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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보다 삼겹살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이유

by 김인철

사람들은 대체로 돼지고기보다 소고기를 좋아한다. 특히 한우는 값비싸고, ‘고급 먹거리’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나에게 최고의 고기는 단연 돼지고기다.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한 맛의 차이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어릴 적 식습관과 심리적 안정감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의 입맛은 결국 경험의 산물이니까.


pixabay

돼지고기는 불판에서 지글지글 구워질수록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깨운다. 씹을수록 단맛이 스며들고, 지방은 부드럽게 녹아든다. 짭조름한 기름 향이 입안에 오래 머물고, 끝맛은 담백하다. 특별하진 않지만 늘 곁에 있는, 일상의 맛이다.


소고기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터지고 진한 향이 퍼진다.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부드러움과 강렬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소고기 특유의 마블링은 은근한 단맛을 내고, 입안 가득 진한 향과 감칠맛이 맴돈다. 화려하고 풍성하며, 소고기의 고급스러운 맛과 식감은 돼지고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wagyu-1648603_1280.jpg pixabay


소고기가 ‘특별한 날’의 상징이라면, 돼지고기는 언제나 식탁을 지켜온 ‘친근함과 일상의 작은 기쁨’이었다. 어릴 적엔 그 돼지고기마저 자주 먹지 못했지만, 김치찌개 속 돼지고기, 불판에서 지글거리는 삼겹살, 매콤한 제육볶음은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였고,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맛있게 느낄까. 그 이유중 하나는 이솝우화 ‘신포도’에서 찾을수 있다. 여우는 포도를 따먹을 수 없자 “분명 시거나 맛이 없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설득하며 포기한다. 나도 값비싸고 자주 먹을 수 없는 소고기 대신, 언제든 즐길 수 있는 돼지고기에서 만족과 즐거움을 찾는다. 내가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익숙하고 편안한 맛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엔 지글지글 거리는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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