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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May 16. 2022

종삼 음악회

시와 음악의 고독한 축제


지난 토요일, 출판사 '북치는 소년' 이민호 시인의 초대로 '종삼 음악회'를 다녀왔다. 문학 모임은 오랜만에 참석했다. 종삼 음악회도 코로나 때문에 2년간 열리지 못했다고 한다.


*김종삼 시인은 1921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났다. 주요 작품으로 시인학교(詩人學校)』(1977)·『북치는 소년』(1979)·『누군가 나에게 물었다』(1982) 등을 발표했다. 보헤미안적인 시, 여백의 시, 내용없는 아름다움을 추구한 시, 라는 평을 받는다.



김종삼 시인을 기리는 종삼 음학회 장소는 합정역 근처다.  근데 불량하게도 난 김종삼 시인을 잘 모른다. 오늘부터 알면 되는 거야. 종삼음악회는 오후 3시 시작인데, 시간 예측을 잘못해 3시 30분을 훌쩍 넘어 도착했다. 서울은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멀다.



드빗시 산장_그라드의 문을 열자 이십여 명의 참석자들이 어두운 조명 아래 눈을 감고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바흐의 음악이 끝나자, 한 참석자의 시 낭송이 이어진다.  이민호 시인이 낭송된 시를 해석하고, 오랜만에 보는 박시우 시인이 바흐의 음악을 해설한다. 시인의 해설을 듣는데, 산도 들도 아닌 회색 건물의 천장 위를 풀벌레와 종달새가 날아다닌다.



이시백 선생님(소설가)도 오랜만에 뵙는다.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 주신다. 작년 <JTI 팬덤 클럽> 창작집에 함께 참여했던 김주욱 작가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시와 클래식이 어우러진 고독한 축제. 종삼 음악회가 무르익는다. 이민호 시인의 대위법과 두 개의 공간, 박시우 시인의 푸가와 평균율의 해석을 곱씹어 본다. 



이 세계를 소풍처럼 다녀간 한 시인을 기억하며,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시인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드뷔시와 바흐, 바그너, 모차르트의 선율을 듣는다. 언어를 다루는 예술을 한다는 건.. 시인이나 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축복이다. 소설도 언어를 다루는 예술이지만 환희보다는 홀로 고독할 때가 많다. 


종삼 음악회를 마치고 젊음의 열기가 넘치는 호프집에서 뒤풀이를 하면서 맥주와 소주를 건넸다. 방금 전의 세계와 현재의 세계는 판이하게 다르다.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을 보며 서울의 비싼 땅값을 실감했다. 하지만 골뱅이와 치킨은 맛있었고 회도 달고 소주도 달았다. 분위기도 달달해졌다. 망원의 거리와 술집에서, 그리고 망원 시장에서 마스크를 벗은 청춘들의 환한 미소를 보며 나의 이십 대를 떠올렸다. 난 왜 저들처럼 환하게 웃지 못했을까. 그땐 코로나도 없었고, 마스크도 없었고 내 미소가 그리 비싼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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