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깡패
옛날에도 이렇게 빨리 갔나 싶다.
뭐가 그리 재미있어서 이렇게 빨리 가는가
그저 눈 한 번 깜박인 거 같은데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 있다.
원래 시간이란 지루하면 안 가는 법인데 인생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생이 더 재미있어서 빨리 가는가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웃음이 난다.
인생이 뭐 그리 재미있겠나 그저 별일 없이 살면 그게 재미고 그게 좋은 거지
가족력은 내가 뭘 하지 않아도 따라오고, 스트레스는 내 몸을 공격하고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뭔가 하나씩 혹을 붙이는 기분이다.
흐르는 세월 앞에 당당히 건강을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난 출발선부터 이미 뒤처져 있어서 그런가 그런 사람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운동을 해도 체력이 나아진다는 건 모르겠고, 그냥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는 정도랄까
그래도 아직은 체력이 되니까 산에도 가지만 언제까지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언제 또 혹을 하나 더 붙일지 모르니까 그저 안 붙이려고 열심히 관리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자니 병원도 주기적으로 가야 하고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그래도 관리 안 하면 나중에 애들 고생시킬까 봐 가긴 간다.
갈 때마다 가끔은 하나씩 뭔가를 달고 온다.
가족력은 극복이 안되니까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든다.
좋아지려고 병원을 가는데, 왜 뜬금없이 하나씩 달고 오는 게 생기는 건지
괜히 혹부리 영감의 기분을 알 거 같단 말이지
주변에서 이것저것 몸에 좋다고 하나씩 주는데 미쳐 다 먹지도 못하고 쌓인다.
식탁에 건강보조 식품과 이런저런 약봉지가 쌓여간다.
딸은 약을 맨날 꺼내먹기 귀찮으니까 데일리 약통에 담아서 먹으려고 담는데, 알약이 많아서 약통에 다 안 들어간다고 어이없어한다. 예전에는 영양제를 먹지도 않았는데 나이 들수록 먹는 영양제가 늘어가고, 얼마 전에는 뚜껑을 닫았는데 이제는 약통에도 담기지 않을 정도라는 게 슬퍼진다고 한다. (약이란 건강보조로 먹는 알약이다)
직장 다니면서 체력이 달리니까 챙겨주는 걸 받다 보니 먹는 거보다 전시용(?)이 더 많긴 하다.
그래도 뭔가 건강을 챙기는 기분이 드는지 그냥 쌓아놓고 보고만 있는 듯하다.
한번 쌓이면 여간해선 줄어들지 않는다.
하니 : 엄마!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런 건가? 먹는 영양제가 늘어나서 슬퍼져!
맘 : 딸!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거니? 어디서 나이 타령인가요
하니 : 엄마! 괜히 나이 한 살 더 먹으니까 슬퍼서 그래
맘 : 딸내미 먹으라는 영양제는 안 먹고 나이만 먹는구나
하니 : 엄마 나이도 안 먹었고 영양제도 안 먹었던 시절이 좋았어 헤헤!!
맘 : 딸! 다시 4살 때로 가련?
시간은 흐르고 내가 나이 먹는 것보다 아이들이 나이 먹어가는 걸 보는 게 아쉽다.
'천천히 크면 좋으련만'하고 생각했던 시절이 후딱 지나가고 나이를 먹는 게 슬프다는 딸을 보게 되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아직도 어리기만 한데 시간은 또 얼마나 빨리 갈 것인가
아이들이 엄마 건강관리하라고 워낙에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병원을 가긴 가는 데 가기 싫다.
병원 가면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나요?'다.
딱히 빼야 할 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운동도 나름 적당히 하고 있으니 굳이 약이 느는 이유를 대자면 스트레스가 제일 유력하다는 것이다.
면역력도 많이 떨어졌다는데 도대체 어디다 떨어뜨린 건지 참나!!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안 받을 수도 없고 떼기 힘든 혹이다.
의사 선생님은 속에다가 담아두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란다.
'알긴 알겠는데 그게 잘 안 돼요' 그랬더니 '안 그러면 큰일 납니다'
하길래 요즘은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아프다 힘들다!라고
애들은 내가 너무 잘 참아서 걱정이라고 한다.
애들에게 스트레스 안 주려고 신경 써서 건강도 관리하고 아플 때는 아프다고도 한다.
혹은 못 떼더라고 더 붙이지는 말아야겠다.
한 줄 요약 : 나이 들어서 애들 고생 안 시키려면 건강할 때 건강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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