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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Apr 16. 2022

파친코-자이니치의 위대한 승리의 삶과 심판의 기록

이민진 작가 원작의 드라마 파친코 1~5화 감상후기


*드라마 파친코를 통해 자이니치(재일교포)들을 향한 차별과 멸시를 넘어선 위대한 승리의 삶을 보다


요즘 애플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파친코를 흥미롭게 보는 중이다. 파친코는 애플TV+가 무려 10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이며 만들고 있는 오리지널 드라마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 '파친코'가 원작이다. 원작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긴 했지만 미국의 역사도 아닌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미국 자본으로 만드는 이유가 궁금했다. 원작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소설로도 읽어 볼 생각이다.


파친코 인트로 장면


파친코는 주인공 선자(윤여정 분)를 중심으로 4대에 걸친 자이니치(재일교포)들의 긴서사시를 일제강점기와 현대(1980년대)를 매회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보여준다. 드라마의 배경도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간다. 제목인 파친코는 국내 조폭이나 범죄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박게임기다. 드라마는 일제강점기 핍박받는 민중,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투사들의 헌신보다는 당시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을 통해 고통과 차별 그리고 멸시와 편견을 견디고 극복했던 자이니치들의 위대한 승리의 삶과 심판을 보여준다.


1920년, 어린 선자(김민하 분)는 부산의 한 항구에서 하숙을 치는 부모님과 살고 있다. 어느 날 한수(이민호 분)가 어시장의 새로운 관리자로 부임하고 선자는 한수의 아이를 갖지만 일본에 아내와 자식이 있는 한수는 그녀와 거리를 둔다. 창씨개명을 거부한 이삭은 선자의 하숙집에 쓰러지고 보살핌을 받는다. 이삭은 한수의 아이를 임신한 선자를 데리고 형과 형수(경희, 정은채 분)가 살고 있는 일본으로 향한다.


1989년, 선자의 손자인 솔로몬(진하 분)은 미국에 유학을 한 후 미국 은행에서 일하지만 번번이 승진에서 누락한다. 승진이 절실한 그는 오사카에서 은행이 원하는 부지 인수를 위한 땅 부지 매입을 성공시키면 부사장 자리를 달라고 한다. 경영진은 솔로몬의 제안을 받고 그는 제일교포 할머니에게 땅을 매입하기 위해 오사카로 향한다. 오사카엔 아버지가 파친코를 운영하고 있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민중의 힘겨운 삶을 다루지만 신파를 강요하지 않는다. 도시락 폭탄을 던지거나 치열한 전투도 묘사하지 않고 잔인한 고문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제일교포의 삶을 주제로 다른 드라마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면 지루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파친코는 평범한 삶과 그들이 넑두리하듯 내뱉는 대사 몇 마디로 시난고난한 당시의 역경을 잘 드러낸다.


파친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인트로 장면이다. 선자의 아들 모자수(박소희 분)가 운영하는 파친코 안에서 선자를 비롯한 주요 인물이 유쾌하게 춤을 춘다. 춤을 추는 이들의 표정은 마냥 행복하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 어둡고 서늘한 기운이 깔려있는 파친코에서 신명이 나는 인트로 장면은 힘겨운 삶을 살았던 이들의 회복력에 중점을 둔다. 힘겨운 시절을 살아낸 절망이나 한스러움을 넘어선 강인한 회복력이다.


일부 배우들을 제외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배우들이 모두 생경하다. 국내가 아닌 애플의 자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루고 우리나라 배우들이 우리나라 말로 연기를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다룬 기존 드라마와는 너무 다른 이야기와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선조들이 겪었던 멸시와 편견, 차별이라는 고유의 정서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마치 실제의 삶을 살았던 것처럼 리얼하고 생생하다. 서툰 한국어 대사와 표정들이 생생히 살아있다.


기생충이 그랬고 미나리가 그렇듯 그들이 파친코라는 한국 이주민들의 평범한 삶에 유독 관심을 갖는 것은 멜팅팟(용광로)라는 미국의 특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등...전 세계에서 몰려든 이민자의 나라다. 그들도 각자의 사정으로 이민을 왔을 테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살며 이주민의 힘겨운 삶을 겪었을 것이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지만 이주민들의 삶이라는 공통의 정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와 애플TV+, 디즈니+ 같은 OTT가 우리나라의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더욱이 현대물도 아닌 역사물을 다룬다. 이제 와서 그들이 일본이 불편해할 역사 왜곡과 끔찍했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릴 이유가 뭘까? 강력해진 문화의 힘이다.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민족이 지난 백 년 동안 힘겹게 살아내고 극복하고 마침내 승리한,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가 그들에게는 1960년대 시작되어 세계에 알린 유대인의 홀로코스트 장사를 잇는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나치가 행한 유대인의 홀로코스트를 잘 알지만, 그들은 일제의 잔인한 만행을 잘 모른다.


지금이라도 할리우드 자본이 일제의 만행과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세계{에 알린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유대인의 홀로코스트도 할리우드 자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로 인해 우리는 나치가 행한 유대인의 홀로코스트를 잘 알지만, 그들은 일제의 만행(관동대학살, 위안부, 강제노동)을 잘 모른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으로 다시 일어선 일본의 거대한 자본이 그들이 저질렀던 끔찍한 만행과 역사를 철저히 왜곡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 세계에 알려야 하고 그들도 알아야 한다. 할리우드 자본이 유대인의 홀로코스트를 전 세계에 알렸듯이, 일본의 자본으로 왜곡되었던 역사와 잘못된 인식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일본은 원폭의 피해자지만 수많은 식민지를 삼고 수탈했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 반성하지 않는 다면 개인이나 국가나 반드시 심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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