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파트 가격은 도대체 왜 그럴까?

아파트 가격이 5억 내렸다고?...내겐 63빌딩 꼭대기 층 같은 이야기

by 김인철


방송과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아파트 가격 소식을 전달한다. 특히 강남 아파트가격은 모든 아파트의 기준처럼 보도한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언론에서는 큰 호재라도 된 것처럼 떠들썩하고, 가격이 내리면 마치 나라가 무너지는 것처럼 보도를 한다. 재건축 호재, 학군, 금리, 전세, 대출 규제 등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 부동산 전문가들이 나와 부동산 시세를 예측하고 진단한다.


IE003501245_STD.jpg PIXABAY


그런데 나는 역대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내고 언론에서 아파트와 관련된 뉴스가 나올 때마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몇 억 오르고 내렸다는 소식을 들어도, 기대도 실망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내겐 서울,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이 몇 억 오르내리는 일이 마치 63빌딩 꼭대기에서 몇 층 오르내리는 일처럼 느껴질 뿐이다. 나는 늘 일층 바닥에 살고 있으니까.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부코오롱' 163㎡(이하 전용면적)은 사흘 전인 21일 13억 3000만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개인과 개인 간 매매로, 직거래가 아닌 중개거래다. 같은 동 비슷한 층 매물이 지난 3월 중순 19억 원 신고가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억 7000만 원(30%) 하락했다. -서울경제, 2025.07.24-


나는 평생 무주택자고 살고 있다. 앞으로도 무주택자로 살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나 같은 무주택자는 방송이나 언론에서 보도하듯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몇억 올랐다'는 소식은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 십억, 이십억은 내 일상의 삶과는 관계없는 숫자 놀음일 뿐이다. 월급을 수십 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은 채 저축을 해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다.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아파트를 살 수 없을 정도다.


IE003500820_STD.jpg ⓒ 김인철(CHATGPT)


나는 30년째 수도권 도시에 산다. 서울에선 감히 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서울이나 강남은 물론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도 아파트를 구입할 여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대출을 받아서 갭투자 형식으로 아파트를 구매할수도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출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똘똘한 한 채 가진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영끌을 해서 아파트를 구입한 이들의 탄식이 들린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아파트를 마련하려고 열을 올린다. 내겐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고 별다른 감흥이 없다.


지방 소멸의 원인과 대책


서울과 수도권 집중은 부동산 문제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지방 소멸이다. 정책과 각종 기준은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이다. 언론에서도 지방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 결과 서울은 과열되고 지방은 소멸한다. 청년들은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고 지방엔 노인과 빈집만 남는다. 지방 도시의 일 억대 아파트들은 거래조차 안 된다고 한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해결책이 될수 있다. 특정 권역 내 경제·산업·행정·문화의 중심 역할을 하는 지역 거점 도시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하고 지방거점대학 중심의 생태계 조성도 필요하다. 이렇듯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주거·의료·문화·교통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해양수산부 이전의 의미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밝힌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계획은 의미가 크다. 단순한 청사 이전을 넘어, 해양산업의 중심을 해양도시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다. 수도권에 집중된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을 지방에 재배치함으로써, 지역 성장의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시도다. 부산은 항만·물류·수산업의 거점이자, 해양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밀집한 도시다.


IE003501549_STD.jpg

▲부산 타운홀미팅이재명 대통령이 7월 25일 부경대 부경컨벤션홀에서 부산 시민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 부산MBC관련사진보기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행정과 산업, 연구가 한데 모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지역 중심 균형발전'이라는 목표와 정책을 구현하는 출발점이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중심의 국토 균형 발전은 수도권 중심의 1극 체제를 벗어나 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수도권 5대 초광역권 및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를 중심 축으로 국토 균형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더 많은 부처와 공공기관, 대학교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수도권이 숨 쉬기 위해서라도 지방이 살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최근 들어 부동산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첫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역대 정부와는 분명히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다음날 전격적으로 시행했으며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들이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우선하는 정책 기조가 중심이다. 핵심은 <초고강도 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다.


초고강도 대출 규제는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대출기간만기를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금지하고,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은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겐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 생활안정자금 한도도 1억 원으로 조정됐다. 이처럼 대출 규제를 통해 고가 주택 구매를 억제하고 시장 과열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공급 확대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김포공항 주변, 용산공원 일부 부지 등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한 공공택지 개발도 추진된다. 재개발·재건축 절차 완화와 용적률·건폐율 상향도 검토 중이며, 장기 공공임대주택인 기본주택 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의 서울 집값 과열 양상이 기본적으로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우려가 바탕이 된 만큼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급 확대 정책을 집값 잠재우기용 카드로 가장 앞세울 공산이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용산공원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활용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아주경제,2025-06-19-


이재명 정부의 6.27 부동산 정책으로 과열되던 부동산 시장이 다소 진정되는 기류가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감소되고 있으며 매수 심리도 줄어들고 있다. 또한 고가 주택 및 갭투자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서울과 강남의 수십억짜리 아파트는 여전히 내겐 고개를 들어 쳐다볼수 없을 만큼 신기루 같은 존재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이 정상화 된다면, 나도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꿈을 가져본다. 뉴스 속 집 값 이야기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될 날을 기다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멜라스의 지하실, 그곳에 갇혀 있던 아이는 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