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쓸모의 쓸모에 대하여...
나는 중고 거래를 자주 한다. 필요한 물건은 마트나 쇼핑몰에서 신상품을 구입하지만, 웬만한 경우에는 먼저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를 찾아보게 된다. 그동안 내가 중고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거나 판매한 물건을 떠올려보면, 생활용품이나 소형 가전, 그리고 노트북 같은 전자제품이다.
최근에는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던 갤럭시탭S6 lite를 당근마켓에서 구매했다. 만족하며 잘 사용하고 있다. 중고거래의 장점은 물건을 저렴하게 살수 있고, 자원 재활용, 환경보호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 경험'과 '환금성'이다.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필요가 없어지거나 싫증이 나면 가격을 낮춰서 다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에는 식품부터 자동차까지, “이런 것도 파는구나” 싶은 의외의 물건들이 끝없이 올라온다. 무료 나눔에서 천 원짜리 소품, 수백만 원, 수천만 원에 이르는 물품까지 거래 범위도 넓다. 길가의 돌멩이조차 쓰임새가 있듯이, 당근마켓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의미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된다.
이제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섰다. 일자리나 아르바이트를 소개하기도 하고, 분실물을 찾아주는 역할도 한다. 취미나 운동, 맛집 같은 생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이웃들과 일상을 나누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물론 중고 거래엔 명암도 있다. 품질과 신뢰의 문제가 있다. 사용하던 물건이니 하자가 있거나 고장이 난 제품을 받을 수도 있다. 몇 달 전 전기밥솥을 샀는데 소리가 나지 않아 A/S센터에 가서 확인해 보니 스피커가 불량이었다. 수리비가 더 들어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구했다. 판매자가 아기때문에 소리를 꺼놓고 사용해서 자기도 불량인지 몰랐다며 구입가의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밥 맛은 좋기에 그렇게 합의했다.
사기와 안전 문제도 있다. 비싼 물건은 특히 위험하다. 나는 지금껏 중고거래를 하면서 사기를 당한 적은 없다. 터무니없는 할인 요청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있다. 내 실수로 가격을 잘못 책정해 20만 원이 넘는 손해를 본 일도 있다. 지금 떠올려도 속이 쓰리다.
문고리 거래, 택배거래, 직거래 등 거래의 불편함도 있다. 직거래라 시간과 장소를 맞춰야 하고, 원하는 물건이 내가 사는 곳에 있지 않으면 포기해야 한다. 나는 대면 거래를 원하기에 판매자가 문고리거래나 비대면만 원하면 거래를 하지 않는다. 지금 멀쩡한 물건도 언젠가는 고장이 나고, 내게 필요 없어진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롭게 쓰임을 얻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서로 이어지고 채워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