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엄마'는 누구였을까
예민한 토끼가 주인이 아닌데도 왜 따르는 걸까
산책을 하는데 내편이 불현듯 토끼엄마 얘기를 꺼낸다.
들어본 적이 없어서 흥미로웠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 때 토끼장이 있었거든"
내편의 집은 동네 초입이 있었는데, 해가 잘 들고 부지런했던 아버지는 항상 아침 일찍 마당을 쓸어서 깨끗하게 관리하셨고, 반질반질하게 닦아놓은 마루가 있던 집이었다고 한다.
같은 동네도 아니고, 거지는 아닌 거 같은데, 가끔 아침 일찍 찾아오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다고 한다.
옷도 허름하고 지저분한데 거지 같기도 하고 거지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고 한다.
와도 꼭 아침 식사직후에 오셨다고 한다.
아침을 먹고 나면 할머니가 누룽지라도 남겨두고, 그 아주머니가 오면 따뜻하게 데워서 드렸다고 한다.
"할머니가 챙겨주시는 아침밥을 드시고 나면 그 아주머니는 그냥 가지 않고 꼭 토끼장을 청소해 주고 가셨어"
얼마나 깨끗하게 청소했는지 아주 깨끗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토끼는 희한하게 그 아주머니는 경계하지 않았어. 보통 토끼가 새끼를 낳으면 주인도 안 들여다보거든"
토끼를 키워본 사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토끼가 새끼를 낳고 나서 누가 보면 물어 죽이니까 검은 천으로 가려놓고 그 누구도 주변에 가지 못하게 한다.
"근데 그 아주머니만은 토끼새끼를 보기도 했어. 그래도 토끼는 새끼를 죽이지 않았어"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었지만, 정말 신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토끼도 그 아주머니가 주인이 아니라는 걸 알 것이다.
왜냐하면 매일 오는 게 아니라 가끔 와서 밥을 얻어드시고 그냥 가기 미안한지 청소를 해 주고 가신 거라니까
그런데 희한하게 주인보다도 그 아주머니를 더 신뢰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내편은 아직도 그게 불가사의하다고 한다.
다시금 그때를 상기한다.
"옷도 남루하게 입고 우리 집에서 꼭 한 끼를 드시고 가셨는데, 아침에만 오셨어"
"토끼를 얼마동안 키웠는데?"
"오래 키웠지 겨울 되면 양식으로 잡아먹었으니까"
"헉! 결국은 양식인 거야?"
"시골에서는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키워서 한 번씩 잡아먹었지"
우리 집은 토끼를 키워서 잡아먹은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먹을 것이 귀했던 그 시절에는 그런 집이 꽤 있었다고 한다.
토끼가 그걸 알고 토끼엄마를 더 따른 것인가?
토끼 엄마는 잡아먹지는 않고 청소만 해주니까 오히려 주인보다 더 믿음직스러웠던 걸까
아니면 인간은 보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토끼는 보는 것이었던 걸까
가축을 키워보면 말하지 않아도 교감이 통한다는 걸 느낀다.
그냥 알 수 있게 된다. 말은 못 해도 눈을 보면 왠지 알 수 있었다.
얘가 날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물론 가축도 자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을 따른다.
근데 왜 토끼는 먹이를 주는 사람보다도 청소를 해주는 남을 더 따랐을까 정말 미스터리하다
나도 잠깐 토끼를 키워봤지만, 새끼를 낳으면 절대 보지 않았다
행여라도 새끼를 죽이면 안 되니까
왠지 토끼 엄마라던 그분이 신령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끼엄마란 그분은 혹시 사람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쓸데없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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