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TV+드라마 '파운데이션'시즌 1,2 리뷰
아이작 아시모프의 SF소설을 좋아한다. 지금도 마음이 공허해질 때면 아시모프의 단편선을 찾아서 천재 작가가 펼치는 은하계 저편의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탐닉한다. 아시모프의 가장 유명한 단편 중 하나인 '최후의 질문'은 엔트로피라는 과학 개념을 바탕으로 인류와 우주의 순환에 관한 철학적 종교적 사유를 통해 독자들에게 묵직하고 깊은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 문장은 이 단편의 백미다.
중학생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 중 하나인 '강철도시'는 근미래 고도로 발달된 도시 이야기다. 거대한 돔으로 형성된 도시에서의 인간의 소외와 사회진화 방식과, 폐쇄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을 로봇이라는 존재와 연결시키며 잘 묘사한 작품이다.
아시모프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파운데이션'이 있다. 아시모프가 영국작가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 흥망사(쇠망사)'를 읽고 영감을 받아서 썼다고 한다. 파운데이션은 먼 미래 은하제국의 흥망성쇠를 수학적으로 예측한 한 천재 박사의 거대한 역사 서사시다. 천재수학자 해리 셀던(자레드 해리스 분) 박사는 사이코 히스토리'심리역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창조한다.
그는 심리역사학을 통해 당시 번성하고 있던 은하제국이 조만간 몰락하고 이후 3만 년 간 암흑기가 도래할 거라는 계산을 한다. 미래를 예언하는 게 아니라 수학 공식처럼 계산을 한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해리셀던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계산하고 철저히 계획을 세운다. 이 파운데이션 계획이 성공하면 제국의 암흑기를 1,000년 이내로 줄일 수 있다고 계산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와 변수가 발생한다.
시즌 1은 원작소설과 다르게 인물 중심의 서사다. 각 등장인물의 감정과 성장, 비밀이 드라마 흐름의 중심축을 이룬다. 주요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주인공인 해리셀던은 천재 수학자이면서 은하제국의 몰락을 막기 위해 은하계 외곽행성인 터미너스에 제1파운데이션을 세운다. 그는 사이코히스토리(심리 역사학)를 창안했으며 시즌1에서 죽지만 나중에 AI와 복제인간으로 부활한다.
자신의 죽음과 부활 또한 그의 계획이다. 갈 도닉(루 로벨 분)은 수학 천재이면서 미래를 예견한다. 살보하딘(리아 허비 분)은 정신감응능력이 있고 갈 도닉과 혈연관계로 이어져있다. 그녀는 행성의 수호자이며 제1차 파운데이션에 위기가 닥쳤을 때 '터미너스'를 구하고 죽는다.
클레온 제국은 지난 1만 2천년 동안 은하 곳곳에서 번성하며 잘 유지되어 왔지만, 어느 날 ‘해리 셀던(자레드 헤리스 분)’이라는 한 천재수학자가 미래를 예측하는 사이코히스토리(심리 역사학) 이론을 통해 제국이 조만간 붕괴하고 약 삼만 년 동안 혼돈이 올 거라고 예측한다. 그는 대 혼돈의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파운데이션’이라는 지식을 보존할 단체이자 국가를 설립하자고 제안한다.
클레온 황제는 처음엔 해리 셀던을 매우 위험한 인물로 여긴다. 하지만 제국에 반대하는 세력이 거대한 우주 정거장을 폭파시키는 테러를 하고 그로 인해 1억이 사망한다. 결국 황제는 해리셀던 은하 외곽의 행성 '터미너스'로 추방시키며 그가 제안한 파운데이션 설립을 허용한다. 해리셀던과 함께 터미너스로 간 인물 중엔 ‘갈 도닉(루 로벨 분)’이라는 젊은 수학 천재가 있다. 갈 도닉은 미래를 예지 하는 능력이 있으며 이 능력은 해리셀던의 제1차 파운데이션 설립 계획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한편, 클레온 제국은 세 명의 황제가 통치를 한다. 그들은 모두 '클레온'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소년 브라더 던(캐시 언 빌튼 분), 청년 브라더 데이(리 페이스 분), 노인 브라더 더스크(태렌스 만 분) 세 단계 복제 황제다. 던은 황제의 후계자로 젊은 클레온이며, 데이는 현재의 황제로 매우 강압적이고 권위적이다. 더스크는 노년기 황제로 조언자 역할을 한다. 클레온 황제들은 끊임없이 자가복제를 통해 수천 년 동안 클레온 제국을 통치하고 있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생기며 클레온 제국의 기반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제1차 파운데이션인 '터미너스'에선 해리셀던이 남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는 듯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위협이 등장한다. 외부의 무장 세력 '아나크레온'이 침공하고, 이 와중에 '살보 하딘'이라는 행성의 수호자가 등장해 터미너스를 지키려 한다. 그녀는 갈 도닉과 알 수 없는 감정을 교환하는데, 이것도 셀던 계획을 벗어난 변수로 작용한다.
파운데이션 시즌1 마지막엔, 해리셀던의 의식이 AI 형태로 남아 사람들을 인도하려 하고, 갈 도닉은 깨어나 보니 이미 수십 년 이 흘러있었다. 그리고 감춰진 진실이 드러난다. '파운데이션'은 인류의 지식 저장소이면서, 인류의 미래를 다시 쓰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국가에 가깝다.
파운데이션 시즌2는 1에서 138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즌 2는 제국 측과 이에 맞서는 파운데이션 측 이야기로 전개된다. 철학적, 정치적 긴장감이 주를 이루며 클레온 황제와 주변 인물 간 내면 갈등 요소가 더욱 깊어진다. 클레온 제국은 여전히 거대하지만 조금 내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제1차 파운데이션은 은하 외곽 행성인 '터미너스'에서 발전 중이며 제2차 파운데이션의 존재도 암시한다.
클레온 제국은 황제 체제의 위기를 맞는다. 클레온 황제들은 암살시도를 겪으며 클론 체제에 불안을 느끼고 황제 데이가 사레스 여왕과의 정략결혼을 통해 전통을 깨고 복제가 아닌 후손을 통해 제국을 지배하고자 한다. 하지만 사렛 여왕은 자신의 가족을 암살한 황제 일가의 비밀을 파헤치며 제국 내부에서 그녀만의 권력을 차지하려고 한다. 한편 수천 년 전부터 황제를 보좌하는 로봇 데머즐(라무라 버린 분)은 제국을 보호, 아니 유지해야 한다는 초대 황제의 충성심과 자유의지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결국 황제 체제 유지라는 명분으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다.
파운데이션 측은 살보 하딘과 갈 도닉의 여정을 다룬다. 시즌 초반 갈과 살보는 정신 능력을 가진 집단인 멘탈릭이 있는 이그니스라는 행성에 도착한다. 그곳의 지도자 텔렘본드는 갈 도닉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녀를 흡수 통제하려고 한다. 텔렘은 자신의 수명 연장을 위해 칼을 흡수하려고 하지만 AI인 해리 셀던이 위험을 감지하고 그녀에게 경고를 한다. 살보하딘은 혈연으로 맺어진 갈 도닉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두 사람은 결국 멘탈릭과 결별한다. 갈 도닉은 제2파운데이션의 새로운 지도자가 된다.
시즌 2의 대장정은 클레온 제국과 파운데이션의 전면 충돌로 마무리된다. 제국은 파운데이션이 종교, 과학적 세력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황제 데이는 장군 벨 리오스(벤 다니엘스 분)를 복귀시켜 제1차 파운데이션을 침공하라고 명령한다. 황제의 침공으로 제1차 파운데이션은 멸망하지만 동시에 제2차 파운데이션을 향한 새로운 여정의 출발이기도 하다. 그리고 황제 데이는 장군 벨 리오스와의 전투에서 호버 말로우(디미트리 레오니다스 분)의 '캐슬링 기술'을 이용한 리오스의 전략에 몸이 바뀌어 우주로 방출된다. 로봇 데머즐은 황제의 계획에 반하여 더스크와 루를 제거하고 새로운 클레온 황제들을 복제하여 제국의 체제를 유지하려고 한다.
시즌 3도 올 7월에 방영 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시즌 3은 시즌 2의 결말로부터 152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시점에서 파운데이션은 더욱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으며, 클레온 제국은 더욱 몰락의 길을 걷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뮬(The Mule)'이라는 새로운 위협이 등장하여 은하계를 위협하는데...
S.F를 좋아하는 내게 드라마 파운데이션은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원작과는 설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둘 다 충분이 설득력이 있다. 드라마는 돈이 많은 애플+TV에서 제작한 드라마답게 시각적인 요소가 풍부하다. 세련된 디자인의 우주선, 행성 묘사, 광속으로 도약하는 장면, 제국과 파운데이션 간 우주에서의 화려한 전투장면 등 볼거리가 다양하고 화려하다.
아시모프는 후기 작품에서 로봇 시리즈와 제국 시리즈,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하나의 연속된 세계관으로 통합시킨다. 즉 작품 초기에는 인간과 로봇의 역사를 다루고 이어서 은하 제국의 탄생,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운데이션을 통한 제국의 재건이라는 대서사를 형성한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단순히 SF작가로만 정의하기에는 그가 상상하고 창조한 세계는 너무 철학적이고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과학과 우주의 법칙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고 살아갈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질문했던 사유가였다. 아시모프가 창조한 은하계 저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