 아니라 검찰개혁이라고 강조한다. 조국 정국이라는 격랑 속에서 본질이었던 검찰개혁은 소리 없이 묻혔다고 말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한국사회를 커다란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 동안에 언론이 얼마만큼 검찰개혁이라는 본질을 드러내고 그 당위성과 역사성까지 짚어냈는지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장면들, P.231-


장면. 9 뉴스룸과 앵커브리핑.

손석희와 뉴스룸, 앵커 브리핑은 분리될 수 없는 말이 되었다. 그의 표현대로 고유명사의 보통명사화였다. 그 반대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두 개의 단어를 가져다 쓸 수는 있지만 아무도 가질 수는 없는 것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이자 굵직굵직한 사건과 이슈를 다루면서 그가 저널리스트로서 짊어졌어야 할 고뇌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나는 그의 본질이 궁금했다. 그는 진보일까, 보수일까. 아니면 중도일까. 하지만 대한민구에서 저널리스트로 남아야 하는 그에게 그것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하지만 저널리스트가 아닌 개인으로서 그의 이데올로기가 궁금하긴 하다. 


장면.10. 포스트 손석희는 누가 될까?


어젠다 키핑, 한걸음 더 들어가기. 품위 있는 뉴스. 저널리스트 손석희가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들은 그가 없는 대한민국에서도 유효할 것이다. 그는 지난해 9월 30일 JTBC총괄사장을 내려놓고 현재 해외순회특파원으로 나가 있다. 러시아가 우쿠라이나를 침공했다. 대한민국은 20대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3월 9일 이후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해외순회 특파원의 시선에서 대선의 격랑에 놓여있는 대한민국의 장면들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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